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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회 하콘 감상문 - 최지웅(violin), forest cafe, 2017.06.21.

게으른사색가 | 2017-06-22 11:06:17



[555회 하콘 감상문 - 최지웅(violin), forest cafe, 2017.06.21.]
 
십여 년 만에 다시 클래식을 듣기 시작하게 된 것은 순전히 딸아이 때문이었다. 집안 가득 비탈리의 샤콘느가 하루 종일 흐르던 시절, 오래 만에 만난 바이올린 소리는 참으로 매혹적이었다. 가슴 깊은 곳을 파고드는 날카로움, 온 몸을 무너뜨리는 흐느낌...
 
나에게 바이올린은 언제나 여성의 악기였다. 팽팽한 현에서 나오는 섬세한 음들, 순간적으로 터져 나오는 소리들, 끝을 모르는 현란함! 그런 것들은 성장(盛裝)한 숙녀의 가슴 속에나 있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바이올린에 어울리는 남자를 나는 본 적이 없었다.
 
최지웅, 오늘 그의 연주를 들었다.
 
연주 시작과 함께 벌써 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바이올린이 저런 소리를 갖고 있다니... 그는 천근 무게의 현을 움직여 만 번 응축시킨 소리를 내었다. 그것은 한 치의 허튼 감상도 허용하지 않는 엄정한 소리였다. 마치 대리석의 울림 같았다. 처음 듣는 소리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슬픔이 차곡차곡 쌓여 갔다. 그는 마음 아픔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윽박지르지 않는데도 듣는 이들은 바이올린 소리 하나하나에 상처를 입었다. 과장도 없고 여백도 없는 그의 연주 앞에서 사람들은 숨조차 쉴 수 없었다.
 
눈을 감자 CD에서 나는 소리가 들렸다. 한 시간이 다 되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울퉁불퉁한 팔뚝의 근육이 보이는 듯했다. 가슴 속 열정을 바위에 새겨 넣는 정(釘)... 바이올린은 남자의 악기였다.
 
by 게으른사색가
2017. 0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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