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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박창수의 더하우스콘서트 무대를 지키는 사람들 Op.1

"박창수의 더하우스콘서트 무대를 지키는 사람들" Op.1

수석매니저 강선애의 글에서 보는 공연문화의 BACK STAGE STORY

 

(서울=국제뉴스) 강창호이정제 기자 = 이 기사는 공연무대 이면에서 펼쳐지는 색다른 공연문화를 소개하는 기획기사이다. <박창수의 더하우스콘서트 무대를 지키는 사람들이라는 타이틀로 펼쳐지는 시리즈 기사로써 더하우스콘서트의 강선애 수석매니저의 글을 게재하고자 한다.

Page Turner는 음악회에서 악보를 넘겨주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써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감을 나타내는 투명인간 같은 사람이다다만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는 '악보를 넘기는 사람이 연주 전체를 망칠 수 있다’ 라는 우려의 말을 남겨 공연계에 화제가 되곤 했다하지만 공연의 매끄러운 진행상어떤 상황에서는 반드시 필요할 때가 있다.

과거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로도 쓰여 비로소 대중의 관심을 받은 Page Turner!

관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강선애 매니저의 SNS에 게재된 글을 사전 허가를 받아 가공 없이 그대로 옮긴다.

앞으로 다뤄질 기획기사는 공연예술계의 현실과 현장감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현장에서 활동하는 스태프들을 통해 실체적으로 문화 현장을 표현하고자 한다.



▲ 더하우스콘서트의 수석매니저 강선애 (사진=강선애 제공)

 

The Best Page-Turner Ever! 라고 했던가 뭐랬던가?

독일에서 온 한 피아니스트가 파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엄지를 치켜 올리며 말했다. 쑥스러우면서도 “아 그래? 나 그렇게 악보를 잘 넘겨?” 하고 어깨가 으쓱했었다. 생각해보니 이런 인사 여러 번 받아봤다. 한국말이라는 게 달랐을 뿐 그 표현도 참 다양했다. 악보만 넘겼을 뿐인데 ‘넘순이’ 역할에 대한 듣기 좋은 칭찬은 연주자 못지 않게 심장 오그라드는 긴장감을 견뎌낸 것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되었다.

그런데 나는 어쩌다 악보를 잘 넘기는 사람이 된 걸까. 칭찬이라는 보상으로 충분해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이 부분에 대해, 어느 날 동료이자 절친한 친구가 무척 궁금해 하며 물었다. 생각해본 적이 없으니, 내가 평소에 신경 쓰는 부분을 떠오르는 대로 말했다.


1. 팔이 거추장스러운 옷은 입지 않아, 팔이 착 감기는 옷을 입지.

2. 악보가 보일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연주자와 떨어져 앉아,

   내 존재가 신경 쓰이지 않도록.

3. 숨을 쉬긴 해야 하니 내 몸에 산소 공급은 하는데,

   들숨날숨은 내 코가 알아채지도 못할 정도로 가볍게 쉬어. 그것도 코로만.

4. 일어났다가 앉을 때도, 발을 움직일 때도, 악보로 손을 뻗을 때도 깃털처럼 가볍게

   움직이되 음 소거 모드여야 해, 소리가 신경 쓰일 수 있으니까.

5. 의자에 앉아있을 때는 부동자세를 유지해, 기침도 안되고,

   무엇보다 간지러운 것 참는 게 제일 힘들어.
 

숨도 조심해서 쉰다니 좀 우스운 내용이다. 그런데 사실 이 다섯 가지 말고도 신경 쓰는 부분은 더 많다. 자칫 악보 두 장을 한꺼번에 넘기는 악몽 같은 일이 일어나서도 안되고, 다른 생각에 빠져 길을 잃어서도 안 된다. 언젠가 한 연주자에게 당부 받은 내용 중에는 리듬 맞추지 말라, 노래 부르지 말라는 내용이 있는 걸로 봐서는 어떤이는 악보를 넘기다 자신도 모르게 리듬과 노래에 몸을 맡기는 것 같다.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금기 사항이지만 행여 나도 모르게 음악에 빠질까 늘 긴장 상태를 유지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정말 악보를 잘 넘기는 방법이었을까?

그에 대한 답은 다른 이가 내렸다. 이 자잘한 나만의 행동 강령들은 ‘페이지터너’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기본이었을 뿐 ‘잘’ 수행하게 한 충분한 이유는 되지 못하며, 그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오직 ‘음악적’이었기 때문이라는 것.

그런데 ’페이지터너를 음악적으로 한다는 것’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악장마다 다른 빠르기, 표현, 분위기에 따라서 악보를 넘기는 속도, 나의 움직임이 함께 변했기 때문이라고 밖에는 나로서는 더 표현할 길이 없다. 하지만 마음가짐을 이야기하자면 좀 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페이지터너’가 단순히 피아니스트의 악보 넘기는 것을 돕는 사람이 아니라, 무대 위 제2의 연주자라는 마음으로 함께 연주한다고 생각한다는 것. 그래야 그 연주의 완성도가 높아진다고 나는 점점 믿고 있다.

그리고 그 믿음은 제2의 연주자라는 마음을 ‘관객’도 함께 가져야 한다고, 그 마음이 공연 전반의 질적 수준과 완성도를 결정한다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는 2천석이 넘는 객석 중 하나의 의자를 차지하고 앉아 있을 뿐인 나에게 마치 무대 위 ‘페이지터너’와 같은 행동을 하게 했다. 나에게 할당된 조그만 공간에서 소리가 나지 않게 애쓰고, 움직이고 싶을 때는 음악을 따라 최소한만, 악장과 악장 사이의 침묵도 함께 지키며 제2의 연주자로서 객석을 지키는 것으로 공연의 일부를 완성 시킨다. 공연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것이 아닌, 함께 연주를 한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공연 시간의 몇 곱절을 분석과 연습으로 보냈을 연주자가 실시간으로 쏟아내는 저 음들을 조금은 성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면 너무 지나친 걸까. 공연장에서 우리는 겨울 외투의 바스락거리는 소리, 핸드폰 벨소리, 핸드폰 액정의 불빛, 물건 떨어뜨리는 소리 뿐만 아니라 조금의 틈만 있으면 여기저기서 토해내듯 쏟아내는 기침 소리가 피곤하다. 심지어 깊은 잠에 들어 코를 고는 이가 있는가 하면, 90분 내내 쌕쌕 소리를 내며 숨을 쉬는 이도 있다. 공연장에서는 외투를 보관해주고, 사탕을 나누어주고, 핸드폰에 대한 안내를 끊임없이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기침을 토해내고, 토해내진 기침 소리를 들으며 또 웃고, 핸드폰 벨소리는 울린다. 돈을 내고 티켓을 사서 관람하고 있는 타인들을 생각한다면 ‘나 하나쯤?’ 하는 행동들이 집단적으로 나타나지 않아야 맞겠지만, 어떤 날에는 그런 기본도 지켜지지 않는 때가 있다. 아니 대부분이 그런 날이다. 우리의 관객들은 언제쯤 ‘음악적’인 관객으로서 제2의 연주자가 되어줄 수 있을까?

공연 관람이 ‘소비’가 아니라 관객과 연주자가 호흡을 맞추는 앙상블 연주의 시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바란다.


출처 : 
http://www.gukj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674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