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지인의 소개로 "골목"이라는 타이틀의 전시를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일상의 아주 평범한 골목길에 작가들은 자세히 들여다 보거나
관심있게 주위를 관찰해야만 볼 수 있는 각자의 작품들을 전시해 놓았는데
무심코 지나쳐버리기 쉬운 골목길 안에서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이
그들의 작품을 발견하는 느낌이란 굉장히 신선하고 또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어제 처음 하우스콘서트를 만나고 난 후의 느낌은 꼭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일상에서 찾아낸 보물과도 같은 느낌. 재밌게도 횟집 건물 지하에서 드디어 그 보물을
찾은셈이었죠.^^ 사실 아주 우연히 예술관련 잡지를 보다가 이 곳을 알게되었습니다.
수첩에 메모한 후 꼭 한 번 오겠다며 다짐을 했었는데 결국 어제 공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할아버지 연주자와 손자뻘 되는 소년의 연주는
그 비주얼 만큼이나 사운드 또한 매우 신선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가느다란 플룻을 부는 할아버지와 커다란 피아노를 연주하는 소년,
할아버지의 플룻은 굵직했고 소년의 피아노는 섬세했습니다.! ^_^
플룻의 굵은 호흡을 피아노가 달래듯이 들리는 두 소리의 조화가 멋지게 들렸습니다.

하지만 정작 더 많이 기억에 남는 연주는 3부 공연이었습니다.ㅎ
소년의 친구들이 번갈아 연주를 하며 서로에게 집중하는 모습이 왜그리 부러워 보였는지요..
가장 친한 친구이자 곧 라이벌일 수 도 있는 그들의 보이지 않는 풋풋한 경쟁이 퍽 아름다워보였습니다. 그 중 한 친구가 연주했던 스크리아빈의 에튜드는 아직도 머릿 속에 맴도는 듯 합니다.
사실 이 곡은 개인적인 사연이 있기도 하지만 그 특유의 낭만적인 선율이 마음 한구석을
들쑤셔 놓았습니다. 어쩌면 우연히 알게 된 곳에서 우연히 좋아하는 곡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제가 더 설레였던 것 같습니다.

주저리 주저리 두서없이 얘기만 길어졌네요. 사실은 그냥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누군가에 의해 가치있는 보물이 숨겨져 있었고 그것을 찾았다는 건 적어도 저에겐 당연히 감하해야할 일이니까요. 가슴 설레이는 무언가가 생겼다는 것 하나만으로 오늘 하루 정말 즐거웠습니다.
벌써 많은 분들이 그러셨을테지만 하우스콘서트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
(어제 찍은 사진 한장 동봉 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