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4.11 하우스 콘서트에서는....

다른 연주회장에서 흔히 들리는 기침 소리 한번 들을 수 없었습니다. 곡이 끝나자 마자 이 곡이 언제 끝나는지 알았다는 듯 바로 튀어나오는 브라보 외침 또한 들을 수 없었습니다. 몇 달 전 같은 공간을 매웠던 260여명의 관객도, 차가운 겨울 날씨가 무색하게 모두의 얼굴을 붉게 물들인 열기도 없었습니다. 대신 연주자와 스탭 선생님들을 포함해서 20명 남짓한 사람들과 들어섰을 때는 바깥의 따뜻한 초여름의 날씨가 믿기지 않은 뛰엄 뛰엄 앉은 관객 사이를 흐르는 냉랭함만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것이 더 좋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요?

공연에 관객이 너무 없어서 약간 당혹스러워 하시며 들어오시는 박창수 선생님.... 오랜만에 보아 더 반가운....나즈막하지만 또렷하게 생각을 말씀하시는 변함 없는 모습.... 그리고 저번보다 많은 시간을 대화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공연전에 말씀하신 관객이 생각보다 없어 대신 여러분은 최고의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거라하신 말씀...이번 공연은 그 말씀대로 였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연주.....

제일 처음의 브람스 소나타... 왜 1번, 3번이 아닌 2번 소나타를 택하셨나요? 라는 관객의 질문에 "브람스를 잘 시도해 보지 않았었는데 2번은 브람스가 제 나이쯤에 사랑에 빠졌을 때 만든 곡이래요. 제 나이랑도 비슷하고 그래서 한번 꺼내어 봤어요" 소나타 2번은 늘 나른한 봄날의 오후가 생각나는 곡인데 하콘 공연 전 협연 무대를 가지셔서인지 아님 시벨리우스를 연주하셔서 그런지^^ 시벨리우스의 차가운 여운이 묻어나는 듯 굉장히 강렬하고 생생한 느낌의 색다른 연주였습니다. 마치 활이 아닌 칼로 연주하는 듯한 서민정씨가 입고 온 하늘색의 드레스 처럼 시원시원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김솔봉의 rooftop fantasy...."두번째 곡 좀 어려웠죠? 작곡가가 집 밖에서 rooftop에서 열심히 힘들게 연습하는 연주자를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만든 곡이래요" 이 곡은 다른 곡과 다르게 예습을 할 수 없었던 곡이라 무척 궁금했었는데, 듣는 순간 이런 소리도 바이올린에서 날 수 있나,이런 음은 작곡가가 어떻게 악보로 표현할까, 지금 들어도 난해한데 과거에 작곡되었으면 어떤 반응을 불러 일으켰을까 하는 여러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현대 음악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과 흔히 연주되지 않는 곡이라 여기에서 아니면 언제 다시 들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한음 한음 제 안에서 붙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Wieniawski.... " 이 곡은 연주자에게 너무 어려운 곡인데 오페라에 바탕을 둔 곡이라 좀 편안하게 들을 수 있었을 것같애요" 하는 연주자의 말처럼 이 곡은 우아하다가도 통속적인 느낌이 나고 재기발랄하다가도 묵직함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늘 마지막 곡에서는 시간이 가는 것이 원망스러운데, 찌르는 듯 폭발하는 듯한 바이올린 소리와 감정을 숨기는 듯한 피아노 소리가 묘하게 어울려 이 방 안을 가득매웠을 때, 연주자의 발까딱 까딱하는 것을 바닥을 통해 느끼고 바이올린의 마찰음까지 들을 수 있는 그야 말로 날 것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이 곳과 이 시간이 더할나위 없이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이 시간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던 것은 얼마 안되는 관객들에게도 실망한 기색 없이 음악에 완전히 취한듯 아름다운 모습과 좋은 연주를 들려주시고 "이 곡 대개 어려워서 틀릴 수도 있는데...^^"하시면서 들려준 파가니니의 두 곡의 앵콜과 연주가 끝나고 관객들의 질문 하나하나에 진지한 눈빛으로 대답해 주신 서민정씨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좋은 반주 해주신 유재연씨께도 더불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좋은 공연을 만들어 주신 박창수 선생님과 스텝 선생님들 진심으로 응원하고 감사드립니다. 비록  두번 밖에 방문하지 않았지만 처음 경험한 260명 관객^^의 하콘은 물론 너무 좋았고 결코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이지만, 하늘에 떠있는 닿을 수 없는 큰 별같은 느낌이었다면 이번 경험을 통해 비로소 하콘이 땅에 내려와 내 옆에 함께 자리하는 것같은 느낌입니다 ^^

우리 관객들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최고의 공연을 맛보았지만 금전적으로 도움을 드리지 못한 죄송한 마음을 대신해 서민정씨께는 그 날의 서민정씨와 어울리는 오스카 코코슈카의 "바람의 신부"를 박창수 선생님께는 집, 음악, 그리고 사람이 있는 샤갈의 그림을 조심스레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