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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회 조성진님 연주 관람기입니다 ^^

최은정 | 2009-10-25 07:10:10

"제가 너무 일찍 왔죠?" 라는 어색한 질문에 무언가를 우물거리시며ㅡ 쑥스러운 듯 "아니에요"
대답하시던 여자 분의 미소가 자꾸 생각이 나서 서른 시간을 꼬박 앓아 누웠다가 겨우 책상 앞에
앉아있는 지금까지도 마음이 유쾌한 저는, 최베르트입니다. 고등학생이었던 12년 전부터 끊임없이
[하우스콘서트] 를 향한 게으른 열정만 가지고 살아가던 중, 우연히 음악서점에서 박창수 선생님의
책을 구입해서 본 후 잽싸게 목요일 밤 기차를 타고 아침에 도착해서 하루 종일 설레이는 맘으로
보다빌딩 주변을 쏘다니며 놀다가! 실은 더 이상 갈 곳도, 걸을 체력도 없어서 공연 한 시간 전에
1등으로 도착했던 여자에요.

지방에선 태초부터 품절남, 품절녀였던 "어린 (주민등록상, 혹은 신체적인 나이의) 연주자" 의 공연
이었기에 개인적으로는 더욱 반가웠습니다. 조성진님이 입장하는 순간부터 한 방울의 맺히는 눈물과
개수를 셀 수 없는 소름은 앵콜 연주가 끝날 때까지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화려하지 않은 피아노의
외관과 사운드는 "이 녀석은 하우스콘서트를 위해 만들어졌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나치지
않기에 더욱 아름다웠던 큰 매력이었고, 그 공간을 더욱 완벽하게 꾸며준 "잘 준비된 관객" 과, 몸과
마음이 모두 가까이 호흡하며 "다른 사람의 관람을 관람하는 재미" 는 정말이지 최고였습니다.

Perfect 가 아니라도, 혹은 Perfect 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흥분됐던 Bach 의 Prelude & Fugue
지나친 겸손도, 과장도 아닌 열여섯의- 혹은 열여섯다워서 더욱 즐거웠던 Mozart 의 Piano Sonata
평소 조금은 불편해 했던 Schumann 의 낭만 조차도 행복했던 Fantasiestucke 와 Intermission 후
머리끝부터 손끝, 발끝까지 생기있는 표정을 보여준 Ravel 과 Chopin 까지.

Piano 를 참 "잘 다루는" 열 여섯 소년 덕분에 박창수 선생님께서 언급하셨던 "내가 먼저 좋은
연주자를 찾아내는 재미" 의 희열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던 금요일 밤이었고, 매 해 시월이면 단골
손님, 혹은 오랜 친구처럼 찾아와주는 감기 덕분에 멈추지 않았던 재채기조차도 들리는 모든 것이
좋았던 하우스콘서트, 그 공간에서만큼은 잠시 물러나 주었던 것 같습니다.

현재는 음악가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지만, 내 삶을 섬세하게 가꿔나갈 수 있도록 늘 함께해 준
음악에 먼저 감사하고 온갖 현실들 앞에서 12년 동안 힘겹게 지켜왔던 열정의 상실로 인한, 가장
초췌했던 타이밍에 기적과 운명을 합친 인연으로 마주하게 되었던 하우스콘서트를 제가 만난 오늘
까지 지켜와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과 깊은 마음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의 모든 공연을 누리고픈 욕심이 자꾸 생겨나는데 섣부른 약속보다는 실천으로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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