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던 어느날.
기억과 추억이 뒤엉켜 자리하고 있는 홍대 예다원에서.
누군가 말했다. 사진을 찍어줘도 어째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사진을 걸어 놓느냐고.
이 사진을 좋아한다. 누가 뭐라해도 이 사진이 좋다.
이 사진을 찍은 당사자조차 왜 이 사진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이상하게 이 사진이 좋다고 말했다.
이유. 굳이 이유라는 걸 만들자면 느낌이 좋아서?

이 사진을 찍은 날은 비가 내렸다. 축축 비가 내리는 날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만났다.
갑작스런 만남을 가진 날 장난스레 찍은 사진 한 장.
가만히 사진을 들여다보면 창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한 사람은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따뜻한 색감이 맘에 든다. 얼굴이 가려진 것도 맘에 든다. 뒷모습의 포근함이 좋다.
누구인지 몰라도 한 컷에 함께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것에 좋은 느낌을 부여한다. 좋은 사람.
좋은 것 투성인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