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어달 전인가 욕실 청소를 하다가
바디 오일병을 떨어뜨린적이 있었습니다.
바닥에 닿는 순간 아주 산산조각이 나더군요.
얼마 쓰지 못한 바디 오일이 아깝기도 했지만
더 난감한건 깨진 병조각들이었습니다.
저걸 어떻게 치우나… 혹시 베이기라도 하면...
정말 열심히 치웠습니다.
고무장갑을 끼고 쭈그리고 앉아 샅샅이 샅샅이 훑어내렸지요.

그리고 오늘 오후...
욕실 청소를 하느라 세제를 확 뿌리고 샤워기를 트는 순간
구석 안쪽에서 작은 유리 파편들이 차르륵 밀려오더군요.
순간 조금 허탈했습니다
그 때 그렇게 열심히 주워냈는데 말이죠.

살다보면 이런 일이 종종 있습니다.
이젠 다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일,
끝.끝.끝. 미련 끝. 이라고 마음 먹었던 일들이
어느새 슬그머니 옆으로 다가와 "안녕"하고 손을 흔드는 일
결국은 이렇게 다시 마주칠거
뭐 그렇게 힘들게... 또 빨리 지우려고 바득바득 애를 썼나 싶어요.

지난 두 번의 금요일도 그랬습니다.
가봐야지 하고 약속을 잡고 수선을 피우다가도 갑자기 터진 일 때문에 약속이 틀어지고
마음을 먹었다가도 에라 모르겠다 지쳐서 집으로 그냥 들어가기도 하고
마음먹은게 늘 쉽게 지켜지진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엔 안되겠네… 아예 체념을 하니까
반짝 시간이 나고 자연스레 발걸음이 가더군요.
게다가 두 번 정도 혼자 들락거리다보니
처음만큼 어색하지도 않고, 공연도 편하게 보고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넬 사람도 생겼습니다

어떤 날은 공연이 감동시킬 때도 있고
어떤 날은 사람이 감동시킬 때도 있는 곳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곳이
이 곳 하우스 콘서트 같습니다.
이제 자주 들락거릴지도 몰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