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하는 프로그램 중에 "X맨을 잡아라(????)" 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TV 수신이 잘 될적에 너무 웃겨서 방바닥을 데굴데굴 굴러가며 보던 건데,
몇 달을 바보상자와 헤어져있다가 오늘 간만에 보았다..

오늘은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번호의 갯수에 대한 것이 주제가 되어 진행되기에
또 데굴데굴 구르고 박수까지 쳐가며 넋을 놓고 보다가
나도 모르게 핸드폰 뚜껑을 열어 나에겐 몇 개나 있는지 들여다보게 되었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대략 350개 가까이 되는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기에
그간 연락하고 지낸 사람이 350명이나 되던가 의아해하며
번호 하나하나,, 차근히 살펴나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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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이인은 누가 누군지 구별할 수도 없을 뿐더러
잠깐 연락하다가 끊긴 사람이 수두룩 하며
서로 바빠 어떻게 지내고 사는지도 모를 친구들이 대부분이고
얼마나 정신없었기에 이니셜만 똑똑 박아 저장해놓는 바람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전화번호까지....

350 이나 될리가 없다고 생각한 탓일까.
하나하나 확인한 후 "그럼 그렇지" 하며 delete 키를 눌렀다.
그렇게 정리하고 나니 남은 갯수는 273.

그다지 정리된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지 역시 개운치 못하다.
지워버린 연락처들에 대한 미안함이랄까...
남겨진 전화번호 또한 얼마나 간직하게 될까에 대한 일종의 씁쓸함이랄까.

인간관계를 잘 맺는다는 게 무얼까.
잊을만하면 연락하고 다시 잊혀질만하면 연락하고 지내면 되는걸까?
난 그저 진심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얼마전부터 두려움에 끙끙 앓는다.

내게 마지막까지 남겨지는 번호가 단 1개더라도
난 진심이었다면,
그래도 내가 외롭고 초라해보일까?

고작 오락 프로그램 하나에, 내 핸드폰에 저장된 번호를 바라보다 새삼 느낀 건 아니지만
사람과 사람의 일... 참 어렵다.

-횡설수설하는 밤에 강양의 끄적거림 이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