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이 현을 한 번씩 지날 때마다
첼로는 울고 있었습니다.


결코 꺼지지 않을 것만 같은 열정으로
시원스레, 때로는 섬세하게 활을 그을 때마다
첼로에 떨어지는 땀방울들은 마치 첼로의 눈물 같았습니다.


관객들이 손짓 하나, 선율 하나에 감탄하고 끊임없는 박수갈채를 보내는데에는
첼로를 적시고 있는 저 땀방울들보다 더 수많은, 셀 수 없이
많은 노력이 있지않았을까하고 조심스레 생각해봤습니다.


연주는 굳게 다문 그의 입술처럼 우직하고 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주를 들으며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맑다’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깨끗하고 빈틈없이 반듯하고 우아한 느낌이랄까요?


작은 몸짓이나 운지법하나 허투루 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모든 게 철저하고 절대적인 고민 속에서 나오는 느낌이었습니다.


한국말에 서툰 그가 연주하는 진달래꽃은 조금 이색적이었습니다,
사실 곡을 듣고 다니엘 씨의 생각과 느낌이, 그가 어떤 감정으로
연주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어지는 드뷔시의 첼로 소나타는 저를 추억과 향수에 젖게 했습니다,
첼리스트 ‘쟝 기엔 케라스’와 피아니스트 ‘알랙상드르 타로’의 공연에서
처음 접했던 드뷔시의 첼로 소나타는 드뷔시에 전혀 관심이 없던 때에
저에게는 놀라움과 깊은 인상을 안겨준 곡이었습니다.


드뷔시도 너무나 아름답고 재미있는 곡이 많다는 걸 처음 알게 해준 작품이라
저에게는 더욱 의미 있는 곡이었는데, 한동안 잊고 지내던 곡을 듣는 순간
그때의 추억이 떠올라 더 즐겁게 연주를 감상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코다이의 첼로 소나타는 처음 접한 곡이었는데,
도입부보다는 피니시로 갈수록 더 흥분되고 반복되는 선율의 향연이
듣는 재미를 배가시키는 곡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앙코르로 이어진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 3번이 맞는지 모르겠네요.

공연의 끝을 차분하게 마무리하기에는 적절한 곡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강하고 힘 있는 진행보다 진중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어울리는 곡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의 연주들에 비해,
다니엘 씨가 조금은 힘들어하시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 조금은 아쉽기도 한 연주였습니다.

연주자나 프로그램이 비공개일 때마다
역시나 ‘하콘답다, 하콘스럽다’라는 표현과 감탄이 절로 나오지만,

특히나 이번 341회 콘서트는

연주자가 어느 학교를 졸업했고, 누군가를 사사했고, 어떤 직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보다는
음악을 즐기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건
‘눈을 감고, 머리는 비운 채, 귀와 마음은 활짝 열어야한다,
그래야만 음악과 연주자, 그리고 관객이 하나 되어 진정으로 연주를 즐길 수 있다’ 라는
사실을 일깨워준 공연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