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버스를 이용하다 보면
미간이 찡그려지게 되는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게다가 교통수단을 이용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까칠한 나로서는 더더욱 그렇다.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내리기 전에 타는 것.
지하철에서 먼저 내리겠다고 뒤에서 미는 것.
지하철에서 자리가 비어 앉으려고 했는데 저 쪽에서부터 뛰어와
내 엉덩이가 미처 자리에 닿기 전에 차지 해버리는 누군가가 있을 때.
버스가 도착하여 입을 쩌억 벌리고 승객들에게 "어서오십쇼~" 할 때
먼저 타겠다고 뒤에서부터 밀고 들어오는 것.
장소를 불문하고 시끄럽게 떠드는 것. 음악을 크게 듣는 것.
마지막으론 과도한 신체접촉까지.
평소엔 싫으면 싫다 표현을 잘 못했던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에 있어서는 그 어느때보다 단호하다.
시끄러우면 좀 조용히 해달라고 하고 음악 소리를 좀 줄여달라고 하고
뒤에서부터 누가 밀면서 달려들면 밀지 말아달라고 얘기하고 ...
요구할 건 죄다 요구하니 말이다.
그러던 와중에 진중권 씨의 신간을 구입해 보는데
정말 "초공감" 하며 이 곳에 일부만 간략히 올려본다...
나와 함께 "초공감" 할 사람이 많기를 바라며...
-------------------------------------------------------------------------------------
통계에 따르면 한국 운전자들은 녹색 신호등 점등 2초 만에 정확하게 경적을 울리고,
식당에서는 5분 만에 음식이 나오지 않으면 조바심을 내고,
심지어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평균 식사 시간의 4분의 1인 10분이면 뚝딱 해치우며,
술도 바로 취기가 오르는 폭탄주까지 개발해 냈다고 한다.
<세계일보, 2006/07/04>
막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지하철역에서 표를 살 때의 일.
앞사람과 1미터쯤 떨어져 그의 용무가 끝나기를 기다린다.
차례가 되어 창구로 다가서려는데 창구까지 1미터를 접근하는 그 짧은 시간을 참지 못해,
뒷사람들이 나를 제쳐버린다.
수많은 손들이 창구의 아가리에 지폐를 먹이고,
돈을 먹은 창구는 퉤퉤 표를 내뱉으며 거스름돈을 좌르르 게워놓는다.
이 가공할 속도에 압도되어 몸이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버스가 다가오자 기다리던 사람들이 우르르 버스 앞문으로 몰려든다.
주위 사람과 애써 거리를 유지하다가 결국 맨 마지막으로 처진다.
버스에 타니 나보다 늦게 온 이들이 다 자리를 잡았고, 먼저 온 나는 서서 가야 한다.
물론 이렇게 며칠 바보처럼 살다 보니 나도 삶의 지혜(?)가 생겨,
오래지 않아 인간의 품위나 격조 따위는 내팽개치고
버스 문으로 쇄도하여 아귀다툼을 하는 군중의 일원이 된다.
어렵게 올라탄 버스는 늘 급출발에 급정거다. 운행 중엔 내내 급속한 가속과 감속의 변화가 있어,
버스 안의 유기체는 기계가 주는 역학적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언젠가 버스를 내릴 때의 일.
내 발이 버스 문의 발판에서 떨어지자마자 문도 안 닫은 채 버스가 출발을 해버린다.
그때 단 0.1초라도 늦었다면, 아마 내 몸은 허공을 날았을 것이다.
버스의 작동을 인간의 생체 리듬에 맞추는 게 아니라, 인간 생체의 움직임을 버스의 속도에 맞춘다.한국의 버스는 인간을 고려하지 않는다. 거꾸로 인간이 버스의 편의를 배려한다.
빨리 달리고 싶어 하는 버스를 위해 인간의 몸은 신속히 승차하고, 신속히 하차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지체할 경우 운전석에 앉은 인격화한 버스에게 종종 욕을 들어 먹는다.
이때 다른 승객들도 내심 버스 편이다.
<진중권, 호모 코레아니쿠스 中>
미간이 찡그려지게 되는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게다가 교통수단을 이용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까칠한 나로서는 더더욱 그렇다.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내리기 전에 타는 것.
지하철에서 먼저 내리겠다고 뒤에서 미는 것.
지하철에서 자리가 비어 앉으려고 했는데 저 쪽에서부터 뛰어와
내 엉덩이가 미처 자리에 닿기 전에 차지 해버리는 누군가가 있을 때.
버스가 도착하여 입을 쩌억 벌리고 승객들에게 "어서오십쇼~" 할 때
먼저 타겠다고 뒤에서부터 밀고 들어오는 것.
장소를 불문하고 시끄럽게 떠드는 것. 음악을 크게 듣는 것.
마지막으론 과도한 신체접촉까지.
평소엔 싫으면 싫다 표현을 잘 못했던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에 있어서는 그 어느때보다 단호하다.
시끄러우면 좀 조용히 해달라고 하고 음악 소리를 좀 줄여달라고 하고
뒤에서부터 누가 밀면서 달려들면 밀지 말아달라고 얘기하고 ...
요구할 건 죄다 요구하니 말이다.
그러던 와중에 진중권 씨의 신간을 구입해 보는데
정말 "초공감" 하며 이 곳에 일부만 간략히 올려본다...
나와 함께 "초공감" 할 사람이 많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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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에 따르면 한국 운전자들은 녹색 신호등 점등 2초 만에 정확하게 경적을 울리고,
식당에서는 5분 만에 음식이 나오지 않으면 조바심을 내고,
심지어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평균 식사 시간의 4분의 1인 10분이면 뚝딱 해치우며,
술도 바로 취기가 오르는 폭탄주까지 개발해 냈다고 한다.
<세계일보, 2006/07/04>
막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지하철역에서 표를 살 때의 일.
앞사람과 1미터쯤 떨어져 그의 용무가 끝나기를 기다린다.
차례가 되어 창구로 다가서려는데 창구까지 1미터를 접근하는 그 짧은 시간을 참지 못해,
뒷사람들이 나를 제쳐버린다.
수많은 손들이 창구의 아가리에 지폐를 먹이고,
돈을 먹은 창구는 퉤퉤 표를 내뱉으며 거스름돈을 좌르르 게워놓는다.
이 가공할 속도에 압도되어 몸이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버스가 다가오자 기다리던 사람들이 우르르 버스 앞문으로 몰려든다.
주위 사람과 애써 거리를 유지하다가 결국 맨 마지막으로 처진다.
버스에 타니 나보다 늦게 온 이들이 다 자리를 잡았고, 먼저 온 나는 서서 가야 한다.
물론 이렇게 며칠 바보처럼 살다 보니 나도 삶의 지혜(?)가 생겨,
오래지 않아 인간의 품위나 격조 따위는 내팽개치고
버스 문으로 쇄도하여 아귀다툼을 하는 군중의 일원이 된다.
어렵게 올라탄 버스는 늘 급출발에 급정거다. 운행 중엔 내내 급속한 가속과 감속의 변화가 있어,
버스 안의 유기체는 기계가 주는 역학적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언젠가 버스를 내릴 때의 일.
내 발이 버스 문의 발판에서 떨어지자마자 문도 안 닫은 채 버스가 출발을 해버린다.
그때 단 0.1초라도 늦었다면, 아마 내 몸은 허공을 날았을 것이다.
버스의 작동을 인간의 생체 리듬에 맞추는 게 아니라, 인간 생체의 움직임을 버스의 속도에 맞춘다.한국의 버스는 인간을 고려하지 않는다. 거꾸로 인간이 버스의 편의를 배려한다.
빨리 달리고 싶어 하는 버스를 위해 인간의 몸은 신속히 승차하고, 신속히 하차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지체할 경우 운전석에 앉은 인격화한 버스에게 종종 욕을 들어 먹는다.
이때 다른 승객들도 내심 버스 편이다.
<진중권, 호모 코레아니쿠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