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촉촉히 젖었다.
비에 젖은 세상의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에취-
비에 젖은 풍경을 보다 바다에 내렸던 비를 생각한다. 바다비.
작년 이맘때 즈음 입었던 옷을 꺼내 입고 집을 나섰다. 생각보다 쌀쌀한 바람에 소름이 돋았지만 그대로 입고 가기로 했다. "오늘의 컨셉은 이거야."
익숙한 길을 따라 한번은 가봤던 길을 걸으며 두리번거렸고 겨우 길건너 장소를 찾아 무단횡단을 했다.
처음 가본 곳인만큼 낯선 분위기에 낯선 사람이었다. 아담한 공간, 아담한 무대 그리고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곳. 공간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몇 개의 조명과 주렁주렁 달린 크리스마스 트리 장신구. 재밌고 색다른 생각이 들게 하는 곳이었다.
사람들은 무대를 보고 있었고 무대에선 공연을 하고 있었다.
처음 우주의 피로 들었던 우주히피. 콩깍지가 씌면 이래요라는 내용을 담고있는 어찌 그리 예쁜가요라는 노랫말이 기억에 남는 팀이다.
??비? 부나부? 알 수 없던 밴드가 무대 위에서 공연을 했다. 왜색이 짙었고 귀를 찌르는 소리였다. 앞에서는 음악에 취해 연주를 하고 노래를 했으나 관객과의 교류가 없었다. 교류를 시도하려해도 할 수 없었다. 분명 개성이 강했으나 그것 뿐이었다. 부나비는.
검은색 매니큐어를 바른 손톱의 시니컬한 보컬이 기억에 남는 위닝 데이즈. 표정과 행동은 어느 밴드의 보컬을 생각나게 했고 위 두 밴드는 바다비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ŰBERFALL(Assault)
오랜만에 무성영화와 즉흥음악의 만남을 보기 위해 바다비에 갔다.
클럽(살롱?)에서의 공연은 어떨까? 나름 공간도 상상하고 분위기도 상상했다.
상상과는 이만치 어긋났지만 어긋났음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아, 이제 시작이구나.
영화를 보다가 소리가 들리지 않기도 하고
소리를 듣다가 영화가 보이지 않기도 하고
역시 이런 분위기에선 이런 연주를
때론 영상을 소리가 좇고 어라?라며 가우뚱 생각을 하게 하고 열중하기도 하고 재미없어 하기도 하고 그렇게 이십여분동안 재밌게 놀았다.

바다비에 대한 얘기를 들으며 자우림을 생각했다.
"그래서 벽에 파란 페인트가 흘러 내렸구나, 종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