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랜만에 옛 사진을 다시 꺼내보았다.
웬만하면 애들 사진은 예쁜데
난 왜 이렇게 볼이 터질 것 같은 사진뿐인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내 어릴적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아, 이쁘다.’ 는 말보단
터지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박장대소를 하고 만다.

‘왜... 내가 뭐.. 어때서..... 쳇.....ㅡ,,ㅡ;;;’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사진을 보는 모든 사람이
뒤로 넘어갈 듯이 웃을 거란 걸, 난 너무나 잘 안다.

“박수치지 말고 웃어요.”


<2>
사실 난 사진 찍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는지,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고등학교 즈음의 내 사진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걸 보면
어쩌면 그때부터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학창시절.
그 때의 기억은 아직도 불쑥 나를 찾아온다.
TV를 보다가, 책을 읽다가, 글을 쓰다가, 그리고 잠들기 전에
그렇게 예고도 없이.

태연해져보려 하지만 가끔 암초에 부딪힐 때면,
또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가 허우적거리는 나를 발견한다, 오늘처럼...

  “왜.. 그랬을까. 가끔은 다른 얘기에 귀기울여줘도 괜찮을텐데.”
  “왜.. 그랬을까. 가끔은 내 자신을 방어해도 괜찮았을텐데.“

삶이 사람의 일이라.
사람의 일이란 게 또 역시 사람의 일이라,
반복되는 이 시간들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다.


<3>
Camera.
무시무시한 이 물체 앞에서 난
어릴 적 자장면을 떠들썩하게 먹던 것처럼 능청스럽지도
칼에 붙은 크림 하나까지 다 발라먹으려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우습지도
바가지 머리를 하고 쫄쫄이 바지를 입고 친구와 얘기를 나누는 것처럼 자연스럽지도 않다.
어색한 웃음으로
안면근육에 경련까지 일으키며 안간힘을 쓰면서
내가 왜 이래야 되냐고 되묻지만,
그래도 하나는 간절히 바란다.
지금 이 시간만큼은 되돌아봤을 때 아프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