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멘’은 원래 뜨거운 오페라다.
이 집시 여인은 새롭게 찾아오는 사랑도, 운명처럼 기다리는 죽음도 애써 피하려 들지 않는다.
평생 북구 신화에 바탕한 바그너의 오페라에 천착했던 철학자 니체가
작곡가와 결별한 뒤, 빠져들었던 오페라도 비제의 ‘카르멘’이다.
이 뜨거운 오페라는 어디까지나 유럽 남부의 전유물이었다.
올해 타계 30주기를 맞은 전설적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그리스)를 비롯해,
메조 소프라노 테레사 베르간사(스페인)와 아그네스 발차(그리스)까지
‘카르멘’은 지중해 연안 가수들의 몫이었다.
북구의 여인도 카르멘을 연기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한 성악가는
스웨덴 출신의 메조 소프라노 안네 소피 폰 오터(Anne Sofie von Otter)다.
평소 지성적이며 학구적인 자세로 독일과 북구의 노래에 애정을 쏟았던 이 가수는
‘차가움’과 ‘뜨거움’이 절묘하게 혼합돼 있기에 더욱 뇌쇄적이다.
이번에 내한하는 ‘카르멘’ 역시 북구 러시아 산(産)이다.
남부 유럽의 ‘뜨거움’과 러시아의 ‘차가움’이 부딪히면 격렬하게 끓어오를까, 식어서 녹아버릴까...

오늘부터 공연에 들어간
러시아 스타니슬라브스키 극장 오페라단의 "카르멘"에 대한 한 일간지 기자의 프리뷰 기사 입니다.
위의 기사 처럼 주위에 칼라스의 카르멘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발차의 카르멘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은데
저는 개인적으로 마리아 유잉이라는 메조 소프라노의 카르멘을 가장 좋아합니다.
뭐랄까... 도도한 카르멘, 우아한 카르멘이 아니라
정말 동네에서 건들건들 좀 놀아본 카르멘 언니 ^^; 같아서 꽤나 현실감있게 다가왔거든요.

이렇게 세상에는...
수많은 카르멘이 존재하고 또 수많은 나만의 카르멘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내일이면 하콘에서 또 하나의 카르멘을 만나겠지요.
잠시 기사를 읽다가 내일 공연 기대하는 마음으로 몇 자 적어봤어요.
음... 내일은 격렬하게 끓어오를까요, 아니면 식어서 녹아버릴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