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책읽기 365]김동인 단편 전집 1  /  2007. 7. 2.

김동인의 글을 처음 접한 것은 약 30년 전인 1979년, 중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당시 문고판에 실린 그의 단편 소설 중엔 많이 알려진 ‘감자’나 ‘배따라기’도 있었지만,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작품은 ‘광염소나타’와 ‘광화사’였다. 사춘기 시절 읽었던 그 소설들이 나의 예술에 미친 영향이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대한 영향을 준 것만은 분명하다.

“독자는 이제 이 이야기가 아무데서나 일어난 일이라고 해도 좋고, 일어날 일이라고 여겨도 좋으며, 주인공 백성수가 누구라고 생각해도 좋다.”

‘다시 읽는 우리문학 김동인 단편 전집 1’(가람기획)에 실린 ‘광염소나타’의 첫머리 내용이다. 그리고 작가의 의도처럼 나는 이 이야기를 1979년의 박창수라는 인물에 대입해 읽게 되었고 소설의 주인공이 ‘나’라는 생각에 다 읽은 후에는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1930년대에 이런 소설이 쓰였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미래를 예측하는 듯한 김동인의 판타지에 빠져들면서 그 시절에 이 같은 상상력을 발휘했다는 게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 때 받은 감동과 충격은 내가 오랜 시간 용기를 가지고 실험하고자 하는 예술에 더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김동인의 ‘광염소나타’나 ‘광화사’는 매우 어둡고 자극적이다. 하지만 거기서 내가 느꼈던 신선한 충격을 많은 사람들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그것이 지금 마련하고 있는 하우스콘서트로 발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요즘 눈이 많이 나빠졌다. 안경을 쓰고도 돋보기가 필요하다. 시력이 더 나빠지기 전에 또 다른 자극을 한번쯤 더 만나고 싶다.

〈박창수 작곡가·피아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