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로 산 구두가 불편해서 밑창을 덧대러 구두수선집을 들렀다.
신발이 고장나면 어릴적부터 습관처럼 가던 곳이었는데,
키가 자라고 구두의 굽이 점점 높아지면서부터는
이 곳 만큼 잘하는 곳이 없어 더욱 찾는 빈도가 높아지게 되었다.

능숙한 솜씨로 구두굽을 고쳐주며 아저씨가 말했다.
"엄마야... 무지 커버렸구먼. 옛날엔 요만~했는데. 아가씨가 되부렀어."

그러면 나는, 옆에서 아저씨의 구두고치는 거친 손을 지켜보며 앉아 그냥 웃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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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이라는 작은 동네에 살면서
나는 대게 엎어지면 코닿는 곳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녔다.
장장 12년간 등, 하교를 하면서 늘 지나치는 곳이 있었는데
그 곳은 다름아닌 구두수선 집이었다.

동네 구두방을 떠올리면 이 곳의 모습도 어떠한지 대충 그림이 그려지긴 하겠지만,
흔히 "살기좋은 동네 과천" 이라는 문구를 생각해본다면
아파트 숲 그 가장자리에 위치한 이 구두방의 모습은 절대로 어울리는 풍경이 아니다.

한 사람도 들어가 앉아있기 불편한 비좁은 공간.
거무칙칙하고 묵은 때가 좔좔 흐르는 "구두수선" 이라고 쓰인 간판.
선풍기 없이 여름을 보내고, 꼬질꼬질한 아주 구식 기름 난로로 겨울을 나는,,,
적어도 내가 지켜본 17년 동안은 단 한번의 리모델링도 없었던 곳.

누추하다고 표현해야 맞을 정도의 공간이지만
나는 안다.
이 구두방이 그 어떤 곳보다도 병든 신발을 잘 고쳐준다는 사실을.
누구도 이 아저씨처럼 신던 신발을 더 단단하고 튼튼한 신발로 만들어 줄 수 없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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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일을 한 할아버지 처럼 거친 손으로 작업을 하며
나의 어린시절을 기억해 내시는 아저씨께
" 제가 다른 수선집도 좀 가보긴 했는데요, 여기처럼 튼튼하게 해주는 곳 못봤어요. 정말이예요. "
라고 말하고는 또 오겠다는 인사와 함께 문을 나섰다.

내가 지켜본 세월만 17년.
이 세월동안 달라진 건
더 능숙해진 아저씨의 솜씨 그리고 늘어간 아저씨의 주름살 정도가 아닐까?...

같은 자리에서 변함없이 늘 같은 모습인 이 분께
그대는 진정 장인이라고 말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