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서 팔을 위로 뻗고, 손에는 만화책을 든 채 속독하다가
팔이 너무나 아파 오늘은 이쯤해야지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안경을 벗고, 이불을 가슴까지 끌어올린 후
잠을 청해보았는데
스르륵 하고 눈이 감길 때 즈음 나옹이년이 다가와 툭툭 건드리고
또 눈이 감길 때 즈음 나옹이 년이 이불위로 올라와 함께 자자고 하는 바람에
그날은 깊이 잠들 기회를 아무래도 놓칠 것만 같았다.

결국 5시간 정도를 선 잠을 잤는데,
잠들기 전 나옹이가 괴롭혀서는 아닌 것 같고
가만 생각해보니 난 악몽을 꾼 것처럼 기분이 으시시했다.

누군가 내 오른쪽 종아리를 "터억" 붙잡고
"네 다리는 여기서부터는 흰색이고 여기서부터는 얇은데, 또 저기서부터는 굵다."는 둥의
쓸데 없는 소리만 늘어놨던 기억이 아른아른한데
그게 우습기만한 개꿈처럼 여겨지는 게 아니라 왜 으시시하다고 느꼈던걸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출근길에 나섰고,
지하철 안에서 여지없이 어제 읽다만 만화책을 펴드는 순간
머리속에 불이 번쩍번쩍 들어왔다.

어디선가 전권을 예의없게 빌려와서 조심스레 읽는 중인 이 책은
우라사와 나오키(?)의 "Monster"라는 만화책.
이 책 내용을 한 마디로 압축하기는 좀 힘들지만,
수많은 장면들 중에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건
쫓고 쫓기는 내용들 가운데
"후다다닥" 달려서 "타앙"하고 한발의 총성이 울리는 장면들이다.

.....
그래서인지, 난 또 바보스럽게
책 속의 몬스터를 쫓는 Dr.텐마 마냥(아직 다 보진 않았으니 이친구가 몬스터일수도 있지만)
누군가를 마구 쫓다가 발목이 잡히는 꿈을 꾸고 만 것이다...;;;;;

난 계란을 25개나 먹도록
아직까지 현실과 상상, 현실과 동화 세계의 선을 긋지 못하는 걸까?
어릴적에는 파워레인저가 정말 지구 어딘가에 있다고 믿고,
피구왕 통키처럼 불꽃슛을 쏠 수 있다면서 연습을 해대더니,
이젠 추리소설 주인공이 되겠단다.

이런 나를
이 공간 어딘가에 이해해 줄 수 있는 분이 있기를 바라며.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