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10월 22일의 일기 >

오후 3시 30분. 오늘도 어김없이 본관에 결의서 제출차 종종걸음을 했다.
그런데 현관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점점 더 커지는 소리가 있었으니...

처음에는 새가 내는 울음소리 정도로 생각하다가
풀숲 어딘가에 나는 정체모를 소리에 가까워질수록
길냥이(길고양이)가 배고파서 내는 소리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대충 경비아저씨 눈을 피해 잔디밭에 들어가서 혼잣말로 중얼중얼 "너 어딨니?" 라고 불러보니...
에어콘 fan(???) 밑에서 마치 갇혀있기라도 한듯이, 고개만 빼꼼히 내민
너무나 작은 새끼 고양이가 날 보자마자 더욱 미친듯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어미의 마음이라...

길 잃은 나옹이가 우리집으로 그렇게 들어왔듯,
이 아이도 집을 나온걸까, 버려진 걸까, 아니면 엄마를 잃은 길고양이인걸까.

왠지 모르게 마음이 급해진 나는,
편의점으로 달려가 저지방 우유 한 개와 빵을 사들고 다시 풀숲으로 돌아왔다.

원래는 이런거 주면 안되는데....

내일부터는 길냥이용 사료를 주머니에 한웅큼 챙겨야겠다고 생각하며
하루만 이걸로 배를 채우라고 우유와 빵을 주었다.
하지만 경계심이 강한 나머지 울기만 하고 fan 밑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일단 나도 발걸음이 바쁘니 괜찮겠지... 하며 다른 길로 향했다가
곧, 역시 안되겠다 하며 볼일을 다 본후에 다시 살피러 왔더니
너무나 이쁜 태비 고양이가
밖에 놓아둔 빵이며 우유를 먹고 있다가
내가 오는 걸 보고 허겁지겁 다시 지하세계(?)로 기어들어가고 있었다.

잘 먹는 걸 확인하고 발걸음을 돌리자 다시 자길 알아달라는 듯이 미친듯이 울부짖는 새끼냥이.

내일도 그 곳에 있을까?
마음같아선 데리고 집에서 며칠 보살펴주다가 입양보내고 싶지만,
당췌 나올생각을 하지 않는 애를 억지로 꺼낼수도 없는 노릇이다....

모르겠다. 일단 내일은 나선생의 간식이며 식량을 몰래 빼돌려야겠다...
제발, 사람이 내다버린 야옹이만은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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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23일의 일기>

어제 저녁에는 혹시 몰라 집에 있던 나선생의 사료를 비닐봉지에 한웅큼 담았었다.
그 자리에 없을 수도 있지만 혹시 있으면 데리고 올 수도 있으니
나옹이가 쓰는 캐리어랑 물그릇까지 미리 준비해놓고
오늘 출근길에는 차를 가지고 갈 요량이었다.

그런데 길고양이를 데리고 오는 방법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어미가 있는 고양이를 데리고 오는 건 안좋다 하여
며칠 더 두고보고 계속 그자리에 있으면 그 때 업어와야겠다 생각이 들어
사료만 챙겨오고 캐리어며 차는 가져오지 않았다.

그런데...
출근 길, 회사앞에서 커피 한잔 사들고 갈 생각으로 편의점에 향하고 있는데
공원에 소풍나온 중학생들이
"고양이다!" 라며 풀숲에 있는 고양이를 잡아가려고 안달이었다.
가만히 지켜보니 어제 울음소리의 주인공, 인간용 우유를 다 헤치워먹은 그 주인공이 아닌가...

결국 아이들은 그 고양이를 잡아, 품에 안았고
나는 물었다.

"얘들아, 그 고양이 키울거니?"
"(대답은 않고) 키우실래요?"

...
내가 오늘 캐리어만 가져왔더라면, 차를 가져왔더라면
추워서 벌벌 떨고 있는 이 고양이를 데려다가 며칠 보살펴주고 입양보내줬을텐데.
상황이 여의치 못한나는
왜 어제 준비해 놨던 것들을 가지고 오지 않았을까 스스로 원망하면서
대답도 듣지 않고 종종걸음치는 아이들의 뒷모습만 바라봤다.

데리고 올걸 그랬나.
상자에 살짝 넣어서 회사 옥상에 잠깐 올려뒀다 집에 데려 갈걸 그랬나.
아이들이 잘 키워줄까.
귀찮다고 또 아무데나 버리지는 않을까...

오만가지 걱정을 다 하며, 편치 않은 마음을 쓸어내리며 책상앞에 멍한 상태로 앉아있다...
아이들 중 누구라도 잘 키워주길 바라며. 버려지는 일만은 없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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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그 진리를 잊어버렸어."
여우가 말했다.

"하지만 넌 그것을 잊으면 안돼.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언제까지나 책임을 져야 하는 거야.
너는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생텍쥐베리 "어린왕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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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하루 30마리 고양이 안락사 된다...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05&article_id=0000248771§ion_id=102&menu_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