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꽤나 거창합니다만...
하콘 스텝이 된 이후 저는 음반에 대한 약간의 불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얼마나 왜곡된 음악을 음반으로 듣고 있나... 라는 점이죠.
굳이 이유를 말하자면
지금까지 음반보다는 당연히 실연이지... 라고 생각을 해왔던 저는
처음 하콘에서 녹음된 음반을 들었을 때 조금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긴 생각해보니 직접 공연에서 들었던 음악을
라이브 레코딩으로 들어본 경험이 없긴 하더군요.
늘 좋은 실연에 흥분하고 좋은 음반에 감동하곤 했지만
직접 들은 공연을 음반으로 들어본 적은
아마 다른 분들도 그리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여튼 하콘을 하면 할수록 도대체 지금껏 내가 들은 음반의 실연은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저녁에 지난 주말 피에르 앙타이 공연을 다녀온 후배와 통화를 하게 됐습니다.
낮에 칭찬 일색의 리뷰기사를 읽은 참이라 이게 또 염장질을 하겠구나... 싶었는데
후배는 의외의 얘기를 꺼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우리는 얼마나 왜곡된 음악을 음반으로 듣고 있었나...
꽤나 건반악기에 조예가 깊은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에서 직접 쳄발로를 들어보기는 처음이었던데다가
공연장에서 듣는 골드베르크와 디아벨리 변주곡은 느낌이 영 달랐으며
결국 음반과 실연은 다르다는 점을 연주회 내내 생각하다가 왔다고 하더군요.
이 친구는 생각만큼 그렇게 좋지 않았다고…
물론 이 친구의 귀가 절대적인건 아니겠지만
언론에 실린 공연평이라는거 역시 어떤 기준의 잣대는 되지 못하겠구나…
저 역시 많은 생각이 듭니다.

이번 하콘 공연 같은 경우도
사실 어떤 평들이 올라올까 궁금했습니다.
좋아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한편으론 실망하신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올려주신 공연 리뷰들을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기준이 조금 모호해졌다고나 할까요.
공연을 보는 입장과 공연을 하는 입장, 공연을 준비하는 입장
모두의 생각은 다를꺼라 생각합니다. 또 다를 수 밖에 없구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가끔은 이건 나빴다… 이러한 점은 부족했다… 라는 진심어린 충고가
힘이 될 수도 있을거 같다는 생각에 몇 자 적어봤습니다.

우려 하나.
이 글은 특정한 공연을 지칭해서 올리는 글이라기보단,
늘 저희 게시판엔 좋은 점만 올라오는거 같아
혹시 하콘 스텝들이 여기 만족할까 해서 써본 글입니다.

우려 둘.
그럼 지금까지 하콘에서 연주한 연주인들은 연주를 잘 못했다는 말인가…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거 같아 말씀 드리자면, 늘 하콘 무대를 위해 많은 연주자분들이
좋은 곡들을 들려주셨고, 그 날의 현장과는 또다른 느낌의 녹음이 되었기에...
라고 적다보니 역시 소심한 저의 성격이 드러나는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