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점이라는 걸 한번도 본적이 없는 나는,
점을 보면 어떤 말이 나올지 늘 궁금했었다.
단돈 만원만 내면 길거리 같은데서 타로카드라든지 간단히 점을 볼 수 있는곳이야 널려있지만
나는 그때마다 호기심이 발동했다가도 돈 아깝다며 돌아서고 말았었다.

하루는 회사에서 갑자기 "타로카드" 얘기가 나왔는데,
이곳에서는 아직 숫기 없고 얌전한(?) 인턴사원인 나는
조용히 얘기를 듣고 있다가
무료 카드점을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마우스를 천천히 목적지를 향해 옮겨갔다.

접속에 성공하여 여러 카테고리를 둘러보던 중,
특정 카테고리를 클릭했더니
24개 정도의 카드를 널어놓고 그 중에 3개를 뽑으면 3가지의 점괘가 나오는 식이었다.

"재미로 하는건데 뭐." 라고 생각은 했지만 사실 24개 중에 3개를 뽑는 일은 약간 떨렸다.
앞줄로 3개를 할까 뒷줄로 3개를 할까 가운데서 3개를 할까 망설이다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가운데 3개의 카드를 뽑아들었더니......
안그래도 요즘 심난한데 3개의 점괘가 몽땅 불에다 기름 붓는격으로 나와버렸다.
"된장...ㅡ.,ㅡ;;;"

그대로 사이트의 창을 꺼버리려다가 오기가 발동했다.
앞으로 3개를 뽑았는데도 나쁘게 나오진 않겠지.
그렇게 앞으로 3가지의 카드를 뽑았더니 역시 나쁜데다가 앞의 점괘랑 다를바 없는 말이었다.

화딱지가 난 나는 뒤로 3개도 뽑아보기로 했다.
.
.
.
ㅡ.,ㅡ;;;; 역시 말만 조금 다를 뿐, 의미는 비슷한 3가지의 점이 나왔다...

갑자기 성질이 불같이 나기 시작했다.
24개를 일일히 다 뒤집어서
"이게 전부다 나쁜 점만 들어있는 건 아닌지를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늘어진 24개의 카드 속에는
좋은 카드 12개, 나쁜 카드 12개가 아주 착한 비율로 섞여있었고
나는 그 중에 나쁜것만 주르륵 뽑은 거란걸,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는 결과가 나왔다. -.-

왠지 기분이 더더욱 안좋아져 냅다 창을 끄고
안내 전화며, 다른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착착 보기 시작했지만
그 점을 본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난 지금도 약간 불안하기도 불쾌하기도 하다.
아마 이 이후로 인터넷 상의 허접한(?) 점이건 그럴싸한 점이건 간에
궁금해 할 일은 다시는 없긴하겠지만... 그러면 뭐하나. 이미 마음이 상한 것을..

에잇....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