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and wise
매년 마지막 날, 난 오랫동안 재야의 종소리 대신 이 곡을 듣곤 했다.
그 처음이 중학교 1학년때였으니 한참 미쳐있던 핑크 플로이드에서 Alan Parsons, 그의 이름을 처음 들어봤던게고,
그냥 미묘한 보컬의 소리가 좋고, 가슴을 후벼파는 오케스트레이션이 좋고, 지금 들어도 놀라운 사운드가 좋았던게다.
결코 이 노래의 가사를 받아들였던 것이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연말이 되니, 어김 없이 또 이 곡을 찾게 되었다.
혼자 좋으면 될 것을 뭐가 또 허전해서 난 몇몇에게 인사도 없이, "Old & wise ㅠㅠ" 라는 짧은 메시지를 통해 이 음악을 전파시키려 노력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그들에게선 "빙고ㅠ", 혹은 "난 요새 Ammonia Avenue.ㅠㅠ" 따위의 짧은 답변이 돌아온다.
올 연말, 모두가 영화 원스의 음악에 광분하고 있을 때 그래도 케케묵은 이 음악들에 답해주는 친구들이 있음은 분명 행복한 일이다.
그런데 뜬금없는 메시지 하나가 왔다.
"드디어.. 누구냐? 가서 고백해라."
Old and wise 의 가사는 이렇다.
내가 조금 더 늙고 현명해지면,
상처가 되었던 말들도 가을 바람처럼 내 주위에 흩어질 것이다.
시간조차 희미해진 어느 날, 누군가 내게 너를 알았냐고 묻는다면..
난 웃으며 내 친구 중 하나였다고 말할 것이다.
그땐 내 눈에서 슬픔이 사라져있을 것이다. 내가 조금 더 늙고 현명해졌을 때..
아직 내가 이렇게까지나 늙고, 더욱이 현명해진 것 같진 않은데..
오랜 인연의 이 노래 가사가 요즘처럼 이렇게 박혀본 적이 없어 의아해하던 참이었다.
그래서 난 문자메시지처럼 있지도 않은 내 연인을 찾아봐야 했다.ㅠㅠ
풍 경
하루를 마치고 타박타박 집으로 걸어오며 시계를 바라보면 어느새 자정이다.
시계를 보기 위해 손목을 들추는게 싫을 정도로 요즘의 새벽바람은 매섭지만, 난 시계를 확인하고 따뜻한 이불 대신 집 앞에 있는 아주 조그만 bar 로 들어간다.
나름 단골이라 조금 편하게 선곡에 참견할 수도 있겠지만, 맥주를 한잔 더 마실 때만 말을 하면 될 정도로
이 곳의 선곡은 뛰어나다.
딱 요즈음에 Alan Parsons 의 음악을 대거 틀어준 것도 내 의지와는 상관 없는 것이었다.
이 날도 집 앞에서 손목시계를 한 번 들추어 보고는 다시 그 손을 주머니 깊숙이 찔러넣고 집을 지나쳤다.
심각하게 조용한 골목길을 걷고 있는데, "빠아~빠빠빠빠~"하고 아주 먼 곳인 것처럼 트럼펫 소리 하나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어이쿠, 오늘은 김광석이구나. 하고 좁은 계단을 내려간다.
김 광 석
김광석 서른즈음에의 가사는 Old and wise 처럼 굳이 있지도 않은 연인을 찾아야 될 내용은 아니지만,
올 연말 주구장창 이 노래를 찾아 듣고 눈물을 뿌리게 될 79년생들은 많을 것이다.
서른즈음이 아니어서일까?
김광석의 매력적인 음성이나, 시보다 더 하다는 그의 가사들이 이 곡에서만큼은 시작을 알리는 트럼펫 소리에 비할 수 없다.
트럼펫 콘체르토나, 수 많은 재즈 명곡들처럼 한참 동안을 트럼펫 소리만 들을 수는 없었지만,
단 몇 마디 되지 않는 그 트럼펫 소리에 결국 한 잔만 먹겠다던 맥주는 두 잔이 되고 말았다.ㅠㅠ
트 럼 펫
트럼펫은 관대한 악기다.
음악을 위한 것이었다기 보다, 필요성 때문에 그 어떤 악기보다 우리와 오랫동안 함께 해 온..
하지만, 로마시대 병사의 신발을 신은 무표정한 남자가 나팔을 불며 사냥을 나가는 벽화 때문일까, 트럼펫은 무언가 전투적이고, 어떤 행렬의 선두에서 힘찬 표정으로 행진을 해야할 것 같다고 생각되어 진다.
하지만, 트럼펫만큼 서정적일 수 있는 악기도 드물다.
서정성? 하며 몇몇의 목관 악기들이 발끈해 데모를 할지언정, 미안하지만 트럼펫은 그들이 가지지 못한 슬픔까지 가졌다.
베토벤 교향곡을 듣다가 감정이 고조되어 그의 열정에 휩싸일 때가 있다면,
그것은 팀파니의 웅장한 울림때문이 아니라 팀파니가 울릴 때마다 그것을 보듬는 트럼펫이 있기 때문이다.
차이코프스키의 서곡을 듣다가 깜짝 놀랄 폭발을 느낀다면,
그것은 쏘아대는 축포 때문이 아니라 그 축포가 쏟아지는 저 높은 곳을 향해 나팔을 치켜든 트럼펫이 있기 때문이다.
말러의 교향곡을 들으며 서서히 바싹바싹 말라가는 긴장을 느낀다면,
그것은 낮은 곳에서부터 서서히 휘몰아 치는 현악기의 분주한 움직임이 아니라,
그 위에서 마치 우리의 맹~함에 일격을 가하는 듯한 독특한 음색과 선율의 트럼펫이 있기 때문이다.
라 비앙 로즈..루이 암스트롱의 감동 또한 형언할 수 없는 그의 음성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가 거의 모든 악기로 편곡되어져 쏟아지더라도,
아직 트럼펫 소리로 이 음악을 듣지 못한 것은..그 충격을 생각해볼때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크게, 화려하게 드러나 보이고 싶어하는 즈음..
하콘에서의 트럼펫, 그 관대함을 기다리며..
Old and wise
매년 마지막 날, 난 오랫동안 재야의 종소리 대신 이 곡을 듣곤 했다.
그 처음이 중학교 1학년때였으니 한참 미쳐있던 핑크 플로이드에서 Alan Parsons, 그의 이름을 처음 들어봤던게고,
그냥 미묘한 보컬의 소리가 좋고, 가슴을 후벼파는 오케스트레이션이 좋고, 지금 들어도 놀라운 사운드가 좋았던게다.
결코 이 노래의 가사를 받아들였던 것이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연말이 되니, 어김 없이 또 이 곡을 찾게 되었다.
혼자 좋으면 될 것을 뭐가 또 허전해서 난 몇몇에게 인사도 없이, "Old & wise ㅠㅠ" 라는 짧은 메시지를 통해 이 음악을 전파시키려 노력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그들에게선 "빙고ㅠ", 혹은 "난 요새 Ammonia Avenue.ㅠㅠ" 따위의 짧은 답변이 돌아온다.
올 연말, 모두가 영화 원스의 음악에 광분하고 있을 때 그래도 케케묵은 이 음악들에 답해주는 친구들이 있음은 분명 행복한 일이다.
그런데 뜬금없는 메시지 하나가 왔다.
"드디어.. 누구냐? 가서 고백해라."
Old and wise 의 가사는 이렇다.
내가 조금 더 늙고 현명해지면,
상처가 되었던 말들도 가을 바람처럼 내 주위에 흩어질 것이다.
시간조차 희미해진 어느 날, 누군가 내게 너를 알았냐고 묻는다면..
난 웃으며 내 친구 중 하나였다고 말할 것이다.
그땐 내 눈에서 슬픔이 사라져있을 것이다. 내가 조금 더 늙고 현명해졌을 때..
아직 내가 이렇게까지나 늙고, 더욱이 현명해진 것 같진 않은데..
오랜 인연의 이 노래 가사가 요즘처럼 이렇게 박혀본 적이 없어 의아해하던 참이었다.
그래서 난 문자메시지처럼 있지도 않은 내 연인을 찾아봐야 했다.ㅠㅠ
풍 경
하루를 마치고 타박타박 집으로 걸어오며 시계를 바라보면 어느새 자정이다.
시계를 보기 위해 손목을 들추는게 싫을 정도로 요즘의 새벽바람은 매섭지만, 난 시계를 확인하고 따뜻한 이불 대신 집 앞에 있는 아주 조그만 bar 로 들어간다.
나름 단골이라 조금 편하게 선곡에 참견할 수도 있겠지만, 맥주를 한잔 더 마실 때만 말을 하면 될 정도로
이 곳의 선곡은 뛰어나다.
딱 요즈음에 Alan Parsons 의 음악을 대거 틀어준 것도 내 의지와는 상관 없는 것이었다.
이 날도 집 앞에서 손목시계를 한 번 들추어 보고는 다시 그 손을 주머니 깊숙이 찔러넣고 집을 지나쳤다.
심각하게 조용한 골목길을 걷고 있는데, "빠아~빠빠빠빠~"하고 아주 먼 곳인 것처럼 트럼펫 소리 하나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어이쿠, 오늘은 김광석이구나. 하고 좁은 계단을 내려간다.
김 광 석
김광석 서른즈음에의 가사는 Old and wise 처럼 굳이 있지도 않은 연인을 찾아야 될 내용은 아니지만,
올 연말 주구장창 이 노래를 찾아 듣고 눈물을 뿌리게 될 79년생들은 많을 것이다.
서른즈음이 아니어서일까?
김광석의 매력적인 음성이나, 시보다 더 하다는 그의 가사들이 이 곡에서만큼은 시작을 알리는 트럼펫 소리에 비할 수 없다.
트럼펫 콘체르토나, 수 많은 재즈 명곡들처럼 한참 동안을 트럼펫 소리만 들을 수는 없었지만,
단 몇 마디 되지 않는 그 트럼펫 소리에 결국 한 잔만 먹겠다던 맥주는 두 잔이 되고 말았다.ㅠㅠ
트 럼 펫
트럼펫은 관대한 악기다.
음악을 위한 것이었다기 보다, 필요성 때문에 그 어떤 악기보다 우리와 오랫동안 함께 해 온..
하지만, 로마시대 병사의 신발을 신은 무표정한 남자가 나팔을 불며 사냥을 나가는 벽화 때문일까, 트럼펫은 무언가 전투적이고, 어떤 행렬의 선두에서 힘찬 표정으로 행진을 해야할 것 같다고 생각되어 진다.
하지만, 트럼펫만큼 서정적일 수 있는 악기도 드물다.
서정성? 하며 몇몇의 목관 악기들이 발끈해 데모를 할지언정, 미안하지만 트럼펫은 그들이 가지지 못한 슬픔까지 가졌다.
베토벤 교향곡을 듣다가 감정이 고조되어 그의 열정에 휩싸일 때가 있다면,
그것은 팀파니의 웅장한 울림때문이 아니라 팀파니가 울릴 때마다 그것을 보듬는 트럼펫이 있기 때문이다.
차이코프스키의 서곡을 듣다가 깜짝 놀랄 폭발을 느낀다면,
그것은 쏘아대는 축포 때문이 아니라 그 축포가 쏟아지는 저 높은 곳을 향해 나팔을 치켜든 트럼펫이 있기 때문이다.
말러의 교향곡을 들으며 서서히 바싹바싹 말라가는 긴장을 느낀다면,
그것은 낮은 곳에서부터 서서히 휘몰아 치는 현악기의 분주한 움직임이 아니라,
그 위에서 마치 우리의 맹~함에 일격을 가하는 듯한 독특한 음색과 선율의 트럼펫이 있기 때문이다.
라 비앙 로즈..루이 암스트롱의 감동 또한 형언할 수 없는 그의 음성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가 거의 모든 악기로 편곡되어져 쏟아지더라도,
아직 트럼펫 소리로 이 음악을 듣지 못한 것은..그 충격을 생각해볼때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크게, 화려하게 드러나 보이고 싶어하는 즈음..
하콘에서의 트럼펫, 그 관대함을 기다리며..
Old and wi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