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2002년 12월 11일 - 음악과 하우스와의 만남
- 등록일2006.01.20
- 작성자정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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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하우스와의 만남
잔잔한 감동 주는 ‘하우스콘서트’ 인기
외형적 경계 없이, 연주자 호흡 바로 느낄 수 있어
국악, 클래식, 재즈음악 등 다양한 장르 음악 선사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단독주택에서 ‘하우스콘서트’가 매달 두차례에 걸쳐 개최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지난 7월 12일에 첫 선을 보인 ‘하우스콘서트’는 말그대로 ‘집에서 하는 음악회’를 말한다. 예술가들의 작업을 거창한 장소가 아닌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집에서 공연을 개최한다는 것. ‘하우스콘서트’를 생각해낸 인물은 작곡가 겸 퍼포먼스 피아니스트 박창수씨로 자신의 양옥집 2층을 개조해 ‘콘서트’장을 만들었다.
“고등학교때부터 생각해오던 일이예요. 삶의 공간인 집이라는 곳에서 편안함을 느끼면서 연주를 감상한다면 공연장에서 느끼는 감동보다 실질적으로 느끼는 감동이 두배는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죠. 연주자의 숨결까지 느끼며 연주를 공유하고, 연주 후에는 연주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포도주 한잔하는 거 멋잇지 않아요?” 박창수씨는 필요에 의해서 가는 음악회가 아닌, 음악을 즐기기 위해 찾는 그런 공연장을 찾고 있었다. 외형적인 경계가 없고 호흡을 바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인 집을 선택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첫 공연에는 50여명쯤 왔었어요. 25평 남짓한 공간이 꽉 차더군요. 많이 참석하리 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너무 고맙더라구요.” 첫 무대를 장식한 연주자는 바로 ‘하우스콘서트’를 계획한 박창수씨와 일본 피아니스트 치노 슈이치(千野秀一)였다. 첫 번째 공연은 좋은 반응을 불러 일으켰고, 이후 이곳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점차 늘어났다. 어느새 입소문으로 전해져 건축가, 컴퓨터, 미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오히려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연령층 또한 20대부터 70대까지 폭넓다. 지금까지 한 번 이상 다녀간 관객만 해도 무려 4백여명. 박창수씨는 한번 다녀간 사람들의 이메일을 꼭 받아 놓는다. 공연일정과 세미나 등을 꼼꼼히 체크해 한사람 한사람에게 통보해주고 소식을 전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저희 공연은 무조건 참여하는 것이 아닙니다. 미리 어떤 프로그램의 공연이 있는지 알려주고, 관심있는 사람만 자발적으로 참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이 무대는 한 장르에만 국한돼 공연이 펼쳐지지 않는다. 국악부터 재즈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사하고 있어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를 선택해 언제든 마음놓고 참석할수 있기 때문이다. ‘하우스콘서트’는 강요에 의한음악회가 아니기 때문에 진정으로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만이 모인다는 것.
‘하우스콘서트’는 평균 2주에 한번씩 금요일에 1시간에서 1시간 반 동안 개최되고 있으며 주로 free music과 클래식 음악이 70%를 차지하고, 나머지 부분은 요가와 마임 등 다른 예술분야와 접목시킨 공연이 개최되고 있다. 지금까지 강태환(알토 색소폰), 김대환(타악), 최선배(트럼펫), 이병우(기타), 이영경(피아노),박정민(첼로), 강은일(해금), 허윤정(거문고), 유경화(철현금), 문성준(컴퓨터음악), 김기철(테너 색소폰), 윤재현(타악), 원일(타악), 이돈웅(컴퓨터음악),장정미(보컬), 강권순(보컬) 등 프로 연주자들이 참석해 관객들과 담소를 함께 나눴다.
한편 이 공연이 관객들로 하여금 꾸준한 인기를 끄는 비결은 공연이 끝난 후 연주자와 함께 와인파티가 벌어진다는 사실이다. 치즈와 크래커를 안주삼아 연주자와 담소를 나누며 음악적 기운에 흠뻑 빠져든다. “와인파티와 연주자들의 교통비를 위해 참석할 때마다 관객들에게 2만원씩을 받고 있어요. 사실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음악을 좋아해서 모이는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문제가 없답니다.” 사실 턱없이 모자르지만 박창수씨는 조금이나마 감동을 받고 돌아가는 사람들의 미소속에서 행복과 보람을 찾는다. 앞으로 제 13회 하우스콘서트는 12월 13일 부산대 박을미 교수의 ‘고음악기보법’ 세미나로 개최되며 제14회 하우스콘서트는 올해의 마지막 행사로 지금까지 함께 했던 예술인들과 갈라콘서트를 12월 27일에 계획하고 있다.
박창수씨는 “아직 우리에겐 어색한 문화라고 생각될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외국에서는 간혹 만날수 있는 공연 방식”이라며 “저의 하우스콘서트가 문화운동의 조금이나마 힘이 돼 하우스 콘서트가 보편화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음악문화에 익숙해져서 특정인만이 즐기는 장르가 아닌, 가족적인 분위기 속에서 음악을 즐길수 있는 문화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5세부터 작곡에 두각을 나타낸 박창수씨는 8세부터 피아노를 익혔으며 14세부터는 퍼포먼스에 발을 들여놓을 정도로 일찍이 음악에 조예가 깊었다.서울예고와 서울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현재 국내 뮤직 퍼포먼스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86년 바탕골 소극장에서 ‘혼돈’이라는 작품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 국내를 비롯한 독일,폴란드,영국,일본 등 약 15개국에서 퍼포먼스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꾸준히 정기 연주회를 개최해 오고 있으며 세계 작곡가연맹(ISCM)의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글=이양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