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yle] 2003년 1월호 - 하우스 콘서트를 즐기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 등록일2006.01.20
- 작성자정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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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콘서트를 즐기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집에서 콘서트를 즐긴다? 음악회를 집에서 즐긴다고 하니 범접하기 어려운 돈 많은 사람들의 문화 생활일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단촐한 느낌의 작은 콘서트가 연상되기도 한다. 지금 당신의 머릿속에 떠올려지는 하우스 콘서트란 무엇인가.
‘하우스 콘서트’ 라는 익숙한 단어의 낯선 조합은 기묘한 느낌을 준다. 집이라는 오붓하고 안락한 공간에 격식과 무게가 거하게 느껴지는 콘서트라는 말이 합쳐져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의문을 몰고 온 사람은 작곡가이자 연주자이며 퍼포머이며, 하우스 콘서트의 공연 기획자이기도 한 프리 뮤지션 박창수이다. 그가 지난해 7월 12일 하우스 콘서트를 열었다. 국내 최초의 대중적인 하우스 콘서트인 이날 공연은 언론을 오르내리며 ‘하우스 콘서트’ 라는 새로운 화두를 사람들에게 던지는 계기를 만들었다. 하우스 콘서트란 말 그대로 집에서 하는 콘서트. 박창수 씨는 연희동 자신의 집 2층 거실을 개조해 콘서트를 열었다.
그의 하우스 콘서트가 기화가 되어 열리게 된 것인지는 확인할 바 없지만 이후 또 다른 하우스 콘서트에 대한 얘기가 간간이 들려오고 있다. 박성용 금호그룹 명예회장은 서울 한남동에 집을 새로 지으면서 거실을 음악 홀처럼 단장하여 하우스 콘서트를 열었다. 경남 거창과 서울 세검정, 평창동에도 하우스 콘서트를 열기 위해 집을 고치고 있는 소설가와 연주자들이 있다고 한다. 하우스 콘서트를 여는 사람들뿐 아니라 하우스 콘서트에 관객으로서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도 꽤 많아서 박창수 씨의 홈페이지(www.free-piano.com)에는 하우스 콘서트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드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예들을 볼 때 확실히 ‘하우스 콘서트’ 라는 새로운 개념이 일반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것만은 사실인듯 싶다.
그러나 아직 붐을 탓다거나 일반화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저 신선한 공연 형식을 한 가지 접한 정도의 수준일 뿐 어떻게 즐겨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고 가까이 하기 어렵게 느껴진다. 서구의 귀족 문화에서 유래한 하우스콘서트는 아무래도 재력이 있는 사람들이나 접할 수 있는 것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연주자들이 집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소수의 특정인만을 상대로 연주를 하는 것이므로 일반인들은 범접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게 마련이다. 물론 박창수 씨의 하우스 콘서트는 연주장, 무대와 객석이라는 공식화된 공간이 가져오는 벽을 허물고 음악을 대중 가까이 가져가서 더 많은 감동을 주려는 의도로 만든 대중적인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개인적 공간이라 할 수 있는 타인의 집을 찾는다는 것 역시 아직 우리에게는 낯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창수 씨는 어떤 형태이든 앞으로 하우스 콘서트가 양성화되길 바라며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관객과 연주자가 교감하는 것이 그 어떤 연주회장보다도 강렬하기 때문이다. 그는 “하우스 콘서트에 대해 관객들과 연주자가 매우 만족하고 있어요. 개인 주택에서 하다보니 처음 오는 사람들이 멋쩍어 하지만 한두 번 온 사람들은 꾸준히 옵니다. 집에서 한다고 해서 가벼이 하는 건 아니에요. 연주자들은 큰 홀에서보다 오히려 하우스 콘서트가 더 긴장된다고 해요. 그렇지만 관객과 함께하는 맛을 알게 되면 빠져들지 않을 수 없어요” 라고 설명한다. 해외에서는 개런티와 상관없이 관객들과 호흡하는 공연이 좋아서 하우스 콘서트를 기획하는 유명 연주자들이 많이 있다. 안 트리오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연주도 12년째 연말이면 맨해튼의 한 가정집의 가족 모임을 위해 하고 있는 연주라고 한다. 공연 도중 그 가족들과 음악에 대해 얘기하며 웃을 수 있는 그 느낌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예술고등학교 재학 시절 친구들과 함께 연습을 위해 집에서 연주하는 것이 연주회장에서의 연주보다 훨씬 감동적이었던 것에 착안하여 하우스 콘서트를 기획하게 되었다는 박창수. 그의 이런 공연 기획 의도는 충분히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겉멋으로 연주회장을 가는 경우가 많은데 하우스 콘서트의 정착이 음악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그것에 즐거워할 줄 아는 사람들을 늘어가게 할 것이라 기대된다.
하우스 콘서트를 즐기는 것은 별다른 것이 아니라 음악을 즐기고 향유하는 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 재벌들의 사교 문화나 특정 아티스트의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누구나 집에서 사람들과 음악을 즐길 수 있으면 그것이 곧 하우스 콘서트다. 이제 하우스 콘서트를 즐기는 사람들의 대열에 합류해 봄이 어떨까. 어릴 때부터 피아노 학원이니 뭐니 열심히 공부했지만 진정 음악을 즐길 줄 모른채 자란 우리가 새로이 눈을 뜨는 계기가 될 것이다.
/editor=이윤미 | photographer=이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