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odeling World] 2003년 1월호 - 하우스 콘서트 여는 박창수씨
  • 등록일2006.01.20
  • 작성자정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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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곳

하우스 콘서트 여는 박창수씨



자신을 솔직하게 보여준다는 것은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마음이 어떤지, 생각이 어떤지를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일은 안으로 감춰둔 것이 많은 사람이라면 주위에서 그 사람을 알아내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음악가의 집은 어떨까’ 라는 궁금증을 손에 쥐고 하우스 콘서트를 찾앗던 오후, 다행히도 바쁜 일상속에서 걸어나온 손님에게 겸손하고 따뜻한 마음씨로 지그시 인사하는 한 남자를 만날수 있었다.







음악가의 집



음악가의 집은 화려할 거야 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작곡가 박창수씨 자택을 찾았을 때, 현관을 통해 보여지는 집안은 집주인처럼 꾸밈없이 순수한 모습이엇다. 한가롭게 느껴지던 실외의 작은 정원. 그곳에서부터 현관문까지 사람을 반기며 따르던 골든 리트리버와, 이와는 달리 거실 한 켠에서 손님을 경계하며 사납게 짖어대는 시츄는 여느 집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시츄는 아내가. 래트(골든 리트리버 줄임말로 붙인 이름)는 제가 길렀는데 이제는 서로 많이 친해졌습니다. 시츄는 안에서 키우고 래트는 밖에서 키워요. 시츄는 주인밖에 따르지 않는데, 이 녀석은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큰일입니다. 도둑이 들더라도 좋다고 꼬리를 칠 겁니다.”

실내를 돌아보자. 그는 음악가에 대한 화려한 환상을 가지고 이곳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침실과 부엌, 응접실, 드레스 룸 이렇게 네 개의 공간을 소개하며 생각보다는 단촐한 집이라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2층 리모델링을 계획하면서 1층까지 새롭게 바꿨습니다. 기대하신 만큼 화려하지는 않아요. 아내와 제가 생활하기에는 적당한 규모이지요. 이층에는 제 작업실이 있는데 그곳에서 하우스 콘서트를 진횅합니다. 벌써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그 동안 아내의 배려와 이해심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아내의 따뜻한 마음씨가 느껴지는 1층



집이 바뀌고 난 후에도 아내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전통 창살 무늬 창과 아담한 침대가 놓여 있는 안방, 빌트 인 가구로 동선이 말끔한 부엌, 전통 자개장이 연상되는 인상적인 거실 모두 아내가 실내 디자인을 한 것이다.



리모델링을 하면서는 개집도 새롭게 지어 주었다고 한다. 어떻게 지었을까 궁금한 마음에 밖으로 나가보니 유리창 달린 나무 개집이 베란다 한구석에 놓여 있다. TV 보는 것을 좋아해서 그곳에 TV도 장만해 주었는데,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은 금새 증명됐다.



0.5평 남짓한 개집 안에는 정말 TV가 한 대 놓여 있었고, 방금 전까지 발목을 붙잡고 놔주지 않던 개는 자신이 좋아하는 장면이라도 나왔는지 어느새 집으로 쪼르르 달려가 착한 아이처럼 화면 앞에 앉는 것이다.



이러한 광경에 매우 놀라워하자 그는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8년 동안 동거동락해온 래트가 아마도 자랑스러운 모양이었다. 그의 집을 방문한 손님들 가운데는 사람 잘 따르고, TV도 보는 래트를 기억하고 안부까지 물어오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아내가 개집 문 위에 붉은 양말 트리 장식을 달아주었는데, 녀석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매우 좋아하며 집을 들락날락 거렸다. 그때 그는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일을 아내가 대신 해주어서 참 고마웠다고 한다. 집안을 가꾸고 장식하는 일에는 아직까지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을 할 때도 집을 지켜준 사람이 바로 아내여서 그는 늘 아내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그리고 일층 공간은 그의 말대로 현란하지 않았지만, 집안 곳곳에 집과 가족을 사랑하는 여인의 세심함이 묻어나 아름다워 보였다.





텅 빈 공간을 채우는 하우스 콘서트



2층으로 올라갔을 때 처음 마주한 것은 텅 빈 공간이었다.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베란다 창으로부터 쏟아지는 햇살에 아주 잠깐 은빛으로 출렁이던 원목 마루에는 잡동사니 하나 놓여 있지 않았다. 그 공간을 사이에 둔 벽면 한끝에는 그의 작업 데스크가, 또 다른 끝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한 대 놓여 있었다.



“스타인웨이 피아노는 제가 제일 아끼는 보물입니다. 공연이 있는 날은 피아노 바로 앞에서부터 작업데스크가 있는 곳까지 손님들이 꽉 들어찹니다. 불과 몇 미터 앞에서 관람객과 마주하며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동적인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제 자신의 발표 연주를 위해 마련한 공간이지만, 지금은 다른 예술인을 초청해 한 달에 두번 정기적으로 공연을 갖고 있습니다.”



고둥학교 재학시절 친구들끼리 서로의 집에 몰려 다니면서 피아노 연습을 하던 도중 하우스 콘서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는 그는 공연을 통해서 공연자와 관람객이 하나되는 순간은 표현이 불가능할 정도로 감동적이라고 말한다. 대형 콘서트 홀에서는 미처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감동을 하우스 콘서트 홀에서는 생생하게 맛볼 수 있는 것이다.



“불과 몇 달만에 하우스 콘서트가 유명해진 것은 바로 이런 까닭에서 일겁니다. 공연에는 서로 알지 못하는 손님들도 많이 참여 하시고, 또 예술 장르에 전문지식이 없는 분들도 많이 오십니다. 한번은 동네분이 소문을 듣고 찾아오셨는데, 기대 이상이었다며 흡족해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연말에는 그 동안 함께 하우스 콘서트를 진행했던 예술인들과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입장료가 무료입니다. 물론 공연이 끝나고 마실 술은 각자 잊지 말고 지참해 오셔야 합니다.”



이 텅 빈 공간이 사람들로 가득 채워지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감동적이다. 하우스 콘서트를 회상하며 아이처럼 행복해 하는 그의 얼굴에서 작곡가 타이틀 뒤에 숨어 있는 한 남자의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씨를 엿볼 수 있었다.





하우스 콘서트(www.free-piano.com)

/글=최현주 기자 | 사진=엄치언 기자/







* 사진설명 *



- 자신이 가장 아끼는 스타인웨이 피아노에 앉아 있는 박창수씨

- 작업실 겸 하우스 콘서트 홀 전경

- 세개의 방을 허물고 공간을 튼 2층. 조용한 동네 한 가운데 집이 있어 방음시설을 철저히 했다. 작업대가 있는 공간은 하우스 콘서트 홀을 넓게 활용하기 위해 아주 간소하게 공간을 구하고, 한켠에는 그동안 모아두었던 DVD와 CD를 편리하게 보관 할 수 있도록 넓은 수납장을 마련했다.

- 작업 데스크는 작업할 때 움직임이 편리하도록 ㄷ자 형태로 했다. 데스크 아래에는 장비 크기에 맞는 수납공간을 마련,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어느 위치에 앉아도 바라볼 수 있는 창이 마음을 탁 트이게 해준다.

- 1층 여유공간에 응접실을 마련했다. 정갈한 소파와 오래된 전축, 사방이 시원하게 뚫린 듯한 느낌을 주는 창이 인상적이다. 콘서트 홀이 꽉 찰 경우 이곳에서 위성 중계로 공연을 감상하기도 하기 때문에 소파 앞에는 대형 TV를 마련해 두었다.

- 무용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아내와 그의 보금자리, 전통 창살무늬가 아름다워서 창에는 일부러 커튼을 달지 않았다. 침대 양 견에 놓여 있는 조명이 더욱 그윽한 느낌을 자아낸다.

- 콘서트 후 관람객들이 베란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야외용 난로를 두 대 구입했다.

- 1층은 기존 공간에 커다란 변화를 주지 않았다. 내부 마감만 새롭게 하고, 문턱을 높였을 뿐이다. 부엌에 식탁을 들여놓지 않아 식사는 거실에서 주로 한다. 베란다 밖으로는 바로 정원이 있다.

- 조용하고 아늑한 하우스 콘서트 외부 전경. 크게 바꾼것은 없지만 창호를 교체해 깔끔한 느낌이다. 베란다는 손님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바닥을 원목으로 바꾸고 의자와 테이블도 마련해 놓았다. 공연이 끝나고 밤하늘을 보면서 와인을 마시기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