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UB BALCONY] 2003년 4-6월호 - 삶의 공간에서 느끼는 연주자의 숨결
- 등록일2006.01.20
- 작성자정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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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공간에서 느끼는 연주자의 숨결
박창수의 하우스 콘서트
만약 CD나 테입에 담긴 가공된 음악에 질렸다거나 경직되어 있는 공연 문화에 지루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하우스 콘서트를 추천한다. 하우스 콘서트란 말 그대로 집에서 열리는 콘서트를 의미한다. 물론 아직 우리 정서에 익숙한 문화는 아니지만 이미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일상화된 연주 문화이기도 하다. 18세기부터 살롱 문화라고 불리며, 집에서 오붓한 음악회를 즐기고 와인과 차를 마시며 지인들과의 즐거운 만남을 가졌던 것이었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그것이 시작되고 있다.
지난 1월 29일 연희동에 위치한 박창수씨의 집에서 제16회 하우스콘서트가 열렸다. 그는 국내에선 처음으로 하우스콘서트를 선보이기 시작해, 한 달에 한두번씩 음악회를 열어 왔는데 그것이 벌써 16회 째를 맞고 있다.
옛 살롱 음악회 재현한 오붓한 친교의 장
그 동안 공연장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이라면 하우스콘서트를 쉽게 상상할수는 없을 것이다. 박창수씨는 자택의 2층을 개조해 공연장으로 만들었다. 공연장이라고 말하면 거창하게 들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리 넓지 않은 그의 공간은 소규모 공연을 훌륭히 소화해 낼 수 있는 아담한 곳이다.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2층을 자신의 작업실로 쓰고 있었다. 물론 지금도 연주가 없는 날은 자신의 작업 공간으로 활용 한다. “그 동안 공연을 많이 보러 다녔지만, 공연장에서는 관객과 연주가의 교감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걸 느끼곤 했습니다. 저도 피아노 연주를 하다 보면 제 감정이 극에 달할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땐 관객들도 그걸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사실 넓은 공연장에서 그것이 힘들죠. 그래서 집에서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절실히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과거 유럽에서는 하우스콘서트가 하나의 귀족 문화로 자리 잡고 있었으며, 그 편안함 속에서 사람들은 친분을 다지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하우스콘서트의 가장큰 매력은 바로 편안하고 오붓한 음악회라는 것이다. 약 25평 정도인 그의 공간 역시 좁지만 아주 짜임새 있으면서도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공연장과는 달리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다. 피아노가 놓여진 공간을 제외하고 어떤 자리든 관객들은 마음에 드는 곳에 방석을 깔고 앉아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관객의 자리가 끝나는 뒷편에는 여러 가지 기계시설들과 그가 모아둔 CD와 디스크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다. 처음에는 지인들에게 메일로 연주회 소식을 알리며 공연을 가졌는데, 그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퍼지면서 음악 애호가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요즘은 보통 20~30명 정도의 관객들이 찾아오곤 한다.
“이제는 제가 전혀 모르는 분들도 공연을 보러 오시곤 하죠. 저도 놀랐습니다. 공연을 보러 오신 분들의 이메일 주소를 메모해서 정기적으로 그 분들에게 공연 정보를 알려 드려요. 그렇게해 그분들이 친구나 가족과 함께 오시고, 또 입소문을 내주신 것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 같습니다.” 라고 기쁜 마음을 전했다.
그 동안 마임이스트 유진규, 기타리스트 이병우, 오보이스트 손형원, 타악기 주자 김대환, 색소폰 주자 강태환 등이 박창수 씨의 집에서 공연을 가졌다. 특히 마임이스트 유진규는 박창수의 즉흥연주에 맞춰 마임을 선보이는 등 이색적인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지난 1월 29일 공연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채유미와 피아니스트 최경아가 프랑스 작곡가들의 작품만으로 공연을 가졌다. 드뷔시, 생상스, 라벨 등의 음악을 연주하고 자신들이 그 음악을 선곡한 이유와 음악을 공부하고 연주할 당시의 경험과 느낌을 편안하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채유미 씨는 “각기 색깔이 다르지만 동시대에 음악을 했던 그들을 다시금 느껴보고 싶었어요. 드뷔시의 음악은 마치 입맛을 돋우는 에피타이저 같다면 고전적인 스트럭처를 가지는 생상스의 음악은 메인 디쉬와 같죠. 또 화성적인 색채가이 짙고 선율감이 많은 라벨의 음악은 제일 마지막에 연주하고 싶었어요.” 라며 자신의 느낌을 전했다. 박창수 씨는 공연을 진행하며, 관객과 연주자 사이에 느껴지는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중간중간 에피소드를 이야기 하기도 하며, 관객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이날 공연을 찾은 관객들은 ‘연주자의 손떨림 하나하나, 숨소리조차도 느껴지는 것이 하우스콘서트의 매력’인 것 같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우스 콘서트의 또 다른 매력은 콘서트 뒤에 이어지는 조촐한 파티다. 하우스콘서트의 티켓은 2만원으로 저렴한 편인데, 이것은 연주자를 초빙하거나 악기를 조율하는데 쓰여지고, 그 나머지는 파티에 쓰일 와인과 과자를 준비하게 된다. 와인을 마시며 그 날의 공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며 처음 보는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 정서에는 조금 이색적인 하우스콘서트 문화가 앞으로도 애호가들 사이에서 색다른 공연 문화로 정착되길 바란다.
/에디터=정세영 | 사진=도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