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03년 8월 6일 - "프리뮤직 퍼포먼스 틀-형식깨고 즐겨라"
- 등록일2006.01.20
- 작성자정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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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뮤직 퍼포먼스 틀-형식깨고 즐겨라"
금호아트홀서 공연 즉흥피아니스트 박창수씨
피아노를 드럼 두드리 듯하며 피아노 연주를 퍼포먼스로 삼는 박창수(39)씨. 그가 정통 클래식 공간으로 이름난 서울 금호아트홀에 오는 8일 초청됐다. 금호아트홀에 프리뮤직(즉흥) 연주자가 초청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막상 초청해 놓고도 금호아트홀측에서 피아노 망가질까봐 "피아노 괜찮겠죠"라며 "확인반, 다짐반"을 했다.
1990년 그의 도쿄 공연 "레퀴엠"을 생각하면 그런 걱정이 이해된다. 그때 그는 무대를 뒤덮는 하얀 대형 천 속에서 25분간 피아노를 쳤다. 두 손에 돌을 쥔 채 손을 붕대로 감고, 눈을 가리고, 목구멍 깊숙이 핀 마이크를 꽂은 채였다. 주먹 쥐고 치는 피아노 소리와 고통스런 숨소리. "부자유한 상태를 테스트해본 것이다. 어떤 부자유한 조건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게 그의 이유다.
6살 때부터 작곡을 했다는 그가 생애 첫 뮤직 퍼포먼스로 세상을 놀라게 한 건 14살 때. 12채의 한옥 대문에 돼지 피를 묻혀 "12"라는 숫자를 쓰고 대문 앞 공터에 불을 지펴 제의식을 치른 후 집집마다 대문을 두들긴 뒤 알몸으로 도망간 게 그것이었다. 서울대 음대 작곡과 재학시절, 검은 천으로 음대 건물을 뒤덮고 그 앞 공터에 땅을 판 후 불을 지르는 작품 "호흡"을 공연하기도 했다. 그것도 모자라 수석입학했던 학교를 졸업 1년도 안 남기고 자퇴했다.
"20년 전 작곡한 "개자식의 꿈"과 "인간도 역시 동물이다" 등을 통해 사회를 고발했지만 퍼포먼스도 작품 구성에 필요한 일부일뿐입니다. 거친 작품 성향 때문에 음악계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기도 했지만, 요즘은 차츰 제 음악을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지난달 서울대에서 열린 현대음악제(프리 오디오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된 것도, 금호아트홀 공연도 달라진 사회 인식을 보여주는 셈이다.
그에게 즉흥연주란 자유인 동시에 가장 커다란 공포다. 특히 홀로 하는 즉흥은 체력소모나 심리적 압박감이 5배쯤 배가 된다. 그는 딱 두번, 즉흥연주를 하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고 고백한다. 94년 독일문화원 공연 때는 자신만 실패한 걸 알도록 능숙하게 감췄고, 워커힐 미술관에서는 연주 중간에 포기하고 피아노를 내려온 기억이 있다. 그래도 씨어터제로 개관공연 때는 24시간 12분이라는 최장시간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가 피아노에 앉아 있는 24시간 동안 콘트라베이스, 오보에 연주자들은 잠시 사우나를 하거나 눈을 붙이고 올 정도였다. 객석의 관객이 시간대별로 바뀌었고, 그의 장인 장모는 "내 사위 죽는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에겐 구도하듯, 마음이 빈 상태로 연주할 수 있도록 마인드 컨트롤 잘하는 게 공연 준비의 전부다. 지난 1년간 격주로 금요일마다 자신의 연희동 자택을 개방, 연주인들은 물론 간간이 자신도 무대에 섰던 "하우스 콘서트" 처럼. 프로그램란에도 "전곡 즉흥연주"라는 설명이 전부다. 금호아트홀 공연도 "서머 인 블루(Summer in blue)"라는 컨셉트만 정해졌을 뿐이다. "한 곡을 할지, 여러 곡으로 갈지, 또 제가 어떤 연주를 할지 퍼포먼스를 할지 제 자신도 그날이 되어봐야 알아요."
공연 시간은 오후 8시, 전석 2만원, (02)6303-1919. www.free-piano.com
/김은진기자 jisland@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