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YOU] 2003년 9월호 - 이색 문화공간
- 등록일2006.01.20
- 작성자정성현
- 조회2507

이색 문화공간 - 「박창수 하우스 콘서트」
생생한 원음의 감동 그대로
지난 8월 14일 저녁 8시.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박창수 씨의 연희동집 2층「하우스 콘서트」 현장. 하나 둘 찾아와 자리를 메우곤 소고소곤 담소를 나누던 관객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으로 향했다. 일순 감도는 묘한 설레임과 긴장감. 그리고 정적을 깨며 갈채 속에 등장한 이 날의 연주자 Harada Yoriyuki. 일본 프리뮤직계의 거장으로 추앙받는 그는 이날 한국 관객을 상대로 갖는 최초의 피아노 연주를 매니지먼트사 주도의 대형 콘서트홀이 아닌 "하우스 콘서트"라는 이름없는 무대를 통해 아낌없이 선사했다. 그리고 스스로도 관객들의 열광된 호흡에 동화되어 파워풀한 무대를 선보이며 공연 내내 흡족해 했다.
관객들의 관람 자세도 자유스러웠다. 피아노를 중심으로 30평이 채 못되는 마루 바닥에 방석을 깔고 편안하게 앉은이가 있는가 하면, 벽에 기대고 계단에 걸터앉아 저마다 음악에 취해있다.
프로그램없는 즉흥연주로 일관한 공연이 끝나자, 무대는 이날도 어김없이 집 주인이 정성들여 마련한 와인파티로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관객, 연주자할 것 없이 감미로운 와인 한잔을 마시며 유쾌한 뒷풀이를 즐겼다. 이날 가장 많은 스포트 라이트를 받았던 게스트 하라다 씨는 "첫 시작은 무척 긴장됐지만, 여러분의 뜨거운 숨결에 나도 모르게 도취되어 연주를 어떻게 했는지..."라고 화답해 웃음꽃을 피웠다.
지난해 7월부터 열기 시작해 어느덧 31회를 맞은 하우스 콘서트의 주인장은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박창수 씨. 6살 때 작곡을 8세부터는 피아노를 쳤으며 퍼포먼스는 즉흥연주와 함께 14세때부터 시작했다. 서울예고 졸업후 서울대 음대 작곡과에 수석 입학할 만큼 촉망받던 그는 비제도권이라 할 수 있는 작곡과 즉흥연주활동에 전념해 왔다.
하우스 콘서트는 그가 고등학교때부터 생각했던 연주무대. 서울예고 친구들과 각자의 집을 돌아가며 모여 연습을 했던게 생각의 시초였다. 음악 그 자체만을 즐길 수 있는 편안하고 자유로운 공간을 느낀 이래, 그 느낌은 오래도록 남아있었다. 이후 외국 공연을 다니면서 대중 속에 정착되어 있는 하우스 콘서트를 자주 접하며 "왜 국내에는없을까"라는 생각으로 발전했다. 결국 4년전 연희동으로 이사온 그는 2층 방 3개를 하나로 터서 50여명이 즐길 수 있는 하우스 콘서트 홀을 만들었다.
"초기만 해도 공연 자체가 생소하다보니 반응이 적었죠. 지금은 이런 규모의 콘서트가 6~7군데 열린답니다."
그는 요즘 공연장은 너무 대형화되어 객석과 무대가 괴리되어 있다고 얘기하고 좁은 공간에서 연주자의 음악을 들으면 음악적 감성이 극대화된다며 하우스 콘서트의 묘미를 설명했다. 연주자들에게도 박창수 하우스 콘서트는 인기가 높다. 내년 2월까지 스케줄이 잡혀있을 정도다.
매번 공연을 한 장르에만 국한되지 않는 것이 박창수 하우스 콘서트의 특징. 30여회에 이르는 동안 국악부터 클래식, 재즈, 실험적인 음악, 퍼포먼스, 마임, 요가 등 다양하게 예술분야가 무대에 올려진다.
지금까지 하우스 콘서트를 거쳐간 예술인만 자그만치 40여명. 임미정, 신이경, 치노 슈이치(피아노), 김대환, 이정오(타악), 이병우, 배장흠(기타), 알프래드 하르트(색소폰), 채희철(첼로), 손형원(오보에), 계희정(클라리넷), 채유미(바이올린), 박윤초(가야금,시조창), 한문경(마림바), 이정래(대금), 유진규(마임)등이 초대됐다. 이 중에서 유진규를 비롯해 다수의 연주자들과 서양화가 이목일 씨 등 예술 문화계 인사들이 후원자를 자임하고 나설만큼 열렬한 추종자들이다.
관객들도 마찬가지다. 매회 연주에 참석해도 좋지만, 개인 이메일을 통해 받는 프로그램을 통해 참석을 결정해도 된다. "한번이라도 오신 분들은 이메일을 꼭 받아 놓습니다. 이를통해 공연 프로그램을 미리 알려줌으로써 관심있는 사람만이 자발적으로 참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그 결과 첫 무대이후 10대에서부터 80대까지 주부, 직장인, 음악인, 건축가, 컴퓨터, 미술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다녀가며 지금까지 한 번 이상 다녀간 관객만 해도 500여 명을 넘어 섰다. 물론 매니아층이 형성되어 있는 것도 당연지사. 한번 참가하는데 비용은 2만원. 반은 연주자에게, 나머지는 와인과 치즈, 피아노 조율에 사용된다. 그리고 참석하지 못한 관객을 위해선 홈페이지(www.free-piano.com)에 동영상을 올려 놓고 있다.
Interview 피아니스트 박창수
하우스 콘서트의 매력
훌륭한 연주가를 당신의 집으로 초대해서 연주를 듣는다고 상상하면 정말 대단하겠죠. 그건 연주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느낌이 딱 오니까요. 관객은 물론이고 하우스 콘서트에 온 연주자들도 그 점을 무척 만족해 합니다.
또다른 문화코드로서 하우스 콘서트
하우스 콘서트는 문화의 다양성을 접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소수의 마니아 층을 영입하고, 대형 무대에서는 결여될 수 있는 또다른 전문성도 확보하자는 의미지요. 무대는 점점 대형화되고 있지만, 그만큼 질높은 공연을 대할 수 있는 기회는 적어졌어요. 음악을 즐겨서 가는 것보다는 "나도 이런 것 봤다"는 바람직하지 않은 의식도 많아졌고요. 그동안 마임, 피아노 즉흥 연주의 퍼포먼스, 요가 등을 시도를 했는데 독립 영화 상영 등 앞으로 다양한 공연장을 만들어 나갈 겁니다.
하우스 콘서트를 열면서 보람
권위적이거나 실적을 위한 음악회에 대한 환멸이 하우스 콘서트 탄생에 일조했습니다. 하우스 콘서트는 관객과 연주자 간의 거리를 최대한 좁혀 음악 그 자체를 즐길 기회를 갖게 합니다. 연주자의 경우도 자신의 모든 장단점이 드러나기 때문에 긴장할 수밖에 없는 연주자세를 갖게 됩니다. 마케팅에 둘러싸여 있는 음악회가 아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음악회를 연다는 것은 보람있는 일입니다. 다만 다소 아쉬움은 콘서트가 한번 열리면 평균 15만원 정도의 적자를 봅니다.(웃음) 큰 무리는 없지만 더 좋은 음악회를 꾸미기 위해 이왕이면 스폰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동안 프리 뮤직 연주를 추구했는데
프리 뮤직은 가장 자유로운 형태의 음악을 말합니다. 즉흥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위험 부담도 상당히 있지만 관객들로 하여금 살아있는 음악을 직접 체험하는 매력있는 음악의 형식이죠. 한편으로 프리 뮤직은 감성에 의한 음악양식이라 할 수 있지만 사실 상당히 지성에 기반을 둔 작업이라 할 수 있는데, 즉흥연주라 해서 기교적인 실수들을 대강 무마하는 그 어떤 것의 집합체는 아니며 그 공간 안에서는 실수도 이미 실수가 아닙니다. 기교의 벽을 뛰어 넘어야 진정한 프리 뮤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음악이든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결국 관객 자신의 해석으로 받아들이게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그 어떤 것을 관객이 느끼기를 바라는 것은 없습니다.
장미빛 제도권을 떠나 파격의 길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제도권이 가지는 힘 또한 무시할 수 없지만 어느 시대의 예술에서든 발견되는 것은 예술가가 갖는 자세와 의무가 있다는 점입니다. "안주하느냐"와 "도전하느냐"의 문제는 예술가의 성향과도 관계있다고 생각하는데, 굳이 도전한다는 생각보다는 나의 성향이라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앞으로 연주 계획
현재 아내가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김영희)로 있으며 여러가지 도움을 주려 애쓰고 있습니다. 88년부터 아내의 무용공연의 음악을 제가 담당해 왔는데, 앞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은 8월에 있을 SeNef영화제에서 무성영화를 상영하면서 음악을 연주합니다. 또 몇번의 해외공연과 크고 작은 음악회가 추진 중에 있으며, 한달에 두번 열리는 하우스 콘서트는 내년 2월까지 일정이 잡혀있습니다.
/Text. Photo=최종성기자(KB VIP membership maga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