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UB BALCONY] 2004년 4-6월호 - 소박한듯 노블하게, 조용한듯 열정적으로
- 등록일2006.01.20
- 작성자정성현
- 조회2306

소박한듯 노블하게, 조용한듯 열정적으로
박창수 하우스 콘서트
연희동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는지...하우스 콘서트하면? ‘얼마나 넓길래 집에서 콘서트를 하나’ ‘연희동에 저택이면 굉장한 부유층이겠군’ 쉽게 들 수 있는 생각은 이정도가 아닐까. 하우스 콘서트에 초대해 주신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함께 속으로 이런 음흉한 생각을 하면서 연희동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쉽게 하우스 콘서트가 열릴 박창수씨의 저택(?)을 발견했다. ‘House Concert’ 라고 적혀있는 예쁜 푯말과 함께, 리트리버 한마리가 우리를 반긴다. 소박하나 정성스럽게 준비된 프로그램과 거실에 들어서서 바로 보이는 주방에서는 콘서트 뒷풀이를 위해 바쁘게 손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인다. 회원들을 1층 대기실에 모시고, 취재를 위해 2층으로 올라갔다. 40명 정도 들어 앉으면 보기 좋게 분위기가 만들어 질 만한 아담한 공간이다. 피아노 한 대와 보면대가 보이고, 콘서트 준비가 한창인 첼리스트 이숙정씨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여기 오시는 분들은 음악 전문가라기 보다 순수하게 좋아하시는 음악 애호가 분들이시기 때문에 더 긴장되요. 그 분들의 귀가 가장 무섭거든요. 어려운 곡이니 좀 봐준다거나 하시는 법이 없잖아요. 들어서 좋은 연주를 들려드려야 하니 많이 긴장되죠. 때문에 보람도 커요. 이렇게 가까이서 관객들을 마주할 기회가 클래식음악하는 사람들은 없거든요. 곡에 대한 반응도 가장 크게 알 수 있고요.” 수업을 마치고바로 달려왔다는 첼리스트 이숙정씨도 여느 무대보다 더 긴장한 모습이었다.
벌써 51회째를 맞는 박창수 하우스 콘서트는 이미 12월까지 출연자아 프로그램이 다 짜여있을 정도로 체계가 잡힌 공연 브랜드가 되었다. “처음에는 저도 석달에 한번씩은 꼭 연주를 해야지 마음을 먹었죠. 그런데 이젠 워낙 개인적인 장소가 아닌 공적인 장소가 되어버려서 제 마음대로 프로그램도 짤 수 없게 되었어요.(웃음) 연주를 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오시는 분들도 많고, 그런 분들께 자꾸 제 공연일을 뺏기게 되네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하우스 콘서트의 호스트 박창수씨의 말이다. 이제 공적인 장소가 되었다는 그의 말에서 자부심과 보람이 느껴진다.
음향을 체크하고, 와인잔과 와인이 준비되고 관객들이 조심스럽게 공연장으로 올라오기 시작한다. 원하는 자리에 편하게 방석을 깔고 앉아 같이 온 사람과 또 주위 사람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공연을 기다린다. “몇 번째인데...아직도 떨리네요.” 라는 멘트로 박창수 씨의 인사말이 시작되고 연주자가 자리하자 모두 숨을 죽인다. 그날의 프로그램은 힌데미트로 시작되어 바흐를 지나 카사도까지 이어졌는데, 낯선 현대음악과 귀에 익은 바흐의 첼로 소나타 1번을 바로크 활로 연주하는 색다른 무대를 만들어 관객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곡마다 이숙정씨의 재미있는 해설이 맛을 더했고, 특히 카사도의 첼로를 위한 솔로곡은 현대 곡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에게 현대곡에 대한 흥미를 끌어낼 만큼 좋은 연주였다.
“같은 프로그램이라도 공연장에서 듣는 것과 이렇게 하우스 콘서트에서 듣는 것이 많이 차이가 나죠. 저 또한 그런 경험을 많이 하고 있고, 여러분도 그러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박창수씨의 클로징 멘트와 함께 공연은 끝이났다. 공연의 흥분과 감동은 연주자 그리고 콘서트의 호스트 박창수씨가 함께 하는 와인파티로 이어졌다. 공연보다 더편안한 모습으로 와인을 즐기며 함께 대화 하는 것. 이것이 그 어떤공연장에서도 볼 수 없는 귀한 순간인 것 같다. 좋은 음악이라는 매개체로 이어진 소중한 사람들과의 만남, 그것이 하우스 콘서트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www.free-piano.com
/에디터=김연수 | 사진=조항진/
박창수 하우스 콘서트를 함께 하고
음악이 주는 자유와 평화를 느꼈습니다 - 박경숙
아주 작은 일이라도 처음이라는 말이 붙게 되면 긴장이 되네요. 나이가 들수록 더 그런것 같아요. 클럽발코니를 통해 초대받게된 새로운 무대...결론부터 말하자면 분위기는 편안하고 음악은 파격적이며 마음의 혼란스러움이 정리되었고, 자신과 주변의 존재들에게 감사하게 되는 시간이였습니다. 이래서 제가 음악을 사랑하나 봅니다. 음악의 모든것을 알고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것이 주는 영혼의 자유와 평화를...
전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있어요. 신학기의 학교는 선생님들에겐 참 힘든 시기입니다. 분의기는 들뜨고 어수선하며 업무량은 많고 자신에게 맞겨진 새 학생들을 신속,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죠. 올 3월 새학기는 특히 힘들었습니다. 학교는 갈수록 자유와 새로움을 원하는 아이들에게 제도라는 범위안의 구태의연한 지식만을 주입하라하니 신나고 재미있는 방식이 있음에도 그것을 적용하지 못하는 무기력함이 점점 크게 느껴졌구요 실증도 났습니다. 또 학생들은 자신의 뜻과 다르면 무조건적으로 반항하고 맹목적이며 과격한 거부의사를 행사하는 것이 괘씸했습니다. 학교와 학생사이에서 사라져 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그 곳에서 해답을 얻었습니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못한다고 직업이란 참 이상합니다. 선생님과 부모의 구속에서 벋어나려 무던히 애쓰던 나인데 이제는 그러한 아이들을 휘어잡지 못해 머리아파 했습니다. 그때 나는 마음속으로 얼마나 힘든 전쟁을 치러왔던가? 뚜렷한 대상조차 몰라 더 치밀어 오르던 분노와 실망... 부모와 선생님에 대한 반항이라기 보다는 정신적인 독립을 시작하고 있다는 표시였을 뿐인것을...이젠 그들의 무례함에 화가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혼돈의 시기을 내가 지켜보고 있으며 이젠 그들을 받아들이고 이해할수 있으니까. 완전히 이해하진 못해도 사랑할 수는 있으니까. 그리고 교장, 교감 선생님 안보실때 재미있고 파격적인 수업을 해볼랍니다. 근무성적만 좀 덜 주시고 기나긴 훈계만 하시겠지 자르기야 하겠습니까? 하하하. 이제 좀 웃음이 나네요. 오늘 무대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 제가 마음의 평화를 얻었으니 파급효과로 저의 제자들도 평화로워 지는데 도움이 되겠죠.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첼로 현의 떨림과 함께 봄날 좋은 추억되었습니다 - 김지원
이미 박경숙 님께서 후기를 잘 올려 놓으셨네요. 박경숙 님 후기를 읽으면서 빙그레 웃음짓고 말았답니다. 박경숙님이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고 하셨는데, 저는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이거든요. 온 만물이 약동하는 3월. 학교에서는 정신없이 일들이 몰아치고, 저도 파란 하늘을 느낄 여유가 조금은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차에 운좋게도, 박창수 씨의 하우스 콘서트에 초대받을 수 있었고, 감사와 행복을 느끼고 왔습니다.
처음이라 조금은 어색하고 긴장된 마음으로 박창수 씨 댁으로 들어섰죠. 커다란 개 한마리가 저를 반겨 주더군요. 잠깐 기다리다 올라간 2층에서는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고, 흰 색의 빛나는 연주복을 입은 이숙정씨의 열정적 연주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에서 미리 보고 간 Hindemith와 Bach의 곡 말고 세 번째에 연주한 Gaspar Cassado의 곡의 열정이 마음에 많이 와 닿았고 많은 분들이 그러하셨던 것 같습니다.
Hindemith의 곡은 미처 긴장이 제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기이하고 파격적인 현대음악의 느낌으로 와 닿았고, Bach의 곡이야 워낙 잘 알려진 곡이라 친숙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새 세 곡의 연주가 끝나고, 이어지는 여러 분들의 질문과 와인과 치즈와 함께 하는 정다운 이야기들... 정말이지 처음의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닮아있고, 인간의 신체와 가장 많이 접촉하는 악기라는 첼로의 현의 떨림과 그 깊은 울림은 제 마음에 깊이 남아 좋은 봄날의 추억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런 기회를 제게 주신 클럽 발코니 여러분께 감사 드리며 글을 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