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noble] 2004년 9월호 - Go to House Concerts!
  • 등록일2006.01.20
  • 작성자정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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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집으로 들어온다

Go to House Concerts!






폭염이 한풀 꺾인 8월 20일 저녁 8시. 연희동의 피아니스트 박창수(40)씨 집에서는 제 65회 ‘하우스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게스트는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의 3인조 그룹. 2층에 마련된 25평 남짓한 공연장에는 20여 명의 관객들이 방석을 깔고 꼿꼿이 앉거나 벽에 기대어 저마다 음악에 취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불빛 조도가 낮춰지자 박창수 씨가 나타나 연주자를 소개한다. 명함에찍힌 그의 직함은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연주곡명이 없는 연주회’로 알려진 그는 리듬, 음계, 화성의 제약을 거부한 채 당일의 느낌을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실험 음악가다. 그런 그가 최근에는 ‘하우스 콘서트’라는 새로운 공연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도전장을 내밀었다.



‘예술은 편하게 즐기기 위한 것’이라는 지론으로 하우스 콘서트를 연 것인데, 2년 전 7월부터 연희동 집에서 시작한 하우스 콘서트가 어느덧 65회를 맞았다. 일반인을 비롯한 음악 애호가 등 다양한 관객들이 찾고 있으며, 옆 블록에 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가 청중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하우스 콘서트를 거쳐간 음악인은 50명 정도. 피아니스트 치노 슈이치, 색소폰 주자 볼프강 스트리, 전자음악의 알프레도 하르트 등 외국 연주가들도 초대됐으며 기타리스트 이병우, 마임이스트 유진규, 타악기 연주자 김대환 씨 등 국악이나 요가, 마임등 색다른 공연도 열렸다.



“음악은 곧 진동이에요. 대공연장에서는 소리를 듣지만 하우스 콘서트에서는 진동을 느낄 수 있죠. 연주자와 관객이 호흡한다는 말은 그런 뜻이 아닐까 싶어요”



하우스 콘서트에 참가를 원하는 연주자들이 늘어나면서 내년 4월까지 스케줄이 잡혀 있다. 원래 한 달에 2번만 하려고 했지만 신청자들이 많아 한 달에 2~3회로 공연 횟수를 늘렸고 이 때문에 그의 연주회 일정도 없어진 상태다.



“연주자는 하우스 콘서트를 훈련장소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사실 대형 콘서트홀에서 연주하는 것보다 관객이 바로 앞에 있기 때문에 더 떨리고 긴장하게 되거든요. 연주자에게는 난해한 장소이고 관객에게는 더없이 좋은 공연장인 셈이죠.”



그는 하우스 콘서트를 위해 꼬박 사흘을 소비(?)한다. ‘박물관의 박제처럼 정형화된 음악은 지루하다’며 연주자와 실험적 레퍼토리로 공연을 기획하고, 공연 후 나눌 와인과 치즈를 사고, 공연 당일 오전부터 리허설 준비를 하는 등 공연 준비에 이틀이 사용된다. 공연 다음날은 촬영한 동영상을 하루 종일 편집해 비디오, CD로 제작한다. 콘서트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홈페이지(free-piano.com)에 동영상을 올려주고, 연주자에게 선물하기 위해서이다. 개인 작업하기에도 바쁜 그가 일주일의 절반을 하우스 콘서트에 투자하는 데는 나름의 계획이 있다. 콘서트가 일회적인 이벤트 공연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정착하길 바라는 것.



“‘관객에 의해 음악이 달라진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하우스 콘서트에서는 연주자와 관객이 괴리감 없이 음악에 대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점이 좋아요. 연주자는 음악에 문외한인 학생부터 예술가까지 다양한 관객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아이템을 얻게 되죠. 한마디로 하우스 콘서트는 예술을 발전시키는 모티브라고 할 수 있어요.”



1시간 남짓 이어진 1부 공연을 마친 후 와인파티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와인을 음미하며 긴장을 풀고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자연스럽게 작은 토론장이 곳곳에 형성된다. 하우스 콘서트 입장료는 2만원이다. 그중 1만원은 연주자에게, 1만원은 와인과 치즈, 피아노 조율 등 공연 준비에 사용한다. 박창수 씨는 60회 공연하는 데 2천만원의 적자를 봤지만 하우스 콘서트가 문화 운동의 계기라고 생각하면 전혀 아깝지 않다고 한다. 전국에 있는 10개 하우스 콘서트간의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또 다른 준비를 하고 있다는 피아니스트 박창수 씨. 그의 하우스에선 문화의 향기가 느껴진다.



일정 : 한 달에 2~3회, 금요일 저녁 8시

위치 : 연희 파출소에서 도보로 1분 거리

홈페이지 : free-piano.com







하우스 콘서트 100배 즐기기

입소문이 나면서 하우스 콘서트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막상 집과 별다를 것 없는 공연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이색적인 하우스 콘서트, 100배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귀띔한다.




나만의 문화 캘린더를 만든다.

전국에 있는 10개의 하우스 콘서트는 한 달에 2~3회 공연을 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클래식, 댄스, 퍼포먼스, 연극, 미술 전시회 등 공연 스케줄을 미리 확인한 후 문화 캘린더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3~4가지의 색다른 공연을 로테이션으로 진행하는 김부곤의 하우스 콘서트, 도자기 전시회를 감상할 수 있는 김태욱의 하우스 콘서트 등 공연 정보를 꼼꼼하게 살펴본 후 공연 일정이 겹치지 않게 알짜배기로 즐겨보자.



공연을 디카와 디캠으로 기록한다.

콘서트홀과 갤러리에서는 불가능하지만 하우스 콘서트에서는 디카와 디캠으로 공연 모습을 찍을 수 있다. 단 연주자가 당황하지 않도록 스트로보는 삼가야 한다. 연극, 퍼포먼스의 경우 디지털 캠코더로 생동감 있는 공연 현장을 촬영한 후 다시 감상하는 묘미를 맛 볼 수도 있다. 와인파티를 하며 자연스럽게 연주자와 사진 한 컷 찍는 것도 추억거리가 될 듯.



편안한 옷을 입는다.

하우스 콘서트의 의상 코드는 단연 캐주얼이다. 집에서 진행되는 공연은 방바닥에 앉고, 벽에 기대거나 계단에 걸터앉아 감상하게 된다. 타이트한 정장과 원피스를 입고 경직된 자세로 공연에 심취하기란 어려운 일. 캐주얼한 차림으로 편안하게 공연을 감상해보자.



와인파티에 어울리는 음식을 준비한다.

공연 후 이어지는 와인파티를 좀더 풍성하게 하고 싶다면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을 준비해보자. 치즈 혹은 과일을 곁들이면 파티의 분위기도 고조되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화이트데이, 추석 등 특별한 날은 테마에 맞는 음식을 준비하는 센스 만점!



연주자의 음악을 미리 들어본다.

공연 일주일 전 연주자의 베스트 음반을 최소한 열 번 이상 들어보자. 연주자의 음악을 알고 갔을 때 공연은 훨씬 즐겁다. 연주자 혼자 연주하는 모노드라마이기 보다는 연주자와 관객이 하나가 되는 기쁨을 맛볼 수 있기 때문. 연주 후 연주자와 음악에 대해 이야기 나눌 때도 큰 도움이 된다.



가족과 함께 들르자.

공연에서 느낄 수 있는 정서적 충만함이야말로 아이들에게 최고의 감성 교육이 될 것이다. 부모는 공연을 감상한 후 아이에게 던질 수 있는 재미있는 질문 2~3개를 준비하는 센스를 발휘해보자.



연주자에게 줄 작은 선물을 준비하라.

꽃 한 송이든, 초콜릿 하나든 선물을 준비했을 때 공연이 훨씬 재미있다. 피겨스케이트 중계를 보면 관중들이 링크로 선물을 던진다. 관중이 자신을 과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리를 즐기는 것이다. 공연도 마찬가지. 막간에 무대 앞으로 나와 연주자에게 꽃이나 손수건을 전하는 모습은 그 자체가 한편의 그림이 될 것이다.









하우스 콘서트를 즐길 수 있는 곳

가까운 이웃집에서 부담 없이 정상급 연주를 감상하고 싶다면? 절대 감성을 높여주는 하우스 콘서트를 소개한다.



한번에 3~4가지 공연을 감상하고 싶다면.....“건축가 김부곤의 At the moon"

김부곤(46. 코어핸즈 대표)씨는 매달 셋째주 토요일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초대해 ‘집에서 만나는 예술파티’를 연다. 작년 1월부터 오픈한 하우스 콘서트는 평창동 코어핸즈 사옥의 1~3층과 마당, 옥상을 두루 콘서트장으로 활용한다. 무대가 별도로 구분되어 있지 않고 하루에 3~4팀의 공연을 로테이션으로 진행한다. KoPAS(코파스. 한국실험예술정신) 회원들을 포함, 퍼포먼스 무용 마임 그림 보디페인팅 등 실헌 공연들이 다채롭게 펼쳐지는 것. 지난 6월에는 ‘6.25 전쟁’ 이라는 테마로 영상물을 상영하고 퍼포먼스와 작품전을 하는 등 공연 테마를 정해서 진행하기도 했다. 와인과 와인 액세서리 마니아로 알려진 김부곤 씨가 준비한 와인파티도 기대된다.



공연과 음식을 함께 맛보고 싶다면...“소설가 이명행의 레머니스”

소설가이자 클래식 애호가인 이명행(47)씨가 직접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3주에 한차례 클래식 공연을 연다. 피아니스트 임미정, 소프라노 이지은 씨 등 국내 정상급 연주자를 초청해 하기도 하고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광주 지역 젊은 음악인들의 연주회를 수시로 갖기도 한다. 클래식 연주 이외에 마임이스트 유진규의 퍼포먼스와 단편 영화 상영, 국악 공연 등 다양한 공연을 맛볼 수 있다. 무엇보다 레머니스의 매력은 ‘음식이 함께 하는 콘서트’라는 점. 공연 전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도 하고 공연 마친 후 시원한 맥주 한잔을 하며 공연에 관한 느낌을 자연스럽게 나눈다. 무료 공연을 할 때는 따뜻한 차를 대접하기도 한다. 먹으면서 즐기는 맛있는 공연이 될 듯.



초청 연주회를 즐기고 싶다면...“금호문화재단 이사장 박성용의 문호홀”

2년 전부터 한남동 자택에서 거실를 열어온 박성용(71)씨. ‘문화의 전도사’라고도 불리는 그는 30평 남짓한 거실을 자신의 호를 따 ‘문호(雯湖)홀’ 이라 칭하고, 국내외 유명 연주가들을 초빙해 연주회를 가졌다. 지금까지 18회의 문호홀 음악회를 거쳐간 음악가로는 폴란드 작곡가 마에스트로 펜데레츠키를 비롯하여 첼리스트 정명화, 뉴욕 필하모닉 CEO 쟈린 메타 등이다. 신예 영재 연주가의 연주와 해외 유명 연주자의 내한 공연 등 수준 높은 클래식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그의 콘서트는 초대한 사람에 한해 감상할 수 있으며 개인적인 친분을 가진 지인들이나 문화계 인사, 금호아트홀의 멤버십 회원들이 그 대상이다.



백자를 굽는 가마터에서 음악 감상을 하고 싶다면...“도자기 공예가 김태욱의 우일요”

파주에 위치한 도자기 공방 ‘우일요’에 콘서트 무대를 꾸민 김태욱(59)씨. 콘크리트 바닥이던 3층 도자기 전시장에 송판으로 무대를 만든 것. 공장 이전 준공 기념으로 김금화 선생의 굿 한마당 공연을 하는 날, 참석자들이 하우스 콘서트를 제안했다. ‘조용한 산 속에서 석양을 배경으로 공연을 감상했으면 좋겠다’ 는 의견을 제시한 것. 그 후 백자를 굽는 김태욱 씨는 백자와 어울리는 단아한 클래식 위주의 곡으로 선정하여 시간 제약 없이 밤새 콘서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공연장에는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올 수 있으며 60평정도 되므로 1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