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D] 2005년 6월호 - 유럽의 살롱뮤직이 한국에 되살아나다
  • 등록일2006.01.26
  • 작성자정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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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살롱뮤직이 한국에 되살아나다.

하우스콘서트 House Concert




연희동 빨간 벽돌 2층집에선 주말저녁 콘서트가 열린다. 락, 클래식, 가요, 국악, 재즈에서 프리스타일의 음악까지 국내외 쟁쟁한 뮤지션들이 이 집에 찾아와 들려주는 살아있는 연주를 들으며 사람들은 메마른 일상에서 생명력 넘치는 오아시스를 만난다.

/에디터 한경희, 포토그래퍼 김필매/





300년 전 유럽의 귀족들은 그들의 저택에서 피아노, 바이올린 등의 음악연주회를 가지며 낭만과 풍류를 즐겼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사적인 공간에서 고전 뿐 아니라 새롭게 시도되는 독특하고 실험적인 음악을 들으며 큰 공연장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음악과의 깊고 친밀한 교감을 경험하였다.

요즘 한국에도 이러한 살롱뮤직의 문화가 조금씩 피어나고 있다. 하우스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2002년부터 시작된 이러한 살롱뮤직문화는 그동안 우리가 경험해 왔던 음악감상과는 또 다른 차원의 그것이었다. 하우스콘서트에서는 커다란 연주회장에서 스피커 시스템을 통해 전해 듣는 간접음악이 아닌 소규모의 작고 편안한 공간에서 마음을 열고 있는 그대로를 모두 받아들이는 살아 있는 음악을 느낄 수 있다. 연주자의 호흡, 표정 하나 하나까지 그대로 전달받으며 더욱 진한 감동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조용하고 한적한 연희동 주택가에 주말저녁이면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든다. 모여든 사람들이 찾아드는 곳은 한 빨간 벽돌 2층집. 이 집은 연희동 일대의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2층 테라스까지 화하게 불이 밝혀져 있고 대문은 활짝 열려있다. 대문 앞에는 "하우스 콘서트"라고 쓰여진 작은 팻말이 걸려있다. 2층에 열려진 창문 사이로 감미로운 클래식 선율이 흘러나오고 일찌감치 찾아온 손님들의 소곤소곤 이야기 나누는 소리는 적막한 듯 고요한 동네에 생동감 있게 퍼져나간다.



하우스 콘서트가 열리는 이 빨간 벽돌집은 프리뮤직 연주자로 잘 알려진 작곡가 박창수의 집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살롱뮤직 개념의 하우스 콘서트를 시작한 장본인이기도 한 그는 약 3년 전부터 한 달에 두어 번씩 자신의 집을 오픈하여 하우스 콘서트를 열고 있다. 락, 재즈, 클래식, 대중 가요, 프리스타일 뮤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하우스 콘서트를 통해 이미 많은 이들과 나누고 있다.



고교시절 친구 집에서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어렴풋이 하우스 콘서트에 대한 꿈을 가졌다. 집이라는 편안한 공간에서 접하는 생생한 음악의 감동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후에 그는 작곡가로서, 연주자로서 활동하며 맺은 인연들과 함께 자신의 집에서 작은 콘서트를 갖는 꿈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2002년 7월 자신이 살던 집 2층을 개조하여 첫 하우스 콘서트를 열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반응이 대단하여 지금까지 쉬지 않고 이어오고 있다. 처음에는 100여 명의 지인들을 상대로 이메일을 보내어 자리를 채웠지만 지금은 2,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하우스 콘서트의 일정을 알리는 메일을 기다리고 있다.



5,60여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2층 거실에서 열리는 하우스 콘서트는 가끔 비좁아 1층의 사적인 공간까지 내놓을 때도 있다. 1층에서 화면을 통해 음악을 감상하는 것이 억울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그 자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콘서트 후 "와인파티"라는 2부순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콘서트가 끝나면 무대 뒤로 사라져 그 얼굴조차 볼 수 없었던 연주자들이 이곳에서는 연주가 끝나고 나면 관객들과 함께 와인을 마시며 음악에 대해, 서로에 대해 친밀한 이야기를 나눈다.



하우스 콘서트는 음악적 견해가 뛰어난 전문음악가나 예술가들의 자리가 아니다. 모두 그냥 평범한 회사원이고, 학생이고, 주부다. 이런 곳이 있다고 전해듣고 알음알음으로 찾아와 어색한 듯 자리를 잡고 앉지만 잠시동안의 음악적 교류로 연주자와 그 곳에 모인 모든 관객들은 가족처럼 친근한 유대감을 갖는다.



콘서트에 초대되는 연주자의 수준이나 2부의 와인파티까지 고려해 봤을 때 꽤나 비싼 입장료를 지불해야 참여 가능할 것 같지만 하우스 콘서트의 입장료는 달랑 2만원이다. 콘서트장의 R석보다도 가까운 위치에서 공연을 즐기고 와인에 값비싼 치즈 등의 간식까지 주는데, 이건 밑져도 너무나 밑지는 장사 아닌가.



"하우스 콘서트를 통해 얻는 금전적 이익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일을 통해 얻는 보람은 매우 큽니다. 하우스 콘서트에서는 음악을 귀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마루바닥과 공간의 울림을 통해 온몸으로 느끼기 때문에 음악에 대한 새로운 느낌을 갖게 되지요. 많은 사람들이 가족적인 분위기 속에 음악과 더 친숙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하우스 콘서트를 통해 감동을 얻고 돌아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그는 하우스 콘서트의 음악전도사 같은 느낌이다. 이런 하우스 콘서트의 매력에 푹 빠진 매니아도 많다. 이는 관객뿐 아니라 연주자도 마찬가지다. 한번 이곳에서 공연을 가진 연주자들은 다시 한번 하우스 콘서트의 무대에 서기를 희망한다. 대형 콘서트홀에서 가졌던 연주회와 다른 관객과의 뜨거운 교감을 느끼며 그 느낌이 너무 좋아 이 작고 좁은 곳에서 연주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 달에 두 번 정도로 기획했던 하우스 콘서트는 거의 일주일에 한번 열게 되고 이미 올 9월까지 일정이 잡혀있다. "올 연말에는 갈라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20여 명의 유명한 음악가들을 초대하려고 합니다. 입장료는 받지 않을 생각이구요. 하우스 콘서트를 사랑해주신 분들과 함께 풍성한 콘서트를 만들어볼 계획입니다."



전직 대통령 내외와 많은 유명인사들도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등 이미 하우스 콘서트에 대한 일정 정보는 학창시절 MT에 가서 캠프파이어를 하는 것 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격식 없이 편안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하우스 콘서트. 그 매력에 빠진 사람들의 기다림 속에 이번 주말저녁도 이 빨간 벽돌집의 대문은 활짝 열릴 것이다.







[6월 중 하우스 콘서트 일정]



제90회 하우스 콘서트

일시 : 2005년 6월 10일 금 8시

내용 : 영상 Poem(김민선 외 다수의 공동영상작업 상영)



제91회 하우스 콘서트

일시 : 2005년 6월 24일 금 8시

출연 : Fengxia Xu(구젱), 박창수(Pi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