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Magazine] 2005년 8월호 - 집안으로 들어온 작은 음악회
  • 등록일2006.01.27
  • 작성자정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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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으로 들어온 작은 음악회

‘하우스 콘서트’




집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흐트러짐, 또 연주자의 숨결까지 느끼며 연주를 공유하고, 연주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누는 색다른 무대가 있다. 락, 클래식, 가요, 국악, 재즈에서 프리뮤직까지 국내외 쟁쟁한 뮤지션들이 40평 남짓한 방 안에서 살아있는 연주를 들려주는 ‘하우스 콘서트’가 바로 그것이다. 새로운 공연문화, ‘하우스 콘서트’를 소개한다.







300년 전 유럽의 귀족들은 자신들의 저택에서 피아노, 바이올린 등의 음악연주회를 가지며 낭만과 풍류를 즐겼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사적인 공간에서 고저뿐 아니라 새롭게 시도되는 독특하고 실험적인 음악을 들으며 큰 공연장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음악과의 깊고 친밀한 교감을 경험했다. 최근 한국에도 이러한 살롱뮤직의 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다. ‘하우스 콘서트’란 이름으로 2002년부터 시작된 이러한 살롱뮤직 문화는 그동안 우리가 경험해 왔던 음악감상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버렸다.





제 1 막

하우스 콘서트의 시초, 박창수 씨의 ‘The House Concert’



연희동의 한적한 골목 어귀에 위치한 붉은 벽돌집. 장마가 시작되어 심술궂은 비가 부슬부슬 내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바로 프리뮤지션 박창수 씨의 집에서 열리는 하우스 콘서트를 보기 위해 발걸음한 사람들이다. 주변의 다른 집들이 대부분 어두운 불빛을 밝히고 있는 것과 달리 이 집은 2층 테라스까지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고 대문 앞에는 ‘하우스 콘서트’라고 쓰여진 작은 나무 팻말이 걸려 있다. 집안의 좁은 계단을 지나 올라간 2층에는 어느새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20여 명의 사람들이 바로 코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프리뮤직’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2002년 7월, 이곳에서 첫 공연을 한 이후 벌써 92회째를 맞은 이 날은 프리뮤직의 대가 최선배(Trumpet)와 Chino Syuichi(Piano), Daijo Ryuichi(E.Guitar) 씨의 프리뮤직 공연이 무대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무대라고는 해도 관객의 자리와 별반 차이가 없다. 그저 방 하나를 연주자와 관객이 반반씩 나누어 가졌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관객들은 각자 원하는 자리에 방석을 깔고 앉거나 계단에 걸터앉아 눈을 지그시 감고 음악에 심취해 있다.



“프리뮤직은 피아노를 단지 손가락의 놀림으로 ‘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과의 대화와 교감을 통해 온몸으로 ‘소리내는 것’이에요. 연주하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의 자세도 중요한 셈이죠. 즉흥연주를 들으면서 저마다의 머릿속에 즉흥적인 하나의 그림을 그린다면 그걸로 된 겁니다.”



박창수 씨의 말처럼 이곳에서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은 그저 음악을 듣는 것뿐만 아니라 연주자와 함께 호흡하고 같은 생각을 공유한다. 그것은 비단 프리뮤직 공연 때만이 아니라 클래식, 국악, 퍼포먼스 공연 등을 즐길 때도 마찬가지다. 어떤 공연을 하든지 공연자의 표정과 움직임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은 하우스 콘서트의 가장 큰 특징이다. 하우스 콘서트는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나 예술가들의 자리가 아니다. 모두 평범한 회사원이고, 학생이고, 주부다. 이런 곳이 있다고 알음 알음으로 찾아와 어색한 듯 자리를 잡고 앉지만 하우스 콘서트를 보러 왔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관객들은 가족처럼 친근한 유대감을 갖게 된다. 이 곳을 처음 방문했다는 대학생 김정은 씨는 하우스 콘서트의 첫 느낌을 이렇게 말한다.



“이제까지 대형 콘서트홀 공연만 접하다가 하우스 콘서트에 오니 무엇보다 연주자들과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마음에 들어요. 한 순간도 딴 생각할 틈이 없었어요. 이제까지 여러 공연을 접하면서 이렇게 100% ‘즐기고 있구나’란 생각이 든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연주자와 관객이 방 하나를 반으로 나누어 쓰다.



뜨거운 열기와 함께 1시간 남짓의 1부 공연을 마친 후 10분 동안의 휴식시간에는 간단한 음료를 마시면서 삼삼오오 모여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모두가 자유롭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이어 펼쳐진 2부 공연에서도 사람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음악에 몰입하며 공연을 함께 즐긴다. 모든 공연이 끝난 시각은 밤 10시 남짓. 이제부터는 간단한 와인 한 잔과 함께 연주자와 관객이 본격적으로 어울릴 시간이다. 애초에 ‘무대’라는 개념이 없는 하우스 콘서트지만 공연이 끝난 후 연주자는 단 몇 발자국을 옮기는 것만으로 관객과 어우러진다.



하우스 콘서트에 초대되는 연주자의 명성이나 공연이 끝난 후의 와인파티까지 생각해 봤을 때 꽤나 비싼 입장료를 지불해야 할 것 같지만 이곳의 입장료는 2만원이다. 이는 사람들이 하우스 콘서트를 통해 감동을 얻고 돌아갈 수 있다면 단지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박창수 씨의 의지이다. 이런 하우스 콘서트의 매력은 관객뿐만 아니라 연주자까지도 사로잡는다. 한번 이곳에서 공연을 가진 연주자들은 꼭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이곳에 서기를 희망한다고. 대형 콘서트와는 또 다른 매력. 관객과의 뜨거운 교감을 쉽게 잊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가족들과 함께 즐기는 음악회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격식없이 편안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하우스 콘서트. 그 매력에 빠진 사람들의 기다림이 있는 함. 이곳 박창수 씨의 집 대문은 주말마다 활짝 열려 있을 것이다.





Tip. 박창수 씨의 ‘The House Concert’ 정보

가는 길- 2호선 신촌역 하차 3번 출구 → 마을버스 3번 타고 연희초등학교 하자 → 육교 건넌 후 현대오일뱅크 왼쪽 골목길 직전 → 골목 끝에서 오른쪽 불이 환한 2층집.



홈페이지- www.cyworld.nate.com/hconcert

(문의전화: 019-223-7061)









제 2 막

곳곳에서 펼쳐지는 하우스 콘서트의 열기



박창수 씨의 하우스 콘서트 이외에도 전국에 10여 개 정도의 하우스 콘서트가 크고 작게 열리고 있다. 주로 클래식 음악 위주지만 대중음악에서부터 실험예술이나 국악, 단편영화까지 그 장르는 언제나 ‘Free’ 하다.





[실험예술 공연의 메카 ‘코어핸즈’]

건축가 김부곤 씨는 매달 셋째 주 토요일,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초대해 하우스 콘서트를 연다. 평창동 코어핸즈 사옥에서 열리는 김씨의 하우스 콘서트는 1,2,3층은 물론 마당과 옥상에서도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독특한 공간이 특징이다. 하루에 3~4팀의 공연을 로테이션으로 진행하는데, 주로 실험예술 공연이 많다. 그것은 김씨와 ‘코파스(KoPas, 한국실험예술정신)" 의 개인적 인연 때문이다. 공연은 토요일 오후 6시부터 시작되는데, 코파스 회원들이 펼치는 4~5회 정도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Tip. 어떻게 가죠?

국민대 방향 북악터널 통과 전, 올림피아 호텔 앞 육교에서 좌회전 후 언덕으로 직진 → 가나아트센터를 끼고 우회전 → 우회전 하자마자 바로 작은 골목으로 좌회전 → 골목으로 200m 직진 후 빈 공터 옆 건물(문의전화: 02-396-2845)





[음악과 음식이 함께하는 하우스 콘서트 ‘레머니스’]

전라도 광주에 있는 레머니스는 소설가이자 클래식 애호가인 이명행 씨가 직접 운영하는 레스토랑 겸 하우스 콘서트장이다. 3주에 한 차례 정도 클래식 공연을 연다. 레머니스의 매력은 ‘음식이 함께하는 콘서트’라는 점이다. 공연 전 저녁식사를 하기도 하고 공연 마친 후 시원한 맥주 한잔을 마시며 공연에 관한 느낌을 자연스럽게 나누기도 한다. 먹으면서 즐기는 맛있는 공연이 될 듯. 피아니스트 임미정, 소프라노 이지은 등 국내 정상급 연주자를 초청하거나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광주 지역 젊은 음악인들의 연주회를 수시로 갖는다. 클래식 연주 이외에 마임이스트 유진규의 퍼포먼스와 단편영화 상영, 국악 공연 등 다양한 문화의 향연을 맛볼 수 있다.



Tip. 어떻게 가죠?

광주 시내 진입 후 백운동 로타리에서 남구청 방향 → 국제호텔 옆

홈페이지- www.soom.pe.kr/lee (문의전화: 062-672-6730)





[백자 굽는 가마터에서 음악의 향기에 빠지다 ‘우일요’]

경기도 파주의 도자기 공방‘우일요’의 김태욱 씨도 콘크리트 바닥이던 3층 도자기 전시장을 송판으로 무대를 꾸며 하우스 콘서트를 열고 있다. 1년에 두 번. 다른 하우스 콘서트에 비해 적은 횟수지만 백자와 함께 단아한 클래식 공연을 관람하는 것은 색다른 느낌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올해는 봄에 한 차례 공연을 했고, 가을 즈음 또 한번의 하우스 콘서트를 열 예정이라고. 공연장에는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올 수 있으며 60평 정도의 규모에 1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Tip. 어떻게 가죠?

산 속에 위치한 도자기 공방이라 ‘우일요’홈페이지(www.wooilyo.com)에서 약도를 확인하는 편이 편리하다. (문의전화: 031-945-4255~7)







하우스 콘서트 100배 즐기기



• 메이드 인 ME, 하우스 콘서트 캘린더를 만들자.

전국에 있는 10개의 하우스 콘서트는 한 달에 2~3회 공연을 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클래식, 댄스, 퍼포먼스, 연극, 미술 전시회 등 공연 스케줄을 미리 확인한 후 문화 캘린더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주말 공연이 주를 이루므로 일정이 겹치지 않게 관람 스케줄을 짜는 것이 관건이다.



• 공연을 디지털카멜와 캠코더로 기록한다.

하우스 콘서트의 장점!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이다. 캠코더가 있다면 공연 전체를 담는 것도 좋다. 단 연주에 방해가 될 수 있으므로 플래시는 자제하도록 하자. 공연이 끝난 후 마련되는 와인파티에서 자연스럽게 연주자와 사진 한 컷 찍는 것도 추억거리가 될 듯.



• 최대한 자유스럽게 옷을 입어보자.

하우스 콘서트의 의상 코드는 단연 캐주얼이다. 집에서 진행되는 공연이기에 관객은 방바닥에 앉고, 벽에 기대거나, 계단에 걸터앉아 공연을 감상하게 된다. 공연에 심취하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최대한 편한 옷차림을 준비하자.



• 와인파티에 어울리는 음식을 준비한다.

공연 후 이어지는 와인파티를 좀 더 즐기기 위해 간단한 음식을 준비하자. 특별한 날에는 그에 어울리는 음식과 소품을 준비하는 것도 필수 센스!



• 연주자의 음악을 미리 들어본다.

프리뮤직 공연이 아니라면 공연에 가기 전, 연주자의 음반을 최소한 열 번 이상 들어보자. 연주자의 음악을 알고 갔을 때 공연은 훨씬 즐겁다. 연주자 혼자 연주하는 모노드라마이기보다는 연주자와 관객이 하나가 되는 기쁨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 뭐니뭐니 해도 가족과 함께

공연에서 느낄 수 있는 정서적 충만함이야말로 아이들에게 최고의 감성 교육이 될 것이다. 집과 같은 분위기의 하우스 콘서트를 관람한 후 서로의 의견을 나누어 보는 것도 가정의 화목을 도모하는 일이 될 것이다.



• 연주자에게 줄 작은 선물을 준비하라.

관객과 하나가 되어 연주를 열심히 해준 연주자에게 작은 선물을 해보자. 연주자뿐만 아니라 자신도 공연을 즐기는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