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엔] 2006년 10월 16일 ~ 22일 (NO.298) - 피아니스트 박창수 씨 집에서 열린 하우스 콘서트
- 등록일2006.10.29
- 작성자정성현
- 조회2790

CULTURE_ 피아니스트 박창수 씨 집에서 열린 하우스 콘서트
음악과 와인이 있는 하우스 콘서트
어스름 어둠이 내려앉은 가을밤. 연희동 고급 주택가의 어느 집 대문이 활짝 열려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무리 지어 들어간다. 이 집은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박창수 씨네 집. 이곳에서 오늘 밤 하우스 콘서트가 열린다. 아이들이 언제든 들어와 놀 수 있도록 담장을 허문 키다리 아저씨네 정원처럼, 그의 집은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문을 활짝 열었다.
/ 취재_김현정 리포터(sabbuni@naver.com). 사진_이의종 기자 /
▶ 공연자도 관객도 자유로운 하우스 콘서트
오늘 공연하는 이는 가수 강산에 씨. 그리고 70여 명쯤 되는 관객들이 객석을 메웠다. 객석이라야 별게 없다. 가수 코앞에 바로 머리를 들이밀고 앉거나 기둥에 등을 대고 가부좌로 앉은 사람, 계단에 삐딱하게 쭈그려 앉은 사람까지, 각자 원하는 자리에 마음대로 자리 잡고 더우면 잠시 나가 바람을 쐬고 들어오기도 하며 노래 부르는 이와 호흡을 맞춘다. 여느 객석과는 사뭇 다른 풍경. 이곳은 전문 공연장이 아니라 그냥 ‘집’이다. 이 집 주인인 피아니스트 박창수 씨(43)가 콘서트를 열고 사람들을 불러 모은 것이다.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는 규제도 없다. 스피커를 통卍た윱?이펙트 섞이지 않은 가수의 생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 가수는 아직 채 완성되지 않은 노래, 음반에 담지 않은 노래도 부른다. 관객은 발표되지 않은 미완성의 노래를 미리 듣는 즐거움을 맛본다.
간혹 가수는 노래를 중간에 끊기도 한다. 그러곤 “다시 할게!” 한다. 관객들은 이런 모습이 더 즐겁다. 노래하는 가수도, 바닥에 털썩 앉은 관객도 자유롭다. 바로 이것이 하우스 콘서트의 매력이다. 아기 관객도 마다하지 않는다. 28개월 된 아기와 함께 온 정경화 씨(27)는 공연 중에 아기 기저귀 갈아주러 나올 수 있는 곳은 이곳밖에 없다며 즐거워했다.
가수 강산에 씨에게도 하우스 콘서트는 색다른 경험이다. “하우스 콘서트에서 노래하는 건 완전히 발가벗은 느낌이랄까요? 일반 공연장과는 다른 묘한 긴장감이 있어요. 섬세하고 자연스럽게 관객과 교감할 수 있다는 게 하우스 콘서트만의 매력이죠.”
공연이 끝나면 와인 파티가 열린다. 저마다 와인 한 잔과 치즈가 담긴 접시를 들고 다니며 공연을 음미하고 출연자와 얘기도 나눈다. 이날은 출연자가 강산에 씨라 사인 받으려는 사람이 무척 많았다. 때론 와인 파티 후 본 공연보다 재미있는 3부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3부 공연이란 콘서트 때 ‘필(feel)"로 즉흥 연주에 나서는 관객들이 주인공이 되는 시간이다. 콘서트 초기엔 덕분에 새벽 3~4시를 훌쩍 넘기기 일쑤였다. 지금은 되도록이면 자정을 넘기지 않으려 노력한단다.
파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현관 앞에선 또 한 번 진풍경이 펼쳐진다. 보통 가정집이니 아무래도 좁은 현관. 70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신발이 현관 바닥에 다닥다닥 줄을 섰다. 그 많은 신발들이 제 주인을 찾아가고 왁자했던 집은 다시 일상의 평안으로 돌아간다.
▶ 음악으로 행복해하는 이들 보는 것이 콘서트 여는 기쁨
하우스 콘서트, 말 그대로 전문 공연장이 아닌 집에서 하는 공연을 뜻한다. 원래는 17~18세기 유럽 귀족 문화로, 왕족과 귀족들 앞에서 작곡가가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던 것에서 시작됐다. 지금도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하우스 콘서트가 많이 열린다. 우리나라에서는 금호 아시아나 그룹의 고 박성용 명예회장이 생전에 자택에서 콘서트를 열었던 것이 시초로 알려진다. 귀족적인 문화를 대중이 향유할 수 있게 만든 데 큰 공을 세운 이는 바로 이날 하우스 콘서트를 연 박창수 씨다.
“고등학생 때부터 하우스 콘서트를 꿈꿔왔어요. 사람들이 음악을 들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행복하니까요.” 이화여대에서 한국무용을 가르치는 부인 김영희 교수 역시 ‘내 집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행복해하니까’라는 단순명료한 이유로 기꺼이 자기 집 문을 여는 데 동의했다.
<박창수의 하우스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2002년 7월 12일 첫 공연을 가진 이래 지금까지 130회. 거쳐간 연주자도 클래식뿐 아니라 프리뮤직, 국악, 독립영화,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다. 객석엔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한 달에 두 번, 주로 금요일에 열리는 콘서트 프로그램은 홈페이지(www.freepiano.net )에 미리 공개한다. 비용은 와인파티까지 포함해 고등학생 이하는 1만 원, 그 이상은 2만 원. 기존 공연에 비해 무척 싸다.
이곳 외에도 최근 들어 하우스 콘서트가 꽤 눈에 띈다. 공통점은 모두 저렴한 입장료 또는 무료라는 것. 돈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예술에 대한 열정이 고급문화인 하우스 콘서트의 담장을 무너뜨린 것이다. 짙어가는 가을, 거창한 공연장 찾기 힘든 사람이라도 하우스 콘서트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갈 수 있을 것 같다.
Tip: 하우스 콘서트 여기서도 열려요
1. 소설가 부부의 ‘콘서트 하우스 인’
경남 거창에 사는 소설가 이명행, 김혜선 씨 부부가 한 달에 한 번 집에서 여는 콘서트. 정기 연주회(뷔페 식사 포함 입장료 2만원)와 무료로 여는 크고 작은 연주회로 이뤄 진다. 주로 클래식 음악회를 열지만 때론 영화감독을 초청해 그의 영화를 감상하고 이야 기를 나누고 스페인 플라멩코 팀을 초청하기도 한다. 문의 055-944-6244
2. ‘가례헌’의 국악 하우스 콘서트
국악인 박정욱 씨의 하우스 콘서트. 격주로 목요일마다 <목요문화 예술의 밤>을 열고 구수한 서도 가락과 우리 음악을 들려준다. 콘서트 후에는 박씨 어머니가 직접 마련한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무료로 운영하는데, 때로는 각자 알아서 후원금을 내는 이들도 있단다. 홈페이지 cafe.naver.com/seodosori.cafe 문의 02-2232-5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