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중앙] 2007년 3월호 - 하우스콘서트 관람기
- 등록일2007.02.28
- 작성자정성현
- 조회2980

집 안으로 들어온 공연장
하우스 콘서트 관람기
거실에 발 뻗고 앉아 세계적인 음악가의 연주와 노래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면? 공연이 끝난 후에는 연주자와 와인을 함께 마시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눌 수 있어 수십만원짜리 R석 티켓이 부럽지 않은 그곳. 하우스 콘서트에 기자가 직접 다녀왔다.
"HOUSE CONCERT" 푯말 달린 대문
연희동 주택가 모퉁이에 잘 꾸며진 2층집. 첨단 방범시설로 무장한 이웃집과 달리 대문이 활짝 열려 있어 인상적인 이곳은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박창수씨네 집이다. 대문에 앙증맞게 붙어 있는‘HOUSE CONCERT"라는 푯말이 이집의 정체를 설명해준다. 한 달에 두 번, 성악가와 피아니스트 등 국내 유명 음악가들이 이 집에서 공연한 것이 벌써 5년째다. 기자가 찾아간 날은 142회 하우스 콘서트.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독일과 스위스에서 유학한 테너 박승희씨가 바로크시대 사랑 노래를 들려준 날이다. 공연 시작이 아직 40분이나 남았는데도 주방에서는 음식 준비로 바쁘게 움직인다. 와인 잔을 닦고 치즈와 비스킷을 접시에 소담하게 담아내는 손길이 아주 익숙하다. 대부분 관객으로 왔다가 자원 봉사를 하게 된 이들. 손님들은 제 집인 양 거실과 안방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수다를 떤다. 오래된 단골처럼 보이지만 대부분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20~30대 여성들.
감상은 자유롭게, 두 다리 쭉 뻗어도 OK!
오후 8시 정각, 삼삼오오 흩어져 있던 손님들이 모여 앉으니 모두 38명이다. 넓은 거실이 꽉 들어찼지만 평소에 비해 많은 편은 아니라고, 불이 꺼지고 이내 콘서트가 시작된다. 성악가는 빼곡히 들어찬 관중 앞에서 10곡의 노래를 들려주면서 곡이 끝날 때마다 자세한 설명을 잊지 않는다. 음악가 헨델의 불꽃같았던 삶, 어린 나이에 집 떠나 3년간 유럽을 떠돌며 연주여행을 했다는 모차르트 스토리에 관객들이 귀를 쫑긋 세운다. 작곡이나 성악을 전공하는 대학생도 있지만 손님의 대부분은 그야말로 일반인. 눈을 감고 박자에 몸을 맡긴 사람부터 MP3를 꺼내들고 녹음하는 사람까지 관객들의 모습은 각양각색. 플래시만 터트리지 않는다면 사진 촬영을 해도 문제없고 자리만 확보된다면 두 다리 쭉 뻗거나 반쯤 누워도 괜찮다.
피아니스트 집주인 작업실을 공연장으로
공연은 2층 거실에서 열린다. 원래 방3개가 있는 공간이었는데 벽을 모두 허물자 제법 넓은 홀이 생겼다. 평소에는 작업실이고 한 달에 두 번은 장르와 음악가를 가리지 않는 만능 스테이지로 변신한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LP와 음악CD, 작곡을 위한 음향기기와 대형 피아노의 조화로 제법 운치가 있다. 이날 섭외된 테너 박승희씨는 평소 박창수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풀뿌리 문화에 일조한다는 생각에 선뜻 발걸음을 옮겼다. 동행한 연주자도 가정용 챔발로에 일가견이 있는 김현애씨다. 음악계에서는 알아주는 인물들이지만 방석 깔고 거실 바닥에 앉아 리허설을 구경하는 관객들과는 이미 아무런 벽이 느껴지지 않는다.
2만원 내고 공연 관람에 와인 파티까지
마지막 곡이 끝나고 앙코르를 두 번이나 더 받은 후에야 이날 공연의 막이 내린다. 물론 천장에서 내려올 커튼이 있는 것은 아니다. “퇴장을 해야 하는데 여기는 나갈 곳이 없네요“ 라는 테너의 농담도 여기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썰렁한 결말은 아니다. 하우스 콘서트의 진짜 재미는 바로 지금부터이기 때문. 참석자들끼리의 와인 파티가 남아 있다. 잔마다 레드 와인을 듬뿍 채우고 달달한 비스킷과 색깔 좋은 치즈가 접시마다 나눠 담긴다. 음악가와 잔을 부딪히며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자유로운 기념 촬영도 겸하는 시간.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싶으면 밤늦게까지 파티가 이어질 때도 있다. 2만원만 내면 공연을 관람하고 와인까지 대접받을 수 있어 가격대비 효율성은 그야말로 만점. 연인끼리, 자매끼리, 친구끼리 삼삼오오 찾아온 간객들은 모두 흐뭇한 표정이다. 입장할 때 방명록을 작성한 사람이라면 당장 내일부터 공연 정보를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다. 홈페이지(www.freepiano.net)에서도 콘서트 일정을 확인할 수 있으며 참가 희망자는 별다른 신청 없이 시간 맞춰 찾아가기만 하면 된다.
[부부끼리 데이트하기 좋은 하우스 콘서트]
: : 스트링하우스 : :
동부이촌동에 거주하는 악기 전문가 여은희씨의 하우스 콘서트. 한 달에 한 번꼴로 공연이 열리며 독거노인 돕기 등 이벤트가 함께 열리기도 한다. 바이올리니스트를 겸하는 주인의 친절한 설명이 귀에 감긴다. (문의 02-793-3794)
: : 아트 포 라이프 : :
클래식 음악 연주자인 성필관씨와 오보에 연주자 용미중씨의 한옥집에서 열리는 음악회. 매주 토요일 오후 5시에 클래식 위주의 공연이 열리며 와인 파티를 겸한다. 장소는 서울 종로구 부암동 (문의 02-3217-9364)
: : 민속예술관 가례헌 : :
국내에서 유일하게 국악 위주의 하우스 콘서트가 열리는 곳.‘목요예술의 밤’이라는 이름으로 둘째 주 목요일마다 무대가 열려 국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종로구 신당동 (문의 02-2232-5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