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ic Review] 2007년 5월 제358호 - 21세기에 열리는 18세기 살롱 음악회
  • 등록일2007.05.01
  • 작성자정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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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열리는 18세기 살롱 음악회

‘하우스 콘서트’로 초대합니다




18세 유럽 살롱음악회가 21세기에 열리고 있다. 이른바 하우스 콘서트. 이름만 들어서는 집에서 열리는 콘서트 같지만 꼭 그렇지 않다. 집뿐만 아니라 소형 레스토랑, 미술관 등 50명 내외가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공간에서 열리는 콘서트다. 연주곡은 클래식에서 재즈, 퓨전음악, 대중음악 등 스펙트럼이 넓다. 공연이 끝나면 연주회장은 사교 모임의 장으로 바뀐다. 조촐한 파티를 열어 와인 잔을 부딪치며 예술과 인생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故 박성용 회장, 국내 최초 콘서트 열어



하우스 콘서트를 가장 먼저 연 주인공은 지금은 고인이 된 금호그룹 박성용 회장이다. 음악, 미술 등 예술 전반적인 분야에 조예가 깊은 박 회장은 지난 2002년 5월부터 자택 거실을 음악 홀로 개조, 정기적으로 하우스 콘서트를 열었다. 처음에는 금호재단이 후원하는 학생들이 주로 연주를 했으나 점차 방한한 해외 유명 연주자까지 무대에 섰다. 초청된 인사만 참석할 수 있었는데, 정·재계 인사들이 주로 초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부암동의 한 한옥집에서는 오보에 연주자 성필관 씨의 하우스 콘서트 ‘아트 포 라이프(Art for life)’가 열린다. 호스트가 음악가이니 만큼 그곳은 국내 정상급 음악가들의 아지트와도 같다. 100명 남짓이 들어갈 수 있는 이곳은 예술과 한옥의 만남이라는 공간과 음악의 조화도 특색 있으며, 동서양의 조화가 어우러진 공연장은 눈을 즐겁게 해준다. 매주 토요일마다 편하고 재미있는 클래식 공연을 감상 할 수 있고, 끝나면 식사와 와인이 마련된다.



하우스 콘서트를 열고 싶지만 여건이 안 된다면 이를 전문으로 하는 공간을 이용하면 된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연희동에 위치한 작곡가 박창수가 운영하는 하우스 콘서트다. 2002년 7월부터 매달 2∼3회씩 정기적으로 콘서트를 열고 있다. 시설도 A급이다. 전문 공연장과 비교해 손색이 없을 만큼 최고의 음향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때문에 대기업에서 임원들을 위한 프라이빗 콘서트용도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이 대부분이나 대중음악이나 영화 상영, 혹은 미술 전시도 종종 준비된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와인을 두고 관객과 자유로운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한두 달에 한 번꼴로 열리는 동부 이촌동 음악 살롱 스트링 하우스는 전문 뮤직 바를 겸한 곳이다. 바이올리니스트이며 악기 전문가인 여은희 씨가 주인이며, 공연 후에는 악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회사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얼마 전에는 한국유나이티드제약에서 의사를 위한 하우스 콘서트를 개최했다. 회사 발전에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색다른 자리를 마련,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서다. 역삼동 유나이티드문화센터에서 열린 음악회에서는 국내 수준 높은 정상급 음악가들이 병원장들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콘서트를 열었다. 공연 후에는 간단한 와인파티로 이어져 멋진 연주를 선물한 음악가들과 의사들 간의 격식 없는 대화가 이어졌다. 윤순일 서울내과 원장은 “처음 접한 하우스콘서트에서 진한 감동을 받고 마음을 깨끗이 씻고 간다며 환자들에게 즐거움을 나눠 줄 생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하우스 콘서트 여는 박창수 씨



“프로그램은 일급비밀… 이메일로만 받아볼 수 있어요”



연희동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잡은 그의 작은 콘서트장을 찾아가는 것부터 일반 공연장을 찾을 때와 달리 매우 신비로워 보인다. 공연이 열리는 날이 아니고는 작은 간판 하나 없는 이곳은 평상시에는 여느 집과 다를 바가 없다. 보안이 매우 철저하게 유지된다는 동네만의 특징 탓인지, 고급스럽지만 까다로운 성향의 사람들이 비밀스럽게 찾기에 그만이다.



“서울예고 재학 시절, 연습하러 친구집을 오가며 집에서 직접 듣는 음악의 감동을 잊지 못해 하우스 콘서트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연주자와 청중이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할 수 있어 가장 친밀감 있는 공연으로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외국에서는 매우 보편화돼 있는 공연 형태입니다.” 연희동에 주택을 구입하고, 개조해서 작업실 및 공연 공간으로 만들었고 공연의 섭외와 기획에서부터 마무리까지 거의 대부분의 과정들이 그의 손을 거쳐 이루어진다. 프로그램은 정통 클래식에서부터 재즈, 대중음악까지 매우 다양하다. 또 세미나, 영화상영, 미술공연, 갈라 콘서트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기획 시리즈 공연도 시작한다. 오는 6월 바이올린 악기 시리즈가 첫 번째다.



“2002년에 시작했으니 올해로 5년이나 됐네요. 이곳이 연습실 겸 작업실 그리고 공연장까지 1인3역을 소화해 내는 하우스 콘서트의 진짜 주인공입니다.” 그의 공연장 자부심은 매우 크다. 어느 레이블 못지 않은 녹음·음향 시설을 갖춘 것. 하지만 5년 동안 순수하게 사재를 털어 운영한 만큼 지칠 만도 하다. 초창기 매년 2000만원의 적자를 봤지만 지금은 적자 규모가 5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하우스 콘서트의 가장 큰 매력은 연주자와 관객 간의 거리가 무척 가깝다는 것이다. 소리 외에 마룻바닥을 타고 전해져 오는 진동의 울림을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 귀로 전해질 수 없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공연이 끝나면 준비된 와인과 치즈, 간단한 다과를 나누며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 누구랄 것 도 없이 예술에 대해 그리고 그 이외의 모든 것들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한다. 이곳의 매력은 공연 외에 바로 이러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 아닐까 싶다.



이러한 비밀스런 공간을 찾는 이들의 폭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비공개인 만큼 그다지 대중적이지 못하다. 일례로 2년 전 카이스트 최초로 구성된 예술 모임 뮤직카의 공연이 열릴 때 학교와 인연이 있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가 공연 감상 차 들렀다. (전 전 대통령의 집은 공연장과 불과 50m 떨어진 곳에 있다) 경호원 한 명을 대동하고, 한 시간 넘게 진행된 공연을 끝까지 지켜보고, 끝난 후 학생들과 이야기까지 나누고 돌아갔다는 것. “정·재계 고위 인사들이 자주 방문하고, 기업 임원들을 위한 공연도 마련되기도 합니다. IT업체 C-게이트의 경우에는 매년 기자들을 위해 공연을 열기도 하죠. KTF에서 임원들을 위한 공연을 기획 중입니다.” 공연 일정과 프로그램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이메일을 통해 통보한다. 번거롭지만, 프라이빗한 공간과 공연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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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고와 서울대 음악대학에서 작곡을 공부한 그는 86년부터 본격적으로 뮤직 퍼포먼스로 활동을 시작했다. 독일, 폴란드, 영국, 일본 등 세계 15개의 국가에서 연주 활동을 했다. 또한 컴퓨터, 영상 등을 복합적으로 이용한 예술작업과 무용음악, 연극음악, 실험영화음악 등 무대음악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글_홍미경 기자(blish@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