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울] 2007.10 / Vol.196 - 소리를 울리는 집, 마음을 울리는 문화
  • 등록일2007.10.25
  • 작성자박창수
  • 조회2703






소리를 울리는 집, 마음을 울리는 문화

THE HOUSE CONCERT




연희동 골목은 걷기에 좋은 길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의 흐름과는 달리 고즈녁한 연희동을 걷다 보면 어느새 자동차 바퀴의 속력도 천천히 줄어들고 사람들의 걸음도 한층 느슨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연희동 골목의 나직나직하게 이어진 담장을 따라가다 보면 푸르른 철에는 라일락 향과 소나무 향에 마음이 풀어지고, 요즘 같은 계절엔 어느새 물든 단풍잎에 눈이 가곤 한다. 이렇게 한적한 골목을 따라 조금 걷다 보면 붉은 벽돌집 대문 앞에 걸린 소박한 나무 팻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지나가다 들르세요. 자리는 언제나 자유석




하우스 콘서트(THE HOUSE CONCERT)는 음악가인 필자의 집에서 열리는 음악회다. 음악회가 집에서 열린다는 것 자체가 생소하긴 하지만 2002년 7월 12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한 달에 2회씩 공연을 펼쳐 벌써 160회가 넘도록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하우스 콘서트는 필자의 어린 시절 소박한 상상에서 시작되었다. 5년 전 연희동 자택을 개조함으로써 그곳은 작업실 및 공연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고 공연의 기획을 비롯해 섭외에서부터 공연준비, 영상과 오디오 작업, 와인파티에 이르기까지의 대부분의 과정이 필자 손을 거쳐 지금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공연을 보기 위해 활짝 열린 대문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건 덩치 큰 골든리트리버와 코카스파니엘, 시츄 등 강아지 세 마리다. 때론 꼬리를 흔들며 때론 컹컹 짖으며 인사를 하는 예쁜 강아지들을 지나 나무 계단을 오르면 눈 앞에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길게 뻗은 마룻 바닥과 1978년산 뉴욕 스타인웨이 피아노, 그리고 벽 한면을 가득채운 책장과 CD장 DVD장이 눈길을 끈다.



자리는 언제나 자유석. 방석 하나를 가지고 공연을 보고싶은 자리에 골라 앉아 주위를 살펴보면 연인과 친구와 함께 온 사람들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있고, 혼자 앉아 책을 읽는 사람, 팜플렛을 펼쳐보는 사람들도 간간히 눈에 띈다. 해가 빨리 지는 가을 저녁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하우스콘서트의 연주회는 시작된다.      







연주자와 가장 가까운 콘서트



하우스 콘서트의 가장 큰 매력 중에 하나는 연주자와 관객간의 거리가 무척 가깝다는 점. 30평 남짓한 마룻바닥에서 연주자들은 관객들의 호응과 시선을 바로 코 앞에서 보며 함께 호흡할 수 있고 관객들은 연주자들의 작은 숨소리와 호흡, 땀방울 하나하나, 사소한 동작 하나하나도 생생하게 볼 수 있기에 하우스 콘서트의 무대에는 다른 공연장에서 느끼기 힘든 감동과 전율이 있다.



물론 연주자들의 반응은 저마다 다르다. 관객들에게는 더욱 친근한 무대지만 연주자들은 이러한 친근감 때문에 더욱 긴장하게 되고 연주하기가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 번 하우스 콘서트를 찾은 연주자들은 그 묘한 친숙함과 긴장감에 이곳을 다시 찾게 된다.



공연이 끝났다고 하우스 콘서트가 끝난 것은 아니다. 공연이 끝나면 준비된 와인과 치즈, 간단한 다과를 나누며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와인파티가 시작된다. 이 시간을 통해 관객들은 연주자와 공연에서 못다한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하고 공연 외의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하며 때론 자유롭게 관객과 연주자의 구분 없이 즉석 공연을 갖기도 한다. 실제 공연보다 더 멋진 시간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함께 나누는 사람들



공연이 시작되기 전과 공연이 끝난 뒤의 와인파티에서 관객들에게 친절하게 안내를 하거나 분주하게 와인과 치즈를 내놓는다거나 공연 중간 중간 사진을 찍는 모습과 비디오 촬영을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들은 바로 하우스 콘서트를 함께 만들어가는 스테프들. 대부분 공연장을 들락거리다 아예 눌러앉은 사람들로, 필자와 함께 하우스 콘서트를 만들어가고 있다. 대부분의 스테프들이 각자의 일을 가지고 있어서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 알뜰살뜰 다 챙기지는 못하지만 많은 힘이 되어주는건 사실이다.



특히 하반기에 기획하고 있는 일들은 스텝들과 함께 진행을 하다보니 의논할 일이 부쩍 많아졌지만 늘 고마움을 제대로 표시하지 못해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기분이다.



재미있는 건 매스컴에 한번 노출된 날이면 스테프 지원자들이 부쩍 늘어난다는 점. 그러나 대부분 하우스 콘서트에  와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문의부터 하는 일종의 반짝 관심이다 보니, 마음은 고맙지만 늘 거절을 하게 된다.







작은 무대, 큰 울림



하우스 콘서트는 늘 계절을 앞서 살고 있다. 많은 공연 기획들이 마찬가지겠지만 하나의 공연을 올리기 위해선 몇 달 전부터 준비를 해야 하고, 미리 공연을 기획하다 보니 마음이 늘 앞서간다. 지금도 이미 내년 8월까지의 공연 일정이 대부분 나온 상태다. 사실 처음에는 일반인은 물론 음악인들에게 조차 생소한 하우스 콘서트를 설명하고 섭외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음악인들이나 공연 기획사에서 먼저 무대에 서고싶다는 연락을 해올 정도로 많이 알려졌다. 때문에 한 달 2회 공연으로는 모두 소화할 수 없어 점차 횟수가 늘어나는 실정이기도 하다.



하우스 콘서트의 반 이상은 클래식 공연이지만, 대중 음악과 프리뮤직, 국악, 재즈, 퍼포먼스,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연들도 선보여 관객들의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올 6월에 선보인 바이올린 시리즈를 시작으로 여러가지 악기와 작곡가 시리즈를 준비중에 있다. 또한 제 1회 하우스 콘서트부터 녹음한 음원으로 준비 중인 CD제작 작업도 올해 안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2002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하우스 콘서트가 선보인 이래 지금까지 많은 하우스 콘서트가 생겨났다. 한때는 유행처럼 몇 군데가 한꺼번에 생겨났다 한꺼번에 사라지기도 했다. 공연계의 블루 오션으로 생각한 이들이 일종의 수단으로 이러한 것들을 만들었다가 얼마 안 가 문을 닫은 경우도 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한 번은 거쳐가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삭막한 서울에, 답답한 도시에 이런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 늘어남으로써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 나간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하우스 콘서트의 내일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