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닷컴] 2007년 11월 6일 - 마룻바닥의 감동…‘하콘’을 아십니까
- 등록일2007.11.06
- 작성자박창수
- 조회2558
마룻바닥의 감동…‘하콘’을 아십니까
[세계닷컴]“서서라도 보면 안될까요?” “베란다에서라도 보면 안되나요?”
인기 가수의 콘서트장 이야기가 아니다. 약 50여명을 수용하는 ‘하우스 콘서트’ 장에서 들리는 소리다. 지난 9월의 마지막 주 금요일, 연희동의 한 하우스콘서트 장에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뤘다. 그 날 공연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와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무대. 평균 40~50명이 오던 공연장에는 그날 200명이 넘는 관객이 몰려 절반 이상이 입장하지 못하고 대문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서서라도 보겠다, 계단에서라도 보겠다는 사람들의 항의 아닌 항의가 이어지자 야외에서 모니터로 공연을 중계하는 초유의 상황까지 벌어졌다.
문화 공연을 큰 콘서트홀 혹은 광장에서만 볼 수 있다는 편견을 뒤엎고 새로운 개념의 ‘하우스 콘서트’ 문화가 점차 늘어나며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하우스 콘서트란 말 그대로 집이나 카페 등 일정 공간이 허락하는 장소에서 작은 소극장처럼 무대를 만들어 약 40~50여명 안팎의 관객들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연희동의 단독주택을 개조하여 2층에 작은 무대를 마련한 작곡가 박창수씨의 ‘하우스 콘서트’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곳. 만 5년 동안 170차례 클래식, 국악, 인디음악, 독립영화, 퍼포먼스 등 다양한 문화공연이 열렸다.
이 곳에서 관객은 마룻바닥에 앉아 음악을 감상한다. 마치 작은 소극장의 연극무대를 떠오르게 하는 공간이다. 유명한 연주자의 공연이 열릴 때는 평소 40~50명이던 관객수가 200명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일년에 한두번 있는 일이다. 그럴 때는 실내가 꽉차도록 촘촘히 좁혀 앉아 감상해야 한다. 1층으로 통하는 계단과 책장으로 가려져 무대가 보이지 않는 구석까지 사람들이 가득할 정도. 상당수의 관객이 무대가 보이지 않음에도 자리를 지키며 연주를 듣는다.
미국 드라마를 ‘미드’로 줄여부르는 것처럼 일부 마니아들은 하우스 콘서트를 ‘하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곳에는 무대가 없다. 피아노가 한 대 있고 그 옆의 공간이 그냥 무대인 셈이다. 맨 앞줄에 앉은 관객이 손을 조금만 뻗치면 연주자의 다리를 잡을 수 있을 만큼 가깝다. 겨우 한두 걸음의 움직임을 허용하는 이 작은 공간에 연주자가 선다. 연주자 얼굴의 땀방울이 하나하나 선명히 보이고 작은 숨소리마저 연주 속에 묻혀 흐른다. 멀게만 느껴진 공연장의 무대와 객석 사이의 벽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내 하우스 콘서트의 특징은 형식이나 제약이 없다는 것. 관객들이 카메라나 캠코더를 손에 들고 있어도 스텝이 다가와 제지하는 일이 없다. 하지만 누가 따로 주의사항을 알려주지 않아도 아무도 연주 시간에는 촬영을 하지 않는다. 인터미션(중간 휴식)에 연주자는 관객을 향해 농담을 건네기도 하고, 다음 곡에 대한 설명을 하기도 한다.
연주가 끝나면 주최 측에서 마련한 와인과 치즈가 제공된다. 관객들은 삼삼오오 모여 오랫동안 와인을 즐기고, 연주자 또한 그들과 사진촬영도 함께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우스 콘서트에는 직원이 따로 없다. 공연을 보러 왔다가 자발적으로 스텝으로 참여하게 된 사람들이 있지만 각종 공연 준비로 연간 1천만 원의 적자가 나고 있다.
국내에 알려진 하우스 콘서트장은 많지는 않지만 점차 입소문을 타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외국의 경우에는 "살롱" 문화가 보편화 되어있다. 기악 연주로, 연주회용 음악이 아닌 가벼운 소품을 연주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살롱은 지인들이 모여 음악을 연주하고 즐기는 것으로 기본적인 격식이 있는데 드레스 코드는 주로 블랙이며 정장을 입는다. 이러한 살롱 문화가 한국에서는 다소 새롭게 변형된 케이스다.
하우스 콘서트에는 어떠한 형식이나 격식이 없다. 마룻바닥에 앉아 연주자와 관객들은 소통한다. 때문에 국내 하우스 콘서트를 ‘풀뿌리 문화’라 일컫기도 한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큰 무대이든 작은 무대이든 연주자의 집중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연주자로서 큰 다른 점은 없는데, 관객들은 매우 다르게 느끼는 것 같다”며 “무대와 객석은 하나의 벽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 하우스 콘서트에서는 그러한 벽이 없어 하나의 소통 공간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또한 “하우스 콘서트는 다양한 레파토리를 실험할 수 있다는 게 연주자로서 큰 메리트”라며 하우스 콘서트 공연의 매력을 높이 샀다.
작은 공간이 허락하는 곳에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만 있다면 하우스콘서트는 누구나 만들 수 있다. 문화의 장, 음악이 있는 작은 공간 하우스 콘서트는 지금 전국 곳곳에서 따뜻한 감동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 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