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2008년 Spring - 예술, 삶터의 재생을 기획하다
  • 등록일2008.04.06
  • 작성자박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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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콘서트

서울 연희동의 한적한 골목 어귀에 위치한 붉은 벽돌집. 겉으로 보면 마당 딸린 평범한 2층집이지만 대문에 걸린 ‘HOUSE CONCERT’라고 쓰인 나무 팻말이 이 집의 정체를 알려준다. 한 달에 두세 번씩, 금요일 저녁이면 콘서트홀이 되는 이 집은 ‘불특정 소수’를 위한 공연장이다. 열려 있는 대문으로 들어가 콘서트가 열린다는 2층으로 올라가니 평범한 거실이 나타난다. 한쪽 벽면에는 책과 음반들이 빼곡히 꽂혀 있고 창문 쪽으로는 오디오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별다를 것 없다는 의아함으로 고개를 돌리자 비로소 그랜드피아노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바로 공연장인 것이다. 2층 전체를 터서 한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이 공연장에는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따로 없다. 연주자와 적당한 거리에 방석을 놓고 앉으면 그 자리가 바로 객석이다. 연인, 가족, 친구끼리 찾아온 관객은 서로 어깨를 맞대거나 손을 잡고 편안한 자세로 음악을 즐기면 된다. 벽에 등을 기대고 발을 쭉 뻗어도 상관없다.
이 집의 주인인 박창수 씨를 비롯한 하콘의 스태프들은 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연주자를 챙기는 한편 공연 녹음을 준비한다. 중간 중간 공연 후 뒤풀이 준비가 잘 되고 있는지도 확인한다. 잠시 후에는 오늘의 연주자 피아니스트 윤홍천 씨가 들어와 리허설을 하고 간단한 저녁식사를 마치자 기다렸다는 듯 관객들이 들어온다. 오늘의 관객은 100여 명. 어디에서 이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까. 이들을 모이게 한 이 하우스 콘서트의 매력은 무엇일까.

제1악장 | 작은 것이 소중하다 - 집주인 박창수
이 집의 주인이자 극장주이기도 한 음악가 박창수 씨에게 하우스 콘서트는 아주 오래된 꿈이다. 서울예술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집에서 피아노를 치며 직접 듣는 음악의 감동을 잊지 못한 그는 지난 2002년 낡은 집을 개조해 1층에 주방과 침실을 두고 2층에 공연장을 만들었다. 시간과 돈을 많이 투자해, 정작 자신의 콘서트도 제대로 못 하고 작년까지는 적자를 면치 못할 정도였지만 그래도 하콘이 지닌 가치를 믿는다는 박창수 씨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문화예술        어릴 때부터 막연히 생각해왔던 것이 이 하우스 콘서트라고 들었어요. 그 꿈을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 하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은데요.
박창수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02년 월드컵이었어요. 그때 대형공연들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그걸 보면서 ‘이건 아닌데’ 싶었죠. 음악을 즐기기 위함보다 그야말로 ‘보여지는’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허식이라는 느낌도 들었고요. 수십억 원씩 들인 그런 공연들이 과연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좋은 경험으로 남을 수 있는 문화일까, 아니면 환상일까 하는 의심을 했던 거죠. 거부감이 생겼어요. 모두에게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그런 공연은 그냥 ‘이런 데 가봤다’ 하는 식의 만족감만 줄 뿐, 음악을 좋아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실제로 작은 공연, 유명하지 않은 음악가를 만나면서 음악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거든요.
문화예술        초창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아요. 공연이 가능하도록 집을 개조하고 연주자 섭외도 혼자 하셨을 텐데요.
박창수        섭외 같은 경우는 제가 음악을 하다보니까 조금은 수월한 편이었겠지만 그래도 힘들었죠. 연주자로서 하우스 콘서트에서의 연주는 결코 가볍지 않거든요. 제가 연주자들에게 요구하는 몇 가지가 있는데 일단 집에서 연주한다는 것, 그리고 개런티를 많이 줄 수 없다는 것, 다른 곳에서 공연하는 레퍼토리를 여기 와서 쓸 수 없다는 것이에요. 사실 까다로운 조건들이죠. 정식 공연장이 아니라 집에서 연주해야 하기 때문에 연주자들이 꺼려해요. 연주자들한테는 여기가 굉장히 어려운 무대죠. 객석하고 무대가 너무 가깝고 경계선이 없으니까요. 일반 공연장과는 달리 관객한테 모든 것이 다 드러난다고 보면 돼요. 그건 연주자들에게는 굉장한 불편함이면서 관객에게는 굉장히 좋은 무대죠. 연주를 바로 앞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거든요. 레퍼토리를 새로 만드는 것도, 여기 오는 관객이 평균 60~70명인데 그들을 위해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죠. 그런데도 여기만의 매력을 아는 연주자들은 기꺼이 불편과 부담을 수용해요. 그 이유는 관객과 교감이 가능하기 때문일 거예요. 큰 무대에서의 연주가 독백이라면 이건 대화거든요. 지금은 하콘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서 연주자들이 이쪽으로 찾아와요. 오히려 너무 많은 연주자들이 몰려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죠. 내년 초 일정까지 꽉 차 있어요.
문화예술        대단한 발전이네요. 하지만 200회 가까이 진행하면서 많이 알려졌다는 것 때문에 오히려 하우스 콘서트의 매력에 반하는 상황도 생기지 않을까요? 또 유명해졌기 때문에 힘든 점도 있을 것 같고요. 예를 들면 수용할 수 있는 인원 이상의 관객이 온다든가 하면 어쩔 수 없이 공간도 커져야 하잖아요.
박창수        저도 시작할 때는 그 점을 염려했거든요. 그런데 관객들이 많아지는 만큼 다른 하우스 콘서트들이 많이 생기고 있더라고요. 제가 알고 있는 곳이 지방에만 스무 군데가 넘어요. 일상 속에서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거잖아요. 관객이 많아진 것도 좋은 일이지만, 그런 수적인 규모보다는 이런 형태의 공연이 이슈화되고 많은 분들이 알게 된 것이 좋아요. 제가 처음에 생각했던 가치가 확산되는 거죠. 작은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큰 공연장만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한테 인식시켜주게 된 것 같아요. 조금씩이라도 일상에서 예술을 접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 그런 모형을 제시한다는 것, 그런 소명과 사명감이 있어요. 지금 하고 있는 하우스 콘서트는 아주 만족스러운 건 아니지만, 다른 공연들에 비해 제 이상에 가까워요. 가치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기존 공연장의 공연에 비해 좋은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면 다른 하콘들은 생겨나지 않았겠죠. 힘든 점도 사실 많아요. 돈을 버는 일도 아니고 많은 시간을 빼앗기죠. 신경 쓸 일도 많고 여러 사람들의 요구도 수용해야 하고, 또 스태프가 9명이나 되는데 전부 무보수예요. 고마운 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겁죠. 개인적으로는 제가 작곡가이면서 피아니스트이기 때문에 1년에 40~50회는 꼭 공연을 해왔는데 하콘을 하면서는 그걸 못 해요. 연습 시간도 많이 부족하니까요. 그래도 중단할 생각은 없어요. 현재로서는 계속해야 할 이유와 타당성이 더 많으니까요. 집주인으로서 지켜보면 관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느껴져요. “여기 오길 정말 잘 했다. 오랜만에 행복했다” 하는 느낌을 갖고 돌아가시는 분들을 보면 그만두고 싶다가도 ‘아, 내가 이걸 하는 게 참 잘 하는 거구나’ 싶어요.

제2악장 | 함께 만들기 - 스태프 정성현
사무실 직원, 기업 평사원, 작곡과 대학생, 작가, 공연 기획자… 하우스 콘서트를 돕는 스태프 아홉 명의 직업은 다양하다. 우연히 하우스 콘서트를 찾았다가 이제는 가족만큼이나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는 그들은 박창수 씨와 함께 하우스 콘서트의 모든 것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공연 중 사진과 비디오를 촬영하고 늦게 온 관객에게 자리를 마련해주면서 뒤풀이에 쓰일 음료와 간식을 준비하다가도, 중간 중간 눈을 감고 흘러나오는 음악을 감상하는 그들에게서 음악과 하우스 콘서트에 대한 열정이 뿜어져 나왔다. “사람이 좋은 곳”이라고 말하는 정성현 씨의 이야기에서도 이는 확연히 드러났다.

문화예술        어떤 계기로 하우스 콘서트에서 스태프로 일하게 되었나요?
정성현        처음부터 이곳에서 일을 하려고 온 건 아니었어요. 예전에 홈페이지 제작 일을 했는데, 아는 분으로부터 여기 홈페이지를 만들어보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구경할 겸 발을 들였다가 그냥 눌러앉은 거죠. (웃음) 사실 하콘의 스태프들이 거의 그런 식이에요. 관객으로 오셨다가 일하게 된 분이 대부분이죠. 신기한 게 함께 일하다 보면 트러블도 생길 텐데 저희는 박창수 선생님부터 스태프들이 전부 그냥 가족 같아요. 일단 여기 모이는 사람들이 다 착한 사람들이고 (웃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경제적인 목적 없이 모여서인지 마음이 잘 맞는 것 같아요. 돈 안 되는 일 하는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유대감이랄까요. (웃음)
문화예술        어떤 일을 하시는지 궁금해요. 일반 공연장 스태프와 비슷한 역할들을 하는 건가요?
정성현        스태프가 모두 9명인데 하는 일이 어느 정도는 나누어져 있어요. 공연 전의 준비, 관객 안내, 다과 준비, 비디오 촬영, 홈페이지 관리… 이런 식으로요. 저는 주로 공연 사진을 찍고 홈페이지를 관리해요. 그렇다고 ‘내가 할 일’이라는 식으로 정해서 하는 건 아니고요. 함께 하콘을 만들어가면서 각자의 특기를 살린다고나 할까요. 여기저기서 모인 자원봉사자지만 꽤 체계적으로 움직여요. 일단 공연이 있는 날에는 공연 끝나고 저희끼리 모여서 피드백도 하고, 회의도 있고요. 온라인에서도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고 공유하죠. 저희뿐 아니라 관객들도 ‘이렇게 하면 더 좋겠다’ 하는 건의를 주시거든요. 그런 것들을 수용하고 의논해서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만들어보기도 해요. 이를테면 음악 해설을 원하시는 관객들의 의견이 많아서 지난 1월에는 3주 연속으로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해보기도 했죠. 물론 전문 평론가와 해설가들을 모셨고요. 이런 저런 형태로 하콘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하는 게 저희의 역할이에요.
문화예술        스태프의 눈으로 보는 하우스 콘서트의 매력은 뭘까요? 그 매력이 스태프들을 계속 붙들어놓는 이유도 될 텐데요.
정성현        연주자랑 이렇게 가까운 공연은 없어요. 다른 공연에서는 음악만 듣고 간다면, 여기에서는 연주자의 땀방울까지 볼 수 있다는 점이 참 매력적인 것 같아요. 듣는다는 개념 자체가 다른 거죠. 귀는 물론, 눈과 몸으로 듣는 거잖아요. 관객들도 잘 알고 계시니 와주시는 거고, 저희도 그 매력에 빠져 있지요. 무보수로 일한다고는 하지만 이런 자리에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희에겐 충분한 보수가 되는 셈이죠. 그리고 공연이 좋은 날은 스태프로서 뿌듯함도 느껴요. 사실 관객이 열 분 오실 때도 있었고, 많을 땐 180분 오신 적도 있지만 관객의 수와는 상관없는 것 같아요. 좋은 공연을 함께 만들어낸 날은 늘 기쁘고 뿌듯해요.


제3악장 | 소통의 매력 - 연주자 윤홍천
이날 유난히 여성 관객이 많았던 것은 아마도 이 사람 때문이 아닐까. 희고 깨끗한 얼굴에 수줍은 미소와 깊은 보조개를 띄우고 관객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인 윤홍천 씨는 그러나 연주를 시작하자 다른 사람이 되었다. 쇼팽의 환상 폴로네즈로 시작한 그의 연주가 베토벤의 소나타로 이어지자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그의 땀방울에까지 집중했다. 1부가 끝나고도 말없이 수줍게 고개만 숙이고 객석 사이로 들어간 (하우스 콘서트의 연주자 대기실은 객석 한가운데 있는 계단으로 내려가야만 한다) 윤홍천 씨는 2부가 시작되어서야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삶을 살다보면 기쁨과 슬픔이 함께 있고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기도 하잖아요. 지금 연주할 이 곡은 그렇게 서로 다른 아름다움과 상반된 감정의 공존을 음악에 담은 것입니다.”
윤홍천 씨가 직접 해설한 슈만의 <다윗동맹무곡>을 감상하는 관객의 표정은 한결 진지해졌다. 자신이 이야기한 대로 열정과 순수함이라는 다른 아름다움의 공존을 연주로써 보여준 윤홍천 씨는 프로그램을 모두 마친 후에도 관객들의 성원에 두 번의 앵콜을 받아야 했다.
뒤풀이 자리에서 관객들과 일일이 인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자리에 어울리던 윤홍천 시를 몰래 납치(?)하여 하우스 콘서트에서의 공연 소감을 들어보았다.

문화예술        외국에서 활동을 많이 하셔서 하우스 콘서트가 낯설지는 않으시겠어요.
윤홍천        사실 외국에는, 특히 유럽에는 하우스 콘서트가 정말 많아요. 그래도 이번 하우스 콘서트는 제가 처음으로 한국에서 한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했어요. 처음인데 관객도 많이 와주시고 반응도 잘 해주셔서 더 좋은데요.
문화예술        이곳은 어떻게 알고 오신 건가요?
윤홍천        박창수 씨의 하우스 콘서트에 대해서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선후배 중에 이곳에서 연주하신 분들도 꽤 계시고요. 한번 해보고 싶던 중에 마침 아는 분께서 이곳에 저를 추천해주셨어요. 저희 누나가 이번에 결혼을 해서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왔는데, 일정이 맞아서 공연할 수 있었어요. 다행이죠. (웃음)
문화예술        얘기를 많이 들으셨다면 기대도 있었을 텐데 어떠셨나요? 생각만큼 좋은 공연이 되었나요?
윤홍천        하우스 콘서트라는 건 항상 특별해요. 오늘도 기대한 만큼 좋았어요. 관객들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음악을 나눌 수 있잖아요? 그리고 이런 곳까지 찾아오시는 분들이면 정말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어서인지 공연 분위기도 달랐어요. 가까이에서 세밀하게 음악을 공감해주시고, 저는 연주자의 입장에서 관객의 반응을 더 잘 느낄 수 있었고요. 관객이 동참한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꼈죠. 물론 큰 홀에서의 공연도 장점이 있고 관객들의 반응은 느껴지지만 작은 곳에서 받는 느낌과는 다르거든요. 관객의 바로 앞에서 연주해야 하는 부담도 있고, 또 그 부담이 관객들에게 바로 전해진다는 점에서 어려운 무대이긴 하지만, 이 따뜻한 분위기와 섬세함 때문에 하우스 콘서트는 저에겐 참 매력적인 무대예요.
문화예술        큰 무대에서도 여러 번 공연해보셨는데, 하우스 콘서트와는 많이 다른가요?
운홍천        연주자 입장에서 마음가짐은 비슷해요. 작은 무대라고 부담이 없거나 하지는 않죠. 이런 무대가 좋은 점이, 사실 큰 무대에서는 관객들에게 직접 이야기할 기회가 없잖아요. 오늘도 제가 잠깐 해설을 했는데, 하우스 콘서트에서 가능한 것이 바로 이런 해설이에요. 심지어는 저부터도 사전 정보 없이 생소한 현대음악을 들으러 가면 참 힘들거든요. 그런데 연주자가 생각하는 거나 곡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을 말로 표현해주면 청중들이 훨씬 더 편안해하고 곡을 잘 이해하시는 게 느껴져요. 그리고 사실 모차르트나 베토벤의 소나타들이 큰 홀을 위해 쓰인 것이 아니거든요. 오히려 작은 곳에서, 오늘 이런 분위기에서 더 많이 연주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4악장 | 벽 허물기 - 관객 정세환, 김경아
모든 공연이 끝난 시각은 밤 10시 경. 이제부터는 간단한 와인 한 잔과 함께 연주자와 관객이 본격적으로 어울리는 시간이다. 애초에 ‘무대’라는 개념이 없는 하우스 콘서트지만 공연이 끝난 후 연주자는 단 몇 발자국을 옮기는 것만으로 관객과 어우러진다. 하우스 콘서트는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나 예술가들의 자리가 아니다. 모두 평범한 회사원이고, 학생이고, 주부다. 이런 곳이 있다고 알음알음으로 찾아와 어색한 듯 자리를 잡고 앉지만 하우스 콘서트를 보러 왔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관객들은 가족처럼 친근한 유대감을 갖는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관객들 중 여자 친구와 함께 벌써 다섯 번째 이곳을 찾았다는 정세환 씨와 오늘 처음으로 공연을 봤다는 김경아 씨를 만나 하우스 콘서트의 매력을 들어보았다.

정세환        하우스 콘서트는 일단 한번 오면 계속 오게 되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도 음악을 공부하는 여자 친구와 왔다가 몇 번이나 오게 된 거고요. 어떤 매력 때문에 계속 오게 되는지 생각해봤는데, 이런 거 같아요. 큰 무대의 객석에 있을 땐 그 큰 공간에서 나, 혹은 나의 일행 외에 다른 사람은 전부 타인이 되거든요. 연주자조차도요. 하지만 여기에서는 그런 단절성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대형 홀에서는 연주자들도 우리와 분리되는데, 여기서는 연주자가 연주 끝난 후에 무대 옆으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 관객 쪽으로 걸어 나오잖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관계가 연주자와 청중이라기보다는, 그냥 함께 음악을 아끼고 공유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대와 객석 사이의 턱 하나 없는 차이지만 그 단절이 사라진다는 건 엄청난 매력이에요. 완전한 소통까지는 아니더라도요. 그러니까 다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나중에 어디에서라도 “하우스 콘서트 때 함께 있었어요” 하면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에요. 아마 서로 숨소리를 들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장소가 좁고 붙어서 앉아 있다보니까 숨소리를 되게 조심스럽게 내는데, 그 조심하려는 소리까지도 다 들리잖아요. (웃음)
그리고 대형 공연장의 연주에 비하면 입장료가 싼 편인데, 그것 때문에 하우스 콘서트가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일단 그런 큰 무대에는 자리에 등급이 있잖아요. 하지만 여기는 등급도 없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니까 학생들도 쉽게 찾아와서 들을 수 있고요. 비싼 값을 치르지는 않았지만 전 여기 와서 내가 내 돈으로 예쁜 옷 사서 입고 맛있는 것 사 먹듯이, 이 음악과 공간과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는 기분도 들어요. 한번 왔다 가면 기분이 좋아지죠.

김경아        저는 오늘 처음 왔어요. 원래 문화공연 보러 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입장료들이 만만치 않아서 괴로웠거든요. (웃음) 그런데 인터넷을 보다보니 ‘하우스 콘서트’라는 게 있더라고요. 클래식 공연 치고 가격도 아주 저렴하고, 일반 가정집 마루에 앉아서 본다기에 흥미도 생기고 궁금해서 왔어요. 기대를 많이 했는데 기대보다 훨씬 좋았어요. 이렇게 가까이서 연주자를 본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웃음) 기분 탓인지 집중도 더 잘 되는 것 같았어요. 멀리 떨어져서 그저 지켜보며 감상할 때는 귀로 ‘듣는다’는 느낌이었던 반면, 저렇게 열심히 연주하는 걸 바로 코앞에서 보니까 저도 임하는 자세가 달라지더라고요. 한 순간도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안 생겼어요. 저도 예술 계통을 공부하고 있는데 이런 걸 보니 자극도 되네요.일반적으로 클래식이라 하면 좀 다가가기 힘들 거라는 생각을 하는데, 하우스 콘서트는 일단 집에서 한다니까 좀 편한 마음으로 올 수 있어요. 다가가기 쉬우니까 이해나 감상에도 적극적일 수 있고요. 그리고 보통 공연에는 중간에 연주자가 나와서 얘기해주거나 해설해주는 경우가 거의 없잖아요. 그런데 오늘 공연에서는 연주자가 해설을 해주니까 곡 이해가 훨씬 쉽고 좋았어요. 음악을 전문적으로 하거나 공부하지 않으면 이런 레퍼토리에 얽힌 이야기들을 일일이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데, 연주자가 직접 설명을 해주고 그 자리에서 바로 곡을 들려주니까 좋네요. 왜 이제까지 이런 걸 몰랐나 싶어요. (웃음) 음악이요, 한번 접해보면 거기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찾게 되는데 듣지 않으면 빠질 기회도 없는 거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이렇게 정기적으로 열리는 하우스 콘서트는 음악에 다가가게 하는 데 참 좋은 공연이죠. 그리고 집에서 모이는 거니까 여기 오신 다른 모르는 관객 분들하고도 왠지 친근해진 느낌이에요. 뒤풀이 시간도 보통 공연장에서 공연 끝나고 하는 리셉션하고는 달라요. 처음 와서 아직은 좀 어색하지만 자주 와서 이런 시간을 즐기고 싶어요.


하우스 콘서트는 집 자체가 울림통 역할을 해서 바닥이나 벽의 미세한 진동이 소리로 전달돼 다른 공연장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소리를 울리는 울림통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울려 자연스럽게 나누게 하는 곳. 가족들과 함께 즐기는 음악회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격식 없이 편안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곳. 그 매력에 빠진 사람들의 기다림이 있는 한, 이곳 하우스 콘서트의 대문은 주말마다 활짝 열려 있을 것이다.

2008년 2월 1일 금요일 연희동, 179회 하우스 콘서트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