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2008년 7-8월호 - 완상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피아니스트 박창수
  • 등록일2008.07.26
  • 작성자박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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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상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피아니스트 박창수

Invite you to House Concert!



집이기에 만끽할 수 있는 소박함과 안온함이 존재하고, 연주자의 숨결 하나까지 공유하는 무대. 관객은 귀가 아닌 몸으로 음악을 느끼고, 연주자는 코앞에 관객을 두기에 긴장감을 늦추지 못한다. 대형 무대의 화려함 대신 푸근한 쉼이 존재하는 이곳은 피아니스트 박창수 씨가 완성한 하우스콘서트.

/글 정영아. 사진 신규철/







젊은이들로 들끓는 홍대와 신촌을 인근에 두고 있지만, 주위의 소란스러움과는 경계를 쌓은 듯 한결 같은 고즈넉함이 흐르는 동네. 하우스콘서트(이하 하콘)가 자리한 연희동 풍경이다.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박창수 씨가 자신의 집 2층을 개조해 마련한 하콘은 빨간 벽돌로 둘러싸인 외관만 봐서는 예의 우리가 알고 있는 공연장이라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금요일 저녁이 되면 풍경은 180도 달라진다. 물론 저녁 7시 즈음, 대문 앞에 ‘하우스콘서트’ 명패를 달기 전까지 외관상으론 이전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공연 리허설을 위해 오후부터 흘러나오는 심상치 않은 음악 소리에, 그제서야 ‘아 여기가 하우스콘서트구나’ 싶다. 찾는 이로 하여금 신비감을 조성하는 그곳은 마치 ‘숨어 있기 좋은 방’ 같기도 하고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의 [비밀의 화원] 무대 같기도 하다.



공연이 열리는 2층 무대는 참으로 담박하다. 박창수 씨의 연습실 겸 작업실이기도 한 40평 남짓의 공간엔 관객을 위한 객석도 조명시설도 없다. 다만 한쪽 끝에 피아노가 있고, 반대편 끝엔 녹화를 위한 캠코더와 녹음 음향 시설이 설치되어 있을 뿐이다. 하지만 튜닝을 하고 연주가 시작되는 순간 평범했던 이 공간은 특별한 무대로 변신한다. 한 곡씩 더해질 때마다 연주자와 관객의 호흡이 엉켜 뜨겁게 달아오른다. 무대와 객석이 구분이 따로 없기에 연주자와 적당한 거리에 방석을 놓고 앉는다. 그곳이 바로 객석이다. 연인, 가족, 친구와 함께 찾아온 관객은 서로 어깨를 맞대거나 손을 잡고 편안한 자세로 음악을 즐기면 된다. 벽에 등을 기대고 발을 뻗어도 상관없다. 이것이 바로 다른 무대와는 다른 하콘만의 매력이자 마니아층이 생긴 비결일 것이다.



“2002년 하콘의 첫 문을 열었을 때 다들 우려부터 했죠. 공연 무대가 집이라는 말을 들은 연주자 대부분이 거절했어요. 연주회라고 하면 고상하고 품격있는 장소에서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뿌리 깊게 박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박창수 씨는 포기하지 않앗다. 자신의 신념에 100%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하콘은 20여 년 전부터 구상한 아주 간절한 꿈이었다. 어느 날 문득 생각한 게 아니기에 그는 오랜 시간을 두고 하콘에 대한 설계를 다졌고, 완성한 것이 2002년이었다. 그래서 시작부터 어떤 타협도 하지 않았다. 사재를 털어 공연장을 만들고 회를 거듭할수록 적자를 면치 못하지만 그는 처음 고집한 하콘만의 규칙을 고수했다. ‘집에서 열리는 연주회, 하콘만의 레퍼토리 작성, 낮은 개런티’. 그가 처음부터 연주자들에게 내건 조건이다. 작은 무대일 뿐 아니라 좁은 공간에서 관객을 만나기 때문에 조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연주자들에겐 여간 까탈스런 조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절대 타협하지 않았다. 그가 구상한 하콘을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허식 없이 연주자와 관객이 만나 음악을 공유하고 귀가 아닌 온몸으로 음악을 느끼는 것, 이는 그가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하콘의 문을 연 까닭이기도 하다.



하지만 6년이 지난 지금, 하콘은 연주자들 사이에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 무대가 되었다. 현재는 내년 여름까지 일정이 차고도 예약이 줄을 선 상태이다. 입소문을 타고 관객층도 다양해졌고 첫 회 때 초대받아 온 50여 명으로 채워졌던 객석은 이제 자리가 없을 정도로 빼곡하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진보다.



하지만 다른 이유는 차치하더라도, 관객에게 하콘이 무엇보다 소중한 이유는 대형 공연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편안함과 흐트러짐, 또 날 것 그대로의 연주를 온몸으로 느끼고, 음악에 대한 지식 유무를 떠나 연주에 대한 격식 없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유로움이 가득하기 때문이 아닐까? 관객들에게 이곳은 푸근한 쉼의 공간임에 틀림없다. 박창수 씨가 하콘을 구상했던 20여 년 전, 서울예고 시절 친구 집에서 악기 연주를 할 때 느꼈던 편안함이 이제 하콘을 통해 관객에게 전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