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08년 9월 10일 - 1만 명 불러모은 "거실 음악회"
- 등록일2008.09.10
- 작성자박창수
- 조회2303
[조선데스크] 1만 명 불러모은 "거실 음악회"
김기철 문화부 차장 대우 kichul@chosun.com
서울 연희동 박창수(44)씨네 2층 거실은 한 달에 두 번, 금요일 저녁 8시면 콘서트장으로 바뀐다. 연희초등학교 앞 육교를 건너 주유소와 전자제품 대리점 사이로 난 길을 따라 50m쯤 들어가면 창 밖으로 환하게 불을 밝힌 곳이 박씨 집이다. 지난주 이곳에선 199번째 "하우스콘서트"가 열렸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1층 마루에 신발장에 채 들어가지 못한 신발 30여 켤레가 나란히 자리잡았다. 하이힐과 구두, 운동화와 등산화에 일명 "쫄쫄이 슬리퍼"까지 다양하다. 엄마 무릎에 앉은 유치원생부터 대학생과 직장인들…. 방 3개를 터서 만든 30평 남짓한 2층 거실은 100여 명의 관객들로 빽빽했다.
무대는 피아노가 놓인 거실 앞쪽.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와 피아니스트 이혜진이 나섰다. 베토벤과 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한 권혁주는 전에 없이 긴장한 듯했다. 손을 앞으로 내밀면 얼굴이 닿을 만큼 가까운 곳에 관객을 두고 연주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마에서 뺨을 타고 흘러내린 땀이 턱에 고였다가 윗옷에 튀는 장면도, 활을 켤 때 들이마시는 숨소리까지 고스란히 전달됐다. 마룻바닥에 옹기종기 앉은 관객들은 제 집인 양, 다리를 쭉 펴거나 벽에 기대 연주를 감상했다. 1시간 반 남짓한 공연이 끝나자 와인 파티가 벌어졌다. 치즈 조각을 곁들여 아르헨티나산(産) 와인을 기울이며 공연에 대한 소감을 나누거나 연주자와 사진촬영을 하는 등 격의 없이 어울렸다.
2002년 7월 출발한 "하우스 콘서트"의 성과는 웬만한 공연장 못지않게 눈부시다. 관객만 1만 명을 넘어섰고, 그간 나온 연주자만 500명 선이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열 번 나왔고, 권혁주도 이날이 세 번째였다. 작년에는 관객 100명에 연주자만 33명이 등장한 적도 있었다. 클래식을 중심으로 국악, 재즈, 대중가요에도 문을 열었다. 초창기엔 연주자를 불러오기에 벅찼지만 입 소문이 나면서 내년 말까지 스케줄이 꽉 찼다. 26일 있을 200회 기념 강연엔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나선다.
하우스 콘서트 관람료는 2만원, 고등학생 이하는 1만원이다. 연주자를 초대하고, 공연을 기획하는 데는 턱없이 모자라는 액수다. 매년 1000만원 정도 적자가 났다. 올 들어 처음 문화예술위원회 지원을 받았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주인 박씨가 공연 기획과 연주자 섭외, 홍보까지 도맡고 있다. 그는 "작은 문화의 씨앗을 심는다는 생각으로 겁 없이 시작했는데, 100회쯤 됐을 때 너무 힘들어 포기하려고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콘서트를 찾아오는 관객들 때문에 그만둘 수 없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15세 이상 성인 가운데 클래식 연주회와 오페라 공연장을 1년에 단 한 번이라도 찾은 사람이 100명 중 서넛에 불과하다(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2006년 문화향수실태조사).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의 여가 수단 1위는 여전히 TV 시청이다. 예술의전당과 무슨 무슨 문화예술회관이란 이름이 딸린 으리으리한 공연장들이 위용을 자랑하지만 여전히 문턱은 높고, 섣불리 접근하기 어렵다. 문화콘텐츠 산업을 국가의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자는 얘기가 요란하지만, 2008년 9월 대한민국 보통 사람들의 문화예술 체험은 빈약하기만 하다. 동네 골목에서 일궈낸 박창수씨의 "거실 음악회"는 그래서 더 소중하다.
김기철 문화부 차장 대우 kichul@chosun.com
서울 연희동 박창수(44)씨네 2층 거실은 한 달에 두 번, 금요일 저녁 8시면 콘서트장으로 바뀐다. 연희초등학교 앞 육교를 건너 주유소와 전자제품 대리점 사이로 난 길을 따라 50m쯤 들어가면 창 밖으로 환하게 불을 밝힌 곳이 박씨 집이다. 지난주 이곳에선 199번째 "하우스콘서트"가 열렸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1층 마루에 신발장에 채 들어가지 못한 신발 30여 켤레가 나란히 자리잡았다. 하이힐과 구두, 운동화와 등산화에 일명 "쫄쫄이 슬리퍼"까지 다양하다. 엄마 무릎에 앉은 유치원생부터 대학생과 직장인들…. 방 3개를 터서 만든 30평 남짓한 2층 거실은 100여 명의 관객들로 빽빽했다.
무대는 피아노가 놓인 거실 앞쪽.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와 피아니스트 이혜진이 나섰다. 베토벤과 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한 권혁주는 전에 없이 긴장한 듯했다. 손을 앞으로 내밀면 얼굴이 닿을 만큼 가까운 곳에 관객을 두고 연주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마에서 뺨을 타고 흘러내린 땀이 턱에 고였다가 윗옷에 튀는 장면도, 활을 켤 때 들이마시는 숨소리까지 고스란히 전달됐다. 마룻바닥에 옹기종기 앉은 관객들은 제 집인 양, 다리를 쭉 펴거나 벽에 기대 연주를 감상했다. 1시간 반 남짓한 공연이 끝나자 와인 파티가 벌어졌다. 치즈 조각을 곁들여 아르헨티나산(産) 와인을 기울이며 공연에 대한 소감을 나누거나 연주자와 사진촬영을 하는 등 격의 없이 어울렸다.
2002년 7월 출발한 "하우스 콘서트"의 성과는 웬만한 공연장 못지않게 눈부시다. 관객만 1만 명을 넘어섰고, 그간 나온 연주자만 500명 선이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열 번 나왔고, 권혁주도 이날이 세 번째였다. 작년에는 관객 100명에 연주자만 33명이 등장한 적도 있었다. 클래식을 중심으로 국악, 재즈, 대중가요에도 문을 열었다. 초창기엔 연주자를 불러오기에 벅찼지만 입 소문이 나면서 내년 말까지 스케줄이 꽉 찼다. 26일 있을 200회 기념 강연엔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나선다.
하우스 콘서트 관람료는 2만원, 고등학생 이하는 1만원이다. 연주자를 초대하고, 공연을 기획하는 데는 턱없이 모자라는 액수다. 매년 1000만원 정도 적자가 났다. 올 들어 처음 문화예술위원회 지원을 받았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주인 박씨가 공연 기획과 연주자 섭외, 홍보까지 도맡고 있다. 그는 "작은 문화의 씨앗을 심는다는 생각으로 겁 없이 시작했는데, 100회쯤 됐을 때 너무 힘들어 포기하려고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콘서트를 찾아오는 관객들 때문에 그만둘 수 없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15세 이상 성인 가운데 클래식 연주회와 오페라 공연장을 1년에 단 한 번이라도 찾은 사람이 100명 중 서넛에 불과하다(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2006년 문화향수실태조사).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의 여가 수단 1위는 여전히 TV 시청이다. 예술의전당과 무슨 무슨 문화예술회관이란 이름이 딸린 으리으리한 공연장들이 위용을 자랑하지만 여전히 문턱은 높고, 섣불리 접근하기 어렵다. 문화콘텐츠 산업을 국가의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자는 얘기가 요란하지만, 2008년 9월 대한민국 보통 사람들의 문화예술 체험은 빈약하기만 하다. 동네 골목에서 일궈낸 박창수씨의 "거실 음악회"는 그래서 더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