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세계] 2008년 10월 - 200회 맞는 하우스콘서트 주인장, 박창수
  • 등록일2008.10.01
  • 작성자박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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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7월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첫 문을 연 박창수의 ‘하우스콘서트’가 지난 9월 26일 무대(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세미나)로 200회를 맞았다. 200회를 맞기까지 남모를 노력과 시련을 감내해 왔기에 감회가 남다를 법도 한데, 박창수 그는 그동안의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라서인지 소감을 묻는 질문에 쉽게 말문을 열지 못했다.

“보람이 큰 만큼, 그동안의 복잡하고 힘들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네요.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정말 쉽지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던 그가 하우스콘서트를 열게 된 이유는 대형 공연의 겉치레에서 벗어나 연주가와 관객과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좁혀보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물론 음악가로서 자신의 공연과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던 그의 속사정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러한 그의 바람들이 현실이 되어 현재까지 이 작은 무대에 출연자 480여 명, 관객 1만여 명이 다녀갔다. 공연 1회당 최고 관객 수가 180명이 넘을 때도 있었다. 처음에는 연주자 섭외하기도 어려웠지만, 이제는 무대에 서고 싶다는 연주자들이 많아 한 달에 두 번 공연 했었던 것을 작년부터는 세 번씩 늘려하고 있다. 그런데도 내년 10월까지 하우스콘서트 연주 일정이 모두 잡혀있는 상태다.

하우스콘서트가 이렇게 정착될 수 있었던 것은 관객들과의 신뢰를 중시하는 그의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연 횟수만큼 통장의 마이너스 숫자가 커져가도 그는 어떤 조건과도 타협하지 않았다. 좋은 공연을 알아주는 관객들과 제대로 된 연주장으로 알아주는 연주자들이 늘어나는 것만으로 족했다. 초창기에는 매년 2천만 원 적자를 봤지만 지금은 조금씩  흑자를 내고 있고, 지난해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서울문화재단으로부터 문예기금도 받았다.

그렇다면 수많은 공연장을 제쳐두고 서울, 지방 할 것 없이 관객들이 끊이질 않는 하우스콘서트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연주자와 관객간의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귀가 아닌 온몸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하우스콘서트에서는 연주자의 숨소리, 땀방울 하나하나, 음의 진동까지 피부로 느낄 수 있죠. 귀로만 듣고 보는 것과는 달라요. 또 공연이 끝나면 와인 한잔과 치즈 등을 곁들인 간단한 다과를 즐기며 연주자와 자유롭게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그가 언급하진 않았지만 하우스콘서트의 매력으로 최상의 사운드도 빼놓을 수 없다. 솔직히 그가 구비하고 있는 피아노나 마이크 녹음시설이 최고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향이 정말 좋다는 소문이 퍼진 진실은 바로 ‘궁합’ 때문이라고 그는 얘기한다.

“새 것은 아니어도 국내에서 다섯 번째로 좋은 소리를 자랑하는 78년산 뉴욕 스타인웨이 피아노와 최상급은 아니지만 성질이 다른 두 마이크와 음향기기마다의 궁합이 잘 어우러져 각각의 소리가 보완되면서 독특하면서도 풍부한 사운드가 나는 것이죠.”

박창수의 하우스콘서트에서는 클래식만 열리는 것이 아니다. 클래식이 절반을 차지하긴 하지만 재즈, 퓨전음악, 국악, 실용음악, 퍼포먼스 등 공연 장르는 다양하다. 문화계 인사들을 초청하여 예술강연도 열고, 단편영화나 독립영화 등 극장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영상을 감상하며 감독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하고 있다.

“앞으로 실험적인 무대를 많이 만들어 가려고요. 예전 귀족들이 열었던 하우스콘서트는 기존의 고전 것만을 연주하는 무대가 아니라 새로운 신진 작곡가들을 발굴하는 ‘실험의 장’이였어요. 그러한 취지를 되살려 조금씩 새로운 시도를 계속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내에 하우스콘서트 문화가 더욱 활성화되는 것이 그의 큰 바람이지만, 기대하는 만큼 우려되는 점도 있다고 얘기한다.

“하우스콘서트를 하시겠다며 저에게 자문을 구하러 오는 분들이 더러 있어요. 어떨 땐 하우스콘서트가 ‘프랜차이즈’처럼 될까 걱정스러워요. 먼저 하우스콘서트가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고, 그만의 진정한 가치를 찾아냈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박창수는 하우스콘서트 200회에 맞춰 ‘하우스 콘서트, 그 문을 열면…(음악세계)’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복합적 문화공간의 하우스콘서트를 이끌어오게 된 과정들과 거기에서 깨달은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풀어놓았다.

글 김금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