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회 하우스 콘서트 관람기
  • 등록일2006.06.11
  • 작성자구은미
  • 조회9281


뭐라고 해야 할까, 프리뮤직이라는 장르도 매우 신선했지만, 아라이상의 음악은 음의 본질, 그 깊이

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10분이 넘어간 improvisation에서 느껴지는 음과 리듬의 탐구는 그녀 안에

서 계속 행해져 온 일종의 의식같은 것으로 경이로움을 넘어서서 엄숙함마저 느껴졌다. 멜로디나 루

틴이 없는 즉흥연주. 음은 이어질듯 말듯이 분산되어 있고 신 들린 듯한 박자감이 음을 하나하나 건

반 위로 튕겨내는 듯했다. 피아노와 그녀 본연의 자아 사이에 다른 요소는 모두 차단 된 채 생각할 틈

도 없이 손이 제 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미 이 연주가 그녀의 역량과 열정을 가장 잘 드러낸 것

같다. 연주 전에 피아노용 슈즈를 신던 그 행동에서부터  심상치 않았던 그 무언가였다.

스승과 친구들이 작곡한 곡들을 연주할 때에는 이전과 대조적으로 매우 침착한 태도로 악보와 교통

하면서도, 박창수님과의 포어핸드에서는 자기 자신의 소리를 다른 이의 것과 능숙하게 포개기도 하

셨다. 나로서는 그 깊고 흔들림없는 세계가 부러울 따름이었다.

사토 상과의 협주는 이질적인 개체들과의 만남으로 이루어 졌다. 오르골, 카메라, 젓가락과 국자들

은 본연의 의무와 위치감에서 벗어나 두분의 레디메이드적 상상으로써 엄연한 악기로 거듭나 피아노

와 기타 사이에서 대등한 사명감을 띄고 연주에 동참했다. 아라이상의 연주를 공명기 같은 것을 사용

해서 변환시켜 사토상의 기타로 소리가 흘러 들어올 수 있게 장치하고 사토상은 재빨리 젓가락이나

철판으로 현에 마찰시키고 튀겨서 연주하고, 아라이상은 건반을 두드리고 선을 터치해서 소리를 조

절해서 마치 현악기를 바리에이션하는 것처럼 보였다.

함께 사용한 멜로디언도 음의 강약을 조절하기 위해 공중에 대고 붕붕 흔들기까지 하는 모습까지도

어찌 보면 우스울 수 있겠지만 그만큼 행위에 몰입해 있다는 반증이었다. 그 진지함과 열정덕에 생

소하기만한 프리뮤직이라는 장르가 그 날을 접점으로 내 안으로 들어와  하나의 영역을 이루어 자리

잡은 느낌이다.

마지막 포어 헨드는, 글쎄. 거기까지 묘사하기에는 내 언어구사력과 사고력이 심히 모자랄 듯 싶다.

짧게 욕심을 내어 보자면 비정형 속의 정형. 부조화속의 조화이다.  힘과 절대성, 수축과 팽창, 탄력

과 강직함.

아직까지도 그 날의 밀도 짙은 밤공기가 남아서  내 머리속의 같은 곳을 맴돌고 있다. 모든 게  처음

이었던 그 인상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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