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카 공연을 보고
  • 등록일2006.07.09
  • 작성자설동준
  • 조회9192
아직 아무도 관람기를 쓰지 않은 게시판에 1등으로 글을 쓰게 되니, 마치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는 범생이 된 것만 같아 어색하네요. *^^*

전 현재 공군에 소속된 군인입니다. 휴가 나와서 오래간만에 친한 형을 만날 마음으로 전화를 했더니, 대뜸 "안 바쁘면 공연 하나 보자."라고 하더군요. 워낙 공연을 좋아하는 형이라 어련히 좋은 공연 추천했겠지라는 생각으로 부리나케 연희동으로 달려갔더랬습니다.

헌데 가서 보니 클/래/식!!

전 음악을 잘 모르는데다, 그나마 좀 들어본 것이라고 해봐야 친구들 덕에 귀동냥으로 접한 국악 약간이 전부였습니다. 게다가 클래식은 지/루/한 음악이라는 고정관념을 아주 투철하게 가지고 있는 터라 공연 관람을 앞둔 마음이 심히 무거웠습니다.

하지만 직접 마주한 공연은 여러 가지로 제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하우스 콘서트라는 양식을 처음 접해봤는데, 자유롭게 원하는 곳에 방석을 깔고 앉는 문화가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데 큰 몫을 했었죠. 그리고 이름만 들어도 주눅이 드는 경력 몇 페이지의 프로 연주자가 아니라, 제 또래의 학생들이 연주를 한다는 것 역시 편안한 마음으로 공연을 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물론 공부도 하면서 그렇게 연주를 잘 한다는 것은 부럽기 그지 없는 것이었죠.

공연 중에 특히 인상적이고, "오길 정말 잘 했다."라는 생각이 들게 해준 것은 Bandoneon 연주였습니다. 작년에 처음 피아졸라의 음악을 들었을 때, 도대체 이건 어떤 악기에서 나는 소리일까 무척 궁금했었는데, 연주자도 많지 않다는 그 악기를 눈 앞에서 직접 본 것은 정말이지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마음을 조여오는 듯한 그 소리 뿐만 아니라 온몸으로 연주하는 연주자의 모습, 그리고 숨을 쉬는 듯한 악기의 움직임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에 겨우 두 세명 연주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좀 더 많아져서 접할 기회가 풍부해졌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듭니다. 아니면 뮤지카 공연 할 때마다 따라다녀야겠죠. *^^*

마지막 앵콜로 불러준 아카펠라팀의 "Mr. Bass Man"도 산뜻하게 마무리를 하기에 아주 적절한 선곡이라 생각했습니다. 특히 Bass Man을 직접 맡았던 이영산씨는 그 능청스러움과 표정이 음악에만 두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꼭 연극계로 진출하세요~

짧지 않은 시간의 훈련기간 동안 문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을 접할 기회가 없어서 마음 아팠던 저에게 휴가에서 처음으로 접한 문화가 하우스 콘서트였던 것은 매우 행운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될 때마다(국방부가 허가해줄 때마다 ^^a)  종종 공연을 보러 갈께요~

좋은 공연 만들어주시는 박창수 선생님과 하콘 스텝 여러분 감사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