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회 하우스 콘서트를 다녀와서
  • 등록일2006.07.10
  • 작성자신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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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회 하우스 콘서트를 다녀와서>

오늘은 토요일이라 맘 편히 하콘을 갔다. 친구인 정선생과 그의 학교 원어민교사인 제니와 동행했다. 차안에서 미국인인 제니에게 이런 콘서트에 가본 적이 있는지 되지도 않은 영어로 물어봤더니 없다고 하며 기대를 한다. 어떤 음악들을 연주하냐고 해서 아카펠라와 피아노 그리고 몇가지의 악기의 앙상블이라고 말은 하면서도 사실 우리도 자세히는 몰랐다.

요즘 읽던 책이 체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이다. 영화를 감동적으로 봐서 책을 읽고 있는 중이다. 책 중에 그가 페루의 산 파블로 나환자촌에서 의료활동을 끝내고 작별하는 날 환자들이 그를 위한 음악회를 열어주는 대목이 있다. 거기서 플루트연주자, 기타리스트와 반도네온연주자로 구성이 되었다고 한다. 다른 악기들은 알겠는데 이 반도네온이라는 악기는 처음 듣는 악기라 궁금했다. 아마 체게바라가 아는 걸 보면 남미 쪽에서는 꽤 흔한 악기인 것 같다. 그의 어머니한테 쓴 편지에 보면 ‘오른손 손가락이 하나도 없는 반도네온 연주자는 손에 막대를 달고 연주를 했습니다.’라는 구절이 있다. 오늘 이 하콘에서 그 손가락이 없는 나환자가 연주했다는 아코디언과에 속하는 악기연주를 직접 듣다니 감격했다. 그리고 이 악기는 손가락이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고 그들이 얼마나 체게바라에게 고마움을 전달하려고 어렵게 연주했을까 싶어 맘이 짠했다.

그리고 전공자가 아닌 아마추어들로 조금 귀여운(?)실수는 했지만 연주들은 좋았다. 특히 아카펠라의 익살스러움에 웃음을 자아냈고 저렇게 음악을 만들기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기존에 엄숙한 음악에 대한 상식을 깼다.
그리고 반도네온연주자가 한국에는 없어서 일본에 가끔 가서 렛슨을 받는 다는 고상지씨 이 악기연주를 위하여 학교도 그만 두었다는데 그 열정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1년 정도 배웠다는데도 탱고 맛을 물씬 풍기는 연주를 해주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아! 저 소리가 반도네온이구나! 악기를 연주할 때 바람 소리가 쏵~악 들려서 친근감이 느껴진다.
콘서트가 끝나고 와인타임에는 몇몇이 피아노를 연주하는데 그 옆에서 흐뭇하게 바라보는 지도 교수인 김정진교수와 몇 마디 나누면서 질투섞인 하소연을 했다. 공부머리와 이런 음악머리까지 잘 타고 나서 너무 부럽다고 종종 모차르트와 살리에르를 비교하며 난 살리에르가 되어본다.(물론 살리에르와도 비교가 되지 않는 사람이지만)
제니는 이 하우스 음악을 하는 집에 본래 주인이 사느냐고 물었고. 집이 맘에 든다고 한다. 그리고 베이스 이영산씨가 맘에 든다고 하여 우린 그에게 말을 걸어보라고 했더니 자기는 수줍어서 말을 못한다고 해서 우리가 억지로 끌고가서 말을 붙이게 했다. 그녀는 아카펠라음악을 좋아한다고 했고 오늘의 콘서트가 아주 좋았다면서 인상깊게 남을 것 같다고 했다. 그녀는 올 8월에 미국으로 돌아간다.
어제는 와인이 너무 잘 넘어갔다. 음악감독이 프로그램을 잘 짰고 연주자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박수를!!!
음악감독님 말씀처럼 저 젊은이들이 취미로 이 정도의 음악을 하는데 앞으로 무슨 일은 못하겠냐는 말은 맞다. 이들은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다. 멋있는 젊은이들이다.
보름달은 아니지만 그래도 둥근 달을 바라보며 좋은 음악을 들어서 행복했다.
전 주인장님의 음악과 외모와 삶의 방식 등을 좋아하는데 그 소리작음만은 불편해요^^

(박창수씨의 미니홈피에서 가져온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