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저녁 8시~10시 사이 [아마도이자람밴드 공연을 보고 와서]
- 등록일2006.07.22
- 작성자진승희
- 조회9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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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콘에서 준비해주신 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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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부리는..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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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가득 꽂힌 책들을 보면.. 너무 행복해지는데..^^
설정샷..^^; 저와 친구 ^^
#1 찾아 나서기
이자람,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
새벽, 이소라 인 줄 알고 귀를 쫑긋하며 들었던 그녀의 목소리를
아이리스 장 다큐 나레이션을 하던 그 담담하고 담백한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녀의 노래를 듣고 싶었다.
경주에서도 토요일 밤이면 안압지 호숫가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오늘은 하우스콘서트라는 새로운 끌림에 찾아 나서고 싶었다.
새벽 6시 첫차를 타고.. 경주에서 서울로.
여기 저기 볼일을 보고 8시 공연시간은 다가오는데 ‘듣고 싶고 보고 싶은’ 마음에 혼자라는 어색함을 하콘에서 이겨내리라. 그러나... 둘이 하면 더 좋으리라. ^^
고향친구. 가끔 잊고 지내도 고향친구는 그 자리에 있어 좋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결국 8시가 넘어서야.. 부랴부랴 하콘의 열려있는 대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갈 수 있었다.
#2 엿듣기
박수 소리가 2층에서 들린다.
지각한 죄로... 박창수 선생님의 여는 말씀과 아마도이자람밴드의 두곡이나 놓친 후, 박수소리를 듣고 다음 곡이 시작하기 전에 2층으로 올라 갈 수 있었다.
그녀가 노래를 부른다. 귀에 익은 다른 목소리로...
주섬주섬 잡은 뒷자리.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 앞의 남자 분 덕에 그녀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 들어야지. 노래를. 가사를.
마치 그녀의 이야기를 엿듣는 기분이었다. 이상한 노래, 행방불명, 선택, 막달라 마리아..
그녀의 일기장을 읽어 내려가듯. 게으른 나를 일어나라.. 일어나라.. 변하는 나를.. 제대로 가라.. 제대로 걸어라.. 그녀가 20대라서 그럴까... 20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약간씩 어색한 분위기는 오히려 그녀만의 매력이다.
노래와 노래 중간에 꼭 이야기로 채워할 이유는 없지만... 무대를 바라보는 우리에게 뭔가를 전해주고 싶어 하는 그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머쓱해하며 바로 다음 곡을 머뭇머뭇 바로 시작해도 오히려 모두들 그녀의 그런 마음을 읽는 분위기였다. 살짝 살짝 지어지는 미소가..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하콘 만의 분위기는 아닐까.. 감히 짐작해본다.
#3 마주보기
마지막 앵콜곡까지... 그녀의 메시지는 오늘 하루 그 자체를 즐기세요~ 하는 것 같았다.
If you close the door, I"ll never have to see the day again... 쑥스럽게 앵콜곡을 설명하고 부르는 그녀의 모습이 공연을 마무리하는 짧지만 아쉬운 감사편지 같았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그녀의 매력 하나. 판소리.
마치 종합 선물 세트가 되는 듯해서 밴드 공연에서 밴드 공연만으로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다는 그녀의 마음에 고개 끄덕이면서 못내 아쉬워하는 우리의 눈빛을... 그녀는 외면하지 못했다. 얼쑤~ 좋다~ 추임새를 부탁하며 수궁가의 한 대목을 불러준 그녀의 모습은 노래를 하는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우리 음악은 역시 노래하는 이도 듣는 이도 외롭게 하지 않는다. 노래를 하던 그녀에게 더 많은 추임새를 보내주지 못한 게.. 아쉽다.
그녀가 싫어하는 표현이겠지만. 종합 선물 세트.
난 내 인생의 종합 선물 세트를 하나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외모만큼이나.. 씬디사이저와 베이스 기타를 멋지게 연주하던 이수현씨.
신은 가끔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들게 했다.. ^^
어부들에게.. 나중에 나중에..꼭 낚이시길 바라는 생선..님 ^^
대학 때 친구가 밴드 드럼을 쳐서 인지 더 유심히 보게 되었는데... 첨에.. 약간 어설프게 느껴졌다면... 현란한 기교의 드럼만을 생각한 나의 무지 탓일까.. 그러나.. That"s life 연주가 시작되고, ‘생선 드디어 물 만나다 ^^’ 내가 잠깐 잠깐.. 남긴 메모에 이렇게 적혀있다. 드럼은 역시.. 스피드~야..하고 드는 나의 짧은 생각 ^^
연기자 이민기를 먼저 생각하게 하는 이름에 약간은 미안한 맘이 들었던. 있는 듯 마는 듯 한 그의 기타 소리에 푹 빠져보지는 못했지만.. 자람씨가 말했듯 보이지 않는 그의 감각이 기타에 묻어 그녀의 노래를 더 풍요롭게 하고 있음은 의심하고 싶지 않다.
이렇게 마주 앉아 듣는 음악이라면 그 사람이 누구든 실수를 하던 말을 아끼던 행복해 질 수 있음을 느꼈다.
reception을 하기 전 박창수 선생님의 짧은 마무리 말씀도 담아두고 싶은 말씀이었다. 스스로 자유로움에 방해가 되면 털고 나설 수 있어야한다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권위와 틀은 남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드는 것이겠기에 그것을 버릴 수 있는 것도 바로 자신 뿐이겠지. 다른 사람들 속에서도 이렇게 나를 한번 쯤 생각하게 만든다면 이 자리에 아침부터 부산떨며 올라온 시간들이 아깝지 않았다.
#4 남겨두기
숙제를 미루고 남겨두는 건 좋은 습관이 아니다.
하지만 오늘도 남겨두고 왔다.
- 박창수 선생님과 사진 찍기. 현관문을 나서며 친구에게 부탁해서 어색해 하심에도 염치 없이 한컷 부탁 드렸건만.. 이 친구가 셔터를 너무 약하게 눌렀나보다.. 남아있지 않았다 T.T
- 어떤 분들이 오셨나 한번 쯤 더 눈 인사 하기
- 화이트 와인 마셔보기. 정성껏 준비해서 대접해 주신 음료(복숭아 맛이던데.. Peach Tea 맞나요? ^^) 와 눈과 코와 입을 살짝 취하게 했던 레드와인. 심야고속버스 타고 내려오는 동안 기분 좋게 살짝 잠들 수 있게 했다.
- 내 목소리 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오기.
이렇게 쓰다 보니... 하콘에서 누린 두 시간이 하나 버릴 것이 없어.. 길어졌네요.
오늘 제 일기장에 남겨질 시간을 함께한 내 친구와 하콘의 가족, 아마도이자람밴드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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