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빛나는
- 등록일2006.08.20
- 작성자권유정
- 조회8742
지금까지 머리에 떠오른 생각을 바로 실천에 옮긴 몇 안되는 일 중의 하나.
일하다가 말도 안하고 그냥 휙 나와버렸다...
몸은 피곤해서 늘어지기 직전인데, 그냥 집으로 가기엔 너무 아까운 금요일 저녁.
문득 가방안에 두 달 전부터 굴러다니는 전화번호가 기억났다.
이사한 집 근처에 하우스 콘서트라는게 있다는 기사를 보고 메모했던 전화번호였다.
연희 초등학교 길건너편, 금요일 8시라는 기억만 믿고 전화를 걸자
친절한 목소리가 어디에서 우회전, 어디에서 좌회전 하면 된다고 해서
차박차박 걸어가다보니 하우스 콘서트라는 나무 팻말과 함께 마당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망설이다가 계단을 올라가는데 친절하게 말을 붙여오는 한 남자.
“혼자 오셨어요?”
아, 이 분이 주인장님인가 하며 “네” 하고 대답을 하자 활짝 웃으며 그가 말했다.
“저 KBS 무한지대 큐에서 나왔는데…”
아무리 내가 생각 없이 살아도,
남들 죽어라 일하는 날 뛰쳐나온 주제에 TV 인터뷰까진 할 수 없는 일.
단호하게 거절을 하고 현관 문을 지나
나무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서자 눈 앞에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CD와 DVD로 가득한 벽 한 면과 스타인웨이에 멍한 것도 잠시.
어디에 어떻게 앉아야 하나…
이미 한 무리의 사람들이 벽 한 면을 차지하고 있었고 우왕좌왕 하는 내 모습을 본 누군가가
“앞에 앉으세요”라는 말을 건넸지만 나름대로 소리를 잘 들으려면 뒤쪽이 나을꺼라는 생각에
(나중에서야 명당 자리를 알게 되었다는) 방석을 깐 후, 남는 시간동안 CD장을 구경했다.
세상엔 사람을 파악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는
상대방의 CD장을 보는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일단 CD와 DVD의 양에 한 번 놀랐고, 또 특이한 컬렉션에 두 번 놀라고 있는 사이
뜻밖의 소식을 전해듣게 되는데…
강변북로 유조차 전복으로 인해 연주회가 지연된다는 놀라운 소식.
끼리끼리 앉아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할 일도, 얘기 할 사람도 없는 나는
결국 온 집을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니게 되었다.
에라 모르겠다. 남의 집 마당도 돌아다니고, 개집도 구경하고, 화장실도 구경하고,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돌아다니다 보니… 역시 생각했던대로 조금 이상한 집 이었다.
현실 속의 집이라기 보단 약간 진공 상태의 집이랄까…
사람들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
그래서 사람은 많은데 주위에 사람이 없는 듯한 묘한 느낌의 집 2층에서
8시 40분, 드디어 연주회가 시작되었다.
두 플루티스트가 도플러를 연주하고, 처음 들어보는 작곡가의 곡을 연주하고
여기에 더블베이스와 드럼이 추가되어 클로드 볼링을 연주했는데
바로 눈앞에서 펼쳐진 연주도 숨소리가 들리는 분위기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놀라웠던건 음향.
클래식을 연주해도, 재즈를 연주해도 무리없이 잔향까지 들을 수 있다니…
주인장님 말씀이 맞았다. 예술의 전당에서도 느낄 수 없는 풍성한 소리의 울림… 브라보.
아쉬웠던건 연주 시간이 조금 짧았다는 거.
생각지도 못했던 일은 연주가 끝난 후부터 였다.
갑자기 발랄한 음악과 함께 파티가 시작된 것이었는데
나름 연주자와의 대화라든지, 주인장님의 설명을 기대하고 있던 나로선 순간 당황했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군중속의 고독이 되어버린 것이다.
삼삼 오오 모여있는 처음 본 사람들에게 말을 걸 배짱도 없고
혹시 나 같은 사람이라도 있으면 말이라도 걸어볼까 주위를 휘휘 둘러봤지만
하우스 콘서트에 혼자 온 사람이라고는 오직 두 사람 뿐.
나와 무한지대 VJ -_-;
게다가 며칠 무리를 한 탓인지 와인 한 잔에 얼굴까지 달아올라
민망해진 마음에 살짝 빠져나왔는데…
역시 궁금하긴 하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함께들 오는지,
나처럼 혼자 오는 사람이 있는지, 있다면 그 사람은 어떻게 시간을 견디는지…
다음엔 역시 누군가를 데리고 가야하는건지…
투덜거리긴 했지만 사실 감동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하신거 같았구요.
정말 반짝반짝 빛나는 곳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공연을 보았습니다.
하나 마음에 걸리는게 있다면, 너무 의식 안하고 돌아다니며 구경했다는 점.
다음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들리겠습니다 ^^
일하다가 말도 안하고 그냥 휙 나와버렸다...
몸은 피곤해서 늘어지기 직전인데, 그냥 집으로 가기엔 너무 아까운 금요일 저녁.
문득 가방안에 두 달 전부터 굴러다니는 전화번호가 기억났다.
이사한 집 근처에 하우스 콘서트라는게 있다는 기사를 보고 메모했던 전화번호였다.
연희 초등학교 길건너편, 금요일 8시라는 기억만 믿고 전화를 걸자
친절한 목소리가 어디에서 우회전, 어디에서 좌회전 하면 된다고 해서
차박차박 걸어가다보니 하우스 콘서트라는 나무 팻말과 함께 마당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망설이다가 계단을 올라가는데 친절하게 말을 붙여오는 한 남자.
“혼자 오셨어요?”
아, 이 분이 주인장님인가 하며 “네” 하고 대답을 하자 활짝 웃으며 그가 말했다.
“저 KBS 무한지대 큐에서 나왔는데…”
아무리 내가 생각 없이 살아도,
남들 죽어라 일하는 날 뛰쳐나온 주제에 TV 인터뷰까진 할 수 없는 일.
단호하게 거절을 하고 현관 문을 지나
나무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서자 눈 앞에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CD와 DVD로 가득한 벽 한 면과 스타인웨이에 멍한 것도 잠시.
어디에 어떻게 앉아야 하나…
이미 한 무리의 사람들이 벽 한 면을 차지하고 있었고 우왕좌왕 하는 내 모습을 본 누군가가
“앞에 앉으세요”라는 말을 건넸지만 나름대로 소리를 잘 들으려면 뒤쪽이 나을꺼라는 생각에
(나중에서야 명당 자리를 알게 되었다는) 방석을 깐 후, 남는 시간동안 CD장을 구경했다.
세상엔 사람을 파악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는
상대방의 CD장을 보는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일단 CD와 DVD의 양에 한 번 놀랐고, 또 특이한 컬렉션에 두 번 놀라고 있는 사이
뜻밖의 소식을 전해듣게 되는데…
강변북로 유조차 전복으로 인해 연주회가 지연된다는 놀라운 소식.
끼리끼리 앉아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할 일도, 얘기 할 사람도 없는 나는
결국 온 집을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니게 되었다.
에라 모르겠다. 남의 집 마당도 돌아다니고, 개집도 구경하고, 화장실도 구경하고,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돌아다니다 보니… 역시 생각했던대로 조금 이상한 집 이었다.
현실 속의 집이라기 보단 약간 진공 상태의 집이랄까…
사람들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
그래서 사람은 많은데 주위에 사람이 없는 듯한 묘한 느낌의 집 2층에서
8시 40분, 드디어 연주회가 시작되었다.
두 플루티스트가 도플러를 연주하고, 처음 들어보는 작곡가의 곡을 연주하고
여기에 더블베이스와 드럼이 추가되어 클로드 볼링을 연주했는데
바로 눈앞에서 펼쳐진 연주도 숨소리가 들리는 분위기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놀라웠던건 음향.
클래식을 연주해도, 재즈를 연주해도 무리없이 잔향까지 들을 수 있다니…
주인장님 말씀이 맞았다. 예술의 전당에서도 느낄 수 없는 풍성한 소리의 울림… 브라보.
아쉬웠던건 연주 시간이 조금 짧았다는 거.
생각지도 못했던 일은 연주가 끝난 후부터 였다.
갑자기 발랄한 음악과 함께 파티가 시작된 것이었는데
나름 연주자와의 대화라든지, 주인장님의 설명을 기대하고 있던 나로선 순간 당황했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군중속의 고독이 되어버린 것이다.
삼삼 오오 모여있는 처음 본 사람들에게 말을 걸 배짱도 없고
혹시 나 같은 사람이라도 있으면 말이라도 걸어볼까 주위를 휘휘 둘러봤지만
하우스 콘서트에 혼자 온 사람이라고는 오직 두 사람 뿐.
나와 무한지대 VJ -_-;
게다가 며칠 무리를 한 탓인지 와인 한 잔에 얼굴까지 달아올라
민망해진 마음에 살짝 빠져나왔는데…
역시 궁금하긴 하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함께들 오는지,
나처럼 혼자 오는 사람이 있는지, 있다면 그 사람은 어떻게 시간을 견디는지…
다음엔 역시 누군가를 데리고 가야하는건지…
투덜거리긴 했지만 사실 감동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하신거 같았구요.
정말 반짝반짝 빛나는 곳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공연을 보았습니다.
하나 마음에 걸리는게 있다면, 너무 의식 안하고 돌아다니며 구경했다는 점.
다음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들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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