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우스 콘서트 가다
- 등록일2006.09.16
- 작성자김형석
- 조회8828
# 하콘 가는 길
서울의 한 도서관에서 8시 하콘을 상상하며
머릿속에 안 들어오는 책과 씨름하다
출발한 시각 저녁 7시...
나름대로 여유 있을 거라 생각하고 길을 나선 것인데
아뿔싸..
한국의 수도 서울의 퇴근길을 너무 얕잡아 보았습니다.
지하철 역은 수많은 사람들로 넘실거렸고
환승통로는 왜 그렇게 긴지,,
게다가 지하철은 또 왜 이렇게 안 오는지...
(지하철이 막힌다는 표현이 생각나더군요;;)
그리고 신촌역에서 탄 마을버스는
도로에 서서 갈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순간 이런 걱정이 들더군요.
"명색이 콘서트인데 공연 시작 이후에 도착하면 인터미션까지 출입을 금하지 않을까?"
(소위 전문공연장에 가면 그렇게들 하잖아요.)
없는 살림에 큰 맘먹고 투자하는 2만원이 제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반 밖에 못보면 어쩌나...
(오해하진 마시구요, 제가 좋게 표현하면 "취업준비생", 흔히 말하는 "백수"거든요;;)
다행히 하늘이 절 도왔는지
시작 5분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경직된 분위기의 일반공연장과는 다른
왠지 여유있고 편안해 보이는 분위기는 저의 마음을 안심시켰습니다.
# 하콘 스케치
입구에 들어서니 예쁜 돌계단들이 저를 맞아주었습니다.
하나씩 건너다보니
제 눈앞에 커다란 눈망울의 견공이 있더군요
그 뒤로 두 마리가 더 있었는데
녀석들 집 안에 TV가 달려있어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주인장님의 섬세한 성격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는...)
집 안에 들어가 공연장이 있는 2층에 올라서니
옹기종기 모여 앉은 관객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처럼 혼자 온 사람은 그다지 있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 오른편으로 오늘의 공연을 위한
스크린 및 무대장치 & 피아노가 있었구요.
(나중에 전 보고야 말았습니다.
steinway & sons 로고를!!!
풀사이즈인지 아닌지 정확힌 알 수 없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 로고가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전 충분히 흥분했습니다.
다음에 가면 꼭 카메라를 들고 가 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죠;;)
왼편으로는 후에 와인바로 사용될 테이블,
그리고 벽 한 쪽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는 수많은 음반들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론 녋은 공연장을 감싸고 있는 나무마루의 따뜻한 질감이 참 좋았어요.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니
주인장님께서 인사말씀을 하시고 마침내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 공연에 대하여
첫 번째 "푸리"는 주제가 좋더군요.
"푼다"는 것의 의미를 영상과 율동의 결합으로 보면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라는 것이
끊임없이 풀려고 하지만 그 끝은 해결이 아닌 또 다른 엉킴을 가져오는 것,
그렇지만 그럼에도 풀고자 하는 시도는 계속하는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 "소립자"는 솔직히 어려웠습니다.
무의미한 소리들을 재구성해 예술적 가치를 부여한다는 주제가 선명하게 들어오지는 않더군요.
그래서 전 제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며 감상의 포인트를 바꿨습니다.
"예술은 머리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거야!"
그러자 마음이 좀 편해지더군요.
시시각각 변하는 디지털 음향과 피아노 소리...
이를 묘사하는 다양한 파동의 영상 문양들이
한데 어우러져 제 몸을 감싸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격정적인 떨림이 실제 마룻바닥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운 감흥이 절 사로잡았습니다.
# 막은 내리고
공연이 끝나고 와인파티가 있었습니다.
실내에서 혹은 발코니에서 편하게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모습들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전 딱히 떠오르는 얘기가 없어서 계신 분들과 특별히 말을 걸진 않고 지켜보았는데요;;
(그렇게 숫기 없는 성격은 아닌데 어제는 좀 그랬습니다...)
옆에서 이야기 듣고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발코니에서 가을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기분이 참 괜찮더군요.
그렇게 분위기 즐기다가 다른 분들보다는 조금 일찍 길을 나섰습니다.
다음엔 누구 데리고 같이 가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처음 하우스 콘서트에 발을 들여놓은 일, 참 잘한 선택이었다고 자부합니다. *^^*
p.s. 주인장님께
일단 하우스콘서트 같은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구요.
어제 보면서 좀 아쉬웠던 점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공연이 끝나고 와인파티 하기 전에
공연자와 관객들이 간단하게 얘기 나누는 시간을 먼저 가지면 어떨까 해요.
물론 와인파티에서 개별적으로 질문을 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이 좀 많이 오거나 하면 일일이 줄서서 질문할 수도 없고
비슷한 얘기들이 나오면 질문 받는 공연자도 짜증날 수 있구요.
하우스콘서트의 가장 큰 장점이
공연자와 관객의 거리가 가깝고 친근하다는 점인데
이를 살려서 공연 끝나고
공연자가 자신의 느낌을 얘기하고 관객들이 질문도 하는 그런 시간을
잠깐(5~10분) 마련하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formal하게 할 필요 없이 그냥 편안한 분위기에서 하면 부담은 없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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