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산에 하우스 콘서트 관람기 - 가을 연어는 집에서 뛰어논다 ]
  • 등록일2006.10.01
  • 작성자송하연
  • 조회8863
사실 자발적으로 참석한 공연에 대한 경험치가 턱없이 부족해 비교대상이 풍부하지 않은 관계로 지금 쓰려는 관람기는 쭉정이처럼 가벼이만 느껴지겠지만, 그 와중에도 공연에 대한 하나의 "인상"은 누군가의 기억과 악수할 것이고, 이곳을 찾게 될 누군가의 손을 이끌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나를 부추겼다는 것을 고백한다.


마을버스 안내방송의 순간적인 기억상실로 초행길인 나는 한 정거장을 더 가서 내렸고 푸른 집시치마를 입은 세 명의 관객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연회동의 그곳으로 걸어갔다. 붉은 담장에 나무가 있는, 얼핏 봐서야 여느 연희동 주택과 다름없어 보이지만 그날은 스페인의 유명한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의 건축물만큼 특별해 보이는 그곳에는, 다소 이른 시간이지만 강산에를 보러 온 많은 관객들이 세 줄 정도 앞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손가락이 모자라지 않게 외국 뮤지션이나 아티스트들의 큰 무대를 주로 경험해 왔으며, 콘서트라고는 MOT의 클럽공연 (자발적)이 전부였던 내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강산에의 공연을 한번쯤은 봐야 한다는 잠재적 강박도 있었지만 하우스 공연에의 기대와 상상력이 그 발화점이 되었다.

자발적 공연 참여는 언제나 혼자 가게 되는 팔자에도 불구하고 계단 옆 벽에 자리를 잡고 앉자 집 벽이 주는 편안함이, 실내를 감싸고 있던 재즈 피아노곡과 함께 진정제 역할을 했고, 테라스로 난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별이 쏟아지던지 비가 쏟아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단 생각이 무심히 들었다.

공연시간이 되자 집주인이신 박창수님이 낮고 친밀한 목소리로 환영의 인사를 대신했고, 이어 기타 하나 달랑 메고 오늘의 주인공이 나오셨다. 관객의 9할은 여자분들이었지만 그것이 뭐 중요한가, 대부분 강산에 님의 팬인 듯 보였고 이미 수차례 공연관람을 한 탓에 그들 사이의 교감은 공기를 매개로 순식간에 퍼져, 천장의 부분 조명에 비친 관객들의 얼굴에는 윤기가 흐르듯 행복감이 흘렀다. 오프닝 멘트에 이어 공연이 시작되었는데 하우스 공연이라 그런지 공감의 불꽃은 초반부터 타올랐고, 교감과 친밀함의 찬란한 스펙트럼은 밧줄로 꽁꽁 묶여 대문을 나설 때까지 풀어지지 않았다. 경험치 부족과 낯선 것에 대한 자의식 과잉 분비로 밧줄을 내내 만지작거리긴 했지만, "거리"와 "벽"과 "왜곡"이 없는 이 하우스 콘서트는 일종의 테라피 구실을 하는 것이어서, 나도 어느새 공기 중에 떠다니는 "하콘 교감 바이러스"를 흡입하기 시작했다.

공연 후 열리는 소박한 와인파티는 그 공감을 확대 재생산하기에 좋은 비장의 "시간"이다.
공연을 마친 아티스트들은 그 시간을 빌어 관객들과 만나는데 마치 그들의 집에 우리가 초대된 듯 한 느낌이었다. 관객들은 상기된 얼굴로 강산에 님과 만났고 얘기를 나누고 사진을 찍었다. 그들은 줄 서지 않고 얻은 그 기억을 더 오래 간직할 것이고, 친밀감의 수치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12월 29일에 있을 갈라 콘서트가 기대된다. 와인과 치즈를 들고 찾아간 집에서 순도 높은 공연을 보고 밤새 공연과 사람과 와인의 향기에 취할 수 있는 기회란 흔치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