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우수가 가득 깃든 가을 밤,
  • 등록일2006.11.05
  • 작성자이은지
  • 조회8301
몇일 전부터 금요일 저녁엔 갈곳이 있다고 미소짓던 남자친구의 손을 붙잡고
졸졸 따라가서 도착한 곳은 포근한 어둠이 깔린 조용한 주택가였다.
음악을 전공하는 그 친구는 평소에도 좋은 공연이나 연주회에 날 데려가는 것을 즐겨했기 때문에
오늘은 어떤 공연장에 가는걸까 궁리했었는데 갈수록 한적해지기만 하니 어리둥절-
그런데 그 순간 내 눈에 보인건 하우스 콘서트란 글자가 조그맣게 걸린 예쁜 대문이었다.
하우스 콘서트??
호기심과 기대로 눈이 동그래졌다.
의젓한 강아지들의 환영을 받으며 따스한 노란빛이 가득한 집으로 들어갔다.
2층으로 올라가니 와 벌써 사람이 많구나, 조금 더 일찍올걸 했다.
무대와는 물론이고 함께 음악을 들을 다른 손님들과도 가까이에서 함께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아늑하고 정겨운 곳이던지,
이런 곳을 왜 진작 몰랐을까 ^^
탱고의 정열과 깊고 감각적인 슬픔의 빛깔을 사랑해서 아르헨티나에 꼭 가고 싶다던 그 녀석,
오늘은 탱고음악을 들으러 왔구나- 그제서야 알았다.
낮은 목소리로 인사하시는 박창수님,
나는 영화배우 김태우가 떠올랐는데 남자친구는 안 닮았다고 했다. ^-^;
저 분이 이렇게 좋은 자리의 주인이시구나 부럽다 부러워 사무치도록 부러웠다 !
매력적인 듀오 오리엔탱고의 등장은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의 넋을 빼앗아갔다.
감각적이고 유연한 그들의 연주는 온 신경을 곤두세워 몰입하게 한다.
나는 그들이 주고받는 눈짓과 리드미컬한 손의 움직임과 얼굴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충분이 느끼고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특히 남자친구가 제일 좋아하는 피아졸라의 oblivion,
이렇게 아름다운 선율을 라이브로 듣다니 너무나 행복한 경험이다.
그 밖에도 직접 작곡하신 피아노 솔로 연주와 친숙한 동요와 민요를 편곡한 곡들도 좋았다.
새야 새야 아리랑- 인상적이었다. 새삼 그 아름다움이 놀랍고 기뻤다.
두 분이 자리를 바꾸어 연주하실 때 등장한 악기는
(반도네온인 줄 알았는데 아코디언인 것 같기도 하고..^^; )
평소에 접할 기회가 흔치 않았는데 반갑고 신기했다.
다 함께 부른 앵콜 곡 나의 살던 고향은 을 마지막으로 공연은 마무리 되었고
기대하던 와인파티 시간이 왔다.
와인을 마시면서 테라스에서 바깥 공기도 마시고 이야기도 하고
자유롭고 편한 분위기가 하우스 콘서트의 기억을 더욱 소중하게 간직하도록 하는 것 같다.
준비하시는 분의 세심한 배려와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
친구들한테도 이야기해주고 앞으로 자주 찾아오고 싶은 곳이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책과 cd와 dvd도 구경했는데
그 다양한 취향과 깊은 관심이 짐작가고도 남았다.
좋아하는 것들과 늘 함께하는 여유를 보고 나도 나중에 이렇게 살아야지 했다.
내 집에서 전시도 하고 음악회도 열고 파티도 하며
좋은 것들을 사람들과 함께 느끼고 즐길수 있는 삶,
희망사항 목록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