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콘의 진정한 재미를 기대하며...
  • 등록일2009.01.04
  • 작성자김정민
  • 조회4115
너무나 설레이고 손꼽아 기다린 날이 드디어 왔다.
오래전부터 하우스 콘서트에 대해 들어 왔지만 쉽게 참석하기엔 왠지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저 관람객으로서가 아니라 함께 나누고 소통해야
한다는 것에 자신이 없었나 보다.
2년전쯤 재미 피아니스트 이윤수님의 연주를 접하면서 클래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자그마한 용기를 준거 같다.

하콘이 열리기 전날부터 감기가 드세게 시작되더니 그날 아침엔
너무 심해 어떻게 해야 하나 갈등이 생겼다. 하지만 내가먼저 친구들에게 제의 했고 기대 또한 너무 컸기 때문에 포기할 순 없었다.
무엇보다 걱정은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기침이었다.
연주에 집중해야 할 때 분위기를 흐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망설여졌지만
하콘에서만은 용서(?)해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실행에 옮기기로 결정하였다.

4시 40분쯤 집을 나와 작은 아이를 과외장소에 실어다 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차를 세워놓고 부리나케 전철을 타러 갔다. 차로는 초행길이라 전철을 이용하기로 했던 것이다.
창동에서 능동까지는 그리 먼거리는 아니었지만 전철을 2번이나 갈아타고 가야하는 조금은 불편한 코스였다.
아차산역에 도착하니 6시가 조금 넘었다. 친구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저녁 먹을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전에 장소확인차 미도미 참치횟집 건물을 찾아 가보니 벌써 관람객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김선욱군의 인지도가 높아서인지 일찍부터 사람들이 입구계단을 메우고 있었다. 나 역시 줄을 서고 친구들을 기다렸다. 곧 친구들이 도착했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지 의논했다.
7시부터 들어갈 수 있다니까 일단 자리를 잡아놓고 나와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기로...  친구가 점심도 못먹어 무척 배가 고픈 상태였다.
8시에 공연이고 7시에 오픈이니 6시에 만나면 충분하리란 우리의 계획은 완전 빗나갔다. ㅠㅠ  우리는 그곳을 빠져나와 가까운 김밥집으로 향했다. 정신없이 저녁을 먹고 공연장소로 와보니 스텝분들이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시간은 7시 45분쯤이었고 공연은 막 시작되고 있었다. 순간 화가 났다. 일정을 그렇게 바꿔버리다니...
그것도 약속인데...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기어이 허기를 채우러 나간 우리자신에게도 화가 났다. 이래서 아줌마들이 욕을 먹나.ㅎㅎ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1곡이 끝난 뒤에 들어가려 했으나 그것 또한 여의치 않았다.
2번째 곡을 바로 이어서 연주를 하는 바람에 인터미션때 들어가는걸로 얘기가 되었다.

대신 화면을 통해 연주를 감상할 수 있었다. 아쉬움이 너무 컸지만 빨리 포기하는게 연주를 감상하는데도 도움이 될거 같아 연주에 집중하였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1번... 클래식에 입문한지 얼마안되는 나로선 뭐라 말할 자격도 없지만 그저 들으면 좋다라는 느낌...  2악장의 딴따 따라라 딴따 따라라 따라따따 따따따 ... 귀에 익은 음률 ... 3악장의 아름다운 선율...  그정도이다.
드디어 인터미션.... 문을 살그머니 열고 들어가려는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
문앞까지 빼곡이 앉아있는 사람들을 비집고 겨우 우리 자리를 찾았다. 다행이 자리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미안하던지...

곧 2부가 시작되었다.
슈만의 어린이 정경... 때론 서정적으로 때론 발랄하게... 13개의 테마들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빠르게 지나갔다. 그 중 제일 귀에 익은 7번의 트로이메라이...
호로비츠가 말년에 조국을 찿아 이곡을 연주했던 모습을 떠올리며 꿈속으로 빠져 들었다. 아무래도 호로비츠의 그 상황에서의 감격과 꿈만 같았던 상황이 재연되기는 힘들었던것 같다.  김선욱은 호로비츠가 아니니까... 그는 그니까...

이어서 슈만의 환상곡... 나는 여기서 이곡을 처음 들었다.
연주전에 되도록이면 미리 들어 보고 가는 원칙을 세웠으나 이곡은 들어보지 못하고 가게 되었다. 곡의 전체적인 흐름을 모르는 상태에서의 감상은 좀 불안했다.
몇 번이고 끝날 것 같은 상황에서 다시 시작되는 연주... 선욱군의 연주가 너무 열정적이어서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칠뻔하기도 했다.  맨 앞좌석에 앉아서 그런지 하콘의 묘미를 춤분히 즐길 수 있었다. 연주자의 숨소리와 땀방울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고 마루바닥을 통한 피아노의 울림이 그대로 전해졌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간간히 터져 나오는 기침 때문에 몸둘바를 모르는 상황도 있었지만 빠져들기에 훌륭한 연주였다. 아주 열정적인 곡이었던것 같다.

드디어 연주가 끝나고 기대되는 3부(?) 순서를 기다렸다.
무엇보다 3부를 기대했기에 어서 그 시간이 오기를 기대했다.
사람들이 웬만큼 빠져 나가길 기다리고 로비쪽을 바라보니
으-히... 사람들이 간게 아니었다. 다과를 나누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눔이 아니라 돗대기시장 같은 분위기였다.
여유 있게 와인을 나누며 서로 소통하는 시간을 기대했던 나에겐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과 함께...
아~ 너무 유명한 사람의 연주를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그곳을 빠져 나왔다.
친구들과의 담소를 위해 근처의 카페에 가서도 하콘에 대한 미련이 가시지 않았다.
혹시 지금쯤 오붓한 뒷풀이가 있지 않을까?  마음은 자꾸 그곳에 가 있었다.
그러나 이미 집에 가야할 시간...
버스정류장을 가보았다. 반갑게도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었다.
어느새 나는 다음을 기약하고 있었다.
다음엔 이 버스타고 오면 되겠네...
글구 조금 덜 유명한 사람들의 공연에 참석해야 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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