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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09.01.04
  • 작성자장혜선
  • 조회4056
하콘 스텝 선생님들과 박창수 선생님께서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화면을 바라 보시는 모습을 떠올리며 관람기를 남깁니다 ^^

누군가 제게 어떻게 2009년 1월 2일 늦은 6시 반에서 9시 반까지를 하우스 콘서트에서 보내게 되었냐고 물으신다면^^ 답은 1월 2일이라서, 올 해에는 쉼 없이 달려온 몇 년동안의 제 삶에 잠시 쉼을 선언하고 꼭 해보고 싶은 것을 꼭 하리라는 결심이 아직은 작심삼일이 되지 않은 때라서, 그리고 잘 듣지 못했던 슈만의 곡이 목록에 있어서 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물론 김선욱 군과 박창수 선생님도 보고 싶었습니다 ^^ 그리고 그 곳에서의 그 시간들은 어제 그 곳의 온도와 열기만큼이나 제 기억 속에 오래도록 각인될 것같습니다.

소중한 시간을 더 소중하게 보내기 위해 프로그램의 음악을 듣고 "하우스 콘서트 그 문을 열면..." 책을 읽었는데 하콘 책에서 보았던 박창수 선생님과 스텝 선생님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보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연예인을 만난 것처럼 신기하고^^, 박창수 선생님은 책에서는 버럭하시고 주장이 강하신 분(물론 관객에게 대하는 태도가 다를 수 있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 묘사할 땐 특정 부분을 부각해서 그럴 수 있다 해도)으로 느껴졌는데, 실제로는 무척 다정다감하신 분으로 느껴졌습니다. 피아노에 대한 질문을 받으셨을 때도 "책에 자세히 나와 있어요"라는 홍보멘트^^ 한번 하지 못하시고 찬찬히 설명해 주시고 책 별로 안팔렸다고 말씀하시는 귀여우신 모습에서, 연주가 끝나고 피아노를 치던 꼬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 모습에서, 알려지지 않은 연주자들에게도 애정과 관심을 가져 달라는 모습에서 그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연주
모짜르트의 곡...개인적으로는 가을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곡이라 생각하는데, 가슴 속에 타오르는 듯한 열정을 담담하게, 담백하게 그려내어 2000년대를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저와 1700년도를 살아간 신동이자 천재였던 모짜르트를 만나게 해주었습니다. 나즈막한 연주에서 꼭 어릴 때 다니던 피아노 학원에 와 있는 것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1번에 대한 감상은 그냥 건너 뛰고 싶은데...김선욱 군의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기보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아직 다 들어 보지 못했고 그나마도 부제가 붙은 곡들만^^ 주로 들어온지라 누군가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중 가장 정수라는 이 곡을 예습해서 들었을 때도 별 감흥이 없었고 연주때도 진짜 잘 친다는 생각외에 어떤 감상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베토벤 많이 좋아하는데.... 아직 이 곡을 받아들일만큼 제 자신이 성숙하지 못한 탓이겠지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2부 슈만과의 시간이 더 좋았는데요 어린이 정경부터 환상곡까지 슈만의 곡을 많이 들어 본 건 아니지만 슈만의 곡은 늘 부드럽고 따뜻한 햇살 속의 꿈결같은 기분이 드는데(환상곡이나 피아노 협주곡까지도)이렇게 또렷하고 강렬할 수 있는지 놀라웠습니다. 어린이 정경은 들어오던 이본느 르페브르나 호로비츠의 연주에서 보다 부드럽고 느린 곡은 더 천천히, 빠른 곡은 더 빠르고 힘차게 흥을 가하고 변형을 준 느낌이라 좀더 생생하게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연주자가 곡의 연습 뿐 아니라 어떻게 연주해야 할지를 오래오래 고민한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전설의 명연이라해도 듣고 또 들어도 귀에 안들어 올 때가 있는데, 사실 트로이메라이는 호로비츠의 연주를 들어도 13곡 중 제가 가장 안좋아하는 곡이었는데, 들어오던 템포보다 느리게 충분히 여운을 주어 아주 우아한 느낌이었고 왜 이 곡이 사랑 받는지를 재발견하는 수확을 거뒀답니다^^

그리고 마지막 환상곡은 시작부터 휘몰아치듯 하는 연주에서 프로그램에 나와 있는 힘, 기교, 열정 중 특히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폴리니의 잔잔한 듯한 연주를 리히터의 연주보다 좋아했는데,이렇게 강렬한 곡인줄 예전엔 미쳐 몰랐어요^^ 강조해야 할 부분은 충분히 강조해서 원하는 바대로 관객들을 빨려 들어가게 했던 것같았습니다. 저렇게 강하게 건반을 쳐서 손가락이 아프진 않을까, 피아노 현이 끊어질 게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하고 땀을 비오듯 흘리며 박수 마지막에 나왔을 땐 피아노를 잡는 탈진한 듯한 모습에서 앞으로 평생을 피아니스트로 아니면 또 다른 위치에 서서 무대에 오를 텐데.... 하는 생각에 안스럽기도 하고 그 만큼 연주에 혼연의 힘을 다했겠지 하는 역설적인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듣는 우리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순간이었지만요^^*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고 하지만 반면 "청중의 만족은 중간급의 예술가를 격려할 뿐 천재에게는 모욕이며 공포이기도 하다"라는 괴테의 말때문에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이 옳은 건지,잘못된 건지 하는 생각에 많이 망설였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아직도 모짜르트의 담담한 선율과 환상곡을 시작할 때의 강렬함이 생생히 남아 매일 mp3를 끼고 사는 저에게 그 때의 감동이 희석될까봐,그 음들이 기억에서 사라질까 봐 아직 아무런 음악도 듣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 시간이었는데요. 기록으로나마 그 시간을 기억하고 싶은 욕구가 더 컸나 봅니다.

그 이유가 김선욱 군이 연주해서인지,정말 피아노 가까이에서 들을수 있는 하콘이어서인지, 맨날 음반만 듣다가 실연을 들어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기쁘게 잘 즐겼다는 것, 다음에 또 오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했다는 것, 그 때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와 보이고 소개하고 싶다는 것이 아닐까요 그럼에 감사합니다. 김선욱군, 박창수 선생님, 그리고 스텝 선생님들 모두요 안녕히 주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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