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후기] B.A.R.D를 따라 아일랜드 숲으로 여행을 떠나다
  • 등록일2009.02.16
  • 작성자구해언
  • 조회4353






아일랜드 숲으로 여행을 떠나다





원목 바닥에 옹기종기 앉은 사람들 사이로 반짝거리는 무언가가 지나갑니다. 아이리쉬 휘슬과 바이올린 선율에 맞춰 요정들의 축제가 벌어집니다. 나뭇잎같은 녹색 스커트자락을 흔드는 녀석, 앙증맞은 날개로 이쪽저쪽 정신없이 날아다니는 녀석,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녀석까지...

무언가 슬픈 듯, 그리운 듯한 멜로디가 페커션 리듬을 타고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눈치채지 못하게 조금씩 조금씩 빨라지던 음악은 어느새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절정을 향해 치닫습니다. 한 곡, 한 곡, 음악이 넘어갈수록 모여 있던 사람들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고 눈빛은 즐거움으로 가득 빛납니다. 누군가가 소심하게 몇 번 손뼉을 마주치면 이윽고 소나기처럼, 천둥처럼 박자를 맞추는 박수 소리가 콘서트홀을 가득 메웁니다.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한시간 반 남짓, 켈트족 음유시인이라는 뜻을 지닌 B.A.R.D를 따라 하늘을 날았던 우리들은 저멀리 청량한 공기의 녹색빛이 가득한 아일랜드 숲으로 여행을 다녀온 것만 같았습니다.









두 번째 달, 우리가 그들을 사랑하는 이유



-운명적인 두번째 만남



두 번째 달의 음악을 제외한다면 제 고등학교 3년을 설명할만한 단어가 없을 정도로 저의 오타쿠 기질(?)은 지칠 줄 모르고 조용히 그들의 뒤를 밟았습니다. 주변 친구들에게 생일선물로 앨범을 하나씩 사서 주고, 사촌언니를 끌고 콘서트를 다녀오기도 하였지요. CD로만 들었던 선율들, 낯선 소리들을 바로 앞에서 듣고 있자니 점점 더 그들만의 묘한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팬카페 공지를 통해 여러 번 바드의 공연이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참가하지 못했었는데, 늘 받아보던 하우스 콘서트 뉴스레터에 그들의 이름이 쓰여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저는 어쩐지 ‘운명’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이제 다시 그들의 음악을 들으러 갈 때가 되었다, 라고 마음 속에서 누군가가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그 어떤 누구와도 같지 않다



발렌타인 데이, 오랜만에 만난 남자친구를 끌고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저는 ‘도대체 어떤 밴드야?’라고 묻는 그의 질문에 조금 난감해졌습니다. 그동안 두 번째 달, 혹은 B.A.R.D라는 이름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이를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언론의 표현을 빌려 ‘에스닉 퓨전 밴드’라고 말해주었더니, 더더욱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가서 들어 봐.’라는 짧은 말과 함께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바드의 가장 큰 강점은, ‘그 어떤 누구와도 같지 않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그들의 음악은 말로 설명할수록 점점 더 어려운 것이 되어버립니다. 더듬더듬 있는 단어들로 그들의 음색을 표현하려 하면 오히려 그 느낌들은 저 멀리 날아가 버립니다.



차라리 말없이 이어폰을 건네주고 mp3 플레이어를 손에 들려주던지, 아니면 손을 끌고 콘서트장을 함께 오는 것이 더 현명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아주 쉽습니다. 이름만 말하면 ‘아, 그 멋진 밴드!’라고 얼굴에 웃음을 띄며 아는 척을 해주는 것은 그들의 음악이 그들만이 창조해 낼 수 있는 음악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들어봐야 해.



두달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콘서트 입니다. 모든 곡에 가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어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낯선 음색들은 가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합니다. 확실히 현장에서 직접 맞닥뜨릴 때에만 곱고 아름다운 그 음악들을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느낄 수 있게 되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



B.A.R.D의 공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연주할 때의 네 분의 표정이었습니다.

네 분 모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으셨거든요.^^ "과연..."이라고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집니다. 덩달아 저까지도 한 시간 반 동안 저절로 들썩이는 어깨를 주체할수가 없었습니다. 즐거움, 그리고 행복은 저절로 전염되는 모양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과연 나는 그렇게 살고 있는지" 다시한번 돌이켜보게 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참 많은 이시대에 진정 아름다운 광경이었습니다.







그리고 하우스 콘서트...



하우스 콘서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제가 아직 중고등학생이었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잘은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그 때 큰 사촌 언니의 공연이 있어서 연희동의 커다란 집에 부모님과 함께 갔던 기억은 아직도 납니다. 커다랗고 온순해 보이는 개가 나무로 된 자기 집에 앉아서 느릿느릿 이쪽을 쳐다보던 것이 하우스 콘서트의 첫인상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옹기종기 편하게 앉아서 함께 음악을 듣는 작지만 특별한 밤이 어찌나 새로운 세계의 지평이었던지...



제가 참가한 하우스 콘서트는 이번이 비록 두 번째이지만, 그 때마다 늘 새로운 세계로 들어갔다 오는 기분입니다. 음악을 통해 누군가와 나누는 공감,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느끼는 뿌듯한 만족감, 이 모든 것이 하우스 콘서트만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지난 토요일의 밤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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